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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째 대문에 태극기 내건 위안부 피해 할머니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보은=연합뉴스]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보은=연합뉴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극기가 펄럭이는 집이 있다. 속리산 국립공원 길목인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에 있는 충북 유일의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7·사진) 할머니 집이다.
 
세계 위안부의 날(8월 14일)과 72주년 광복절(8월 15일)을 앞둔 13일에도 이 할머니의 집 대문 기둥에는 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이고 있다.
 
이 할머니는 “나라를 잃은 백성의 설움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조국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크고 든든한지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가 고향인 이 할머니는 열여섯 살이던 1942년 일본군에 끌려갔다. 그곳에서 2년 넘게 지옥같은 위안소 생활을 했다. 광복 후 돌아와 숨어살듯 속리산 주변 식당 등에서 일했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결혼했지만 아이도 갖지 못했다. 고열과 함께 전신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으로 일상생활도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힘차게 펄럭이는 태극기를 본 이 할머니는 가슴 속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울컥 솟아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 할머니는 “백성을 지켜주지 못한 나라가 원망스러웠지만, 내 나라가 건재하고 내 눈앞에 태극기가 펄럭인다는 것 자체가 큰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남편과 사별한 뒤부터 아침마다 대문에 태극기를 걸기 시작한 것이 벌써 30년이 넘었다. “태극기를 보며 나라가 부강해져 다시는 불행이 반복되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그는 최근 보은지역에 소녀상 건립이 추진된다는 소식에 “전국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제막식에서 당시 내가 겪은 일을 증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은=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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