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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없는 도자기와 다리 없는 탁자, 그 치열한 파격

도예가 김시영과 목수 이정섭의 작품이 어우러진 백악미술관 전시장 모습. 서로 다른 장르가 만났다.

도예가 김시영과 목수 이정섭의 작품이 어우러진 백악미술관 전시장 모습. 서로 다른 장르가 만났다.

도공과 목수가 미술관에서 만났다. 서울 인사동길 백악미술관은 도예가 김시영(60)과 목수 이정섭(46)의 신작 50여점을 선보이는 ‘From Raw Material To Art Work(날 것의 재료에서 예술작품으로)’를 열고 있다. 서로 다른 장르의 만남인 동시에 두 사람의 색다른 시도가 함께 어우러지는 전시다. 전시를 기획한 정영목 서울대미술관장은 이들의 시도를 “기능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며 조형성을 최대한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시영 작가의 도자기는 기존 생활도기에서 벗어난 파격과 파형이 두드러진다. 전시장에는 아예 입을 만들지 않은 도자기, 정형적 대칭 대신 때로는 고온의 가마에서 빚어진 형태적 변형까지 새로운 미로 활용한 도자기도 선보인다. 김시영 작가는 “1300도에서 1400도, 1500도가 되면 전혀 다른 형태가 된다”며 “온도가 너무 높아 (도자기가) 주저앉는 찰나에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정섭 작가의 가구는 꽉 짜인 비례에서 벗어난 재료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다리를 따로 만들지 않고 묵직한 목재를 층층이 쌓아 자연스레 탁자를 이룬 가구가 한 예다. 가구 만들고 집 짓는 목수로 이름난 그는 이번 전시에 금속 재료 가구도 선보인다.
 
이정섭(左), 김시영(右)

이정섭(左), 김시영(右)

작가는 “섬유질과 공기가 포함된 나무에 비하면 쇠나 콘크리트는 엄청난 에너지를 품고 있다”고 그 매력을 설명했다.
 
두 사람에 대해 정영목 관장은 “대량생산과 플라스틱의 시대에 노동으로 승부하는 뚝심”을 강조했다. “기술적으로 정교하고 예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재료가 지닌 본성을 충실하게 살리려 한다”고 짚었다. 함께하는 전시는 처음이지만 두 사람은 다른 듯하면서도 닮은 점이 적지 않다. 각각 흙과 불, 나무와 쇠 같은 원초적 재료와 땀 흘리는 장인이자 작가라는 점부터 그렇다. 전공과 다른 길을 걷는 것도 비슷하다. 김시영 작가는 대학시절 산악부로 활동하며 백두대간을 종주하다 발견한 검은 도자기 파편에 매료돼 고려시대 이후 맥이 끊긴 흑자 기법을 독자적으로 연구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서양화를 전공한 이정섭 작가는 대학 졸업 후 한옥 집짓기를 배우러 간 것을 시작으로 2002년부터 강원도 홍천에 ‘내촌목공소’를 차려 목수로 활동해왔다. 마침 김시영 작가의 작업실도 홍천이다. 두 사람은 자동차로 50분 남짓한 서로의 작업실을 왕래하고 교감을 나누면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전시는 23일까지.  
 
글·사진=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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