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논설위원이 간다] 스마트공장의 패러독스 … 일자리 늘어나는 현장

김동호의 4차 산업혁명
스마트공장이라 해서 현장 근로자가 거의 없을 것이란 막연한 상상은 바로 깨졌다. 경기도 안산시 동양피스톤 생산시설에 들어서던 순간이다. 미래의 공장은 설비 지키는 개 한 마리와 개밥 주는 사람 한 명만 있을 거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AI)과 대량 실직 공포의 인과관계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라는 안도감마저 들었다. 오히려 피스톤을 찍어내는 기계와 산업용 로봇을 관리하고 공정을 살피느라 공장 곳곳에서 많은 사람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알아보니 ‘4차 산업혁명’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오히려 이 회사의 일자리를 늘려주고 있었다. 국내 최대 피스톤 제조업체인 동양피스톤은 세계 4위의 시장점유율(9%)을 확보한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지구촌 차량 10대 중 1대는 동양피스톤이 만들어낸 피스톤이 들어 있다는 이야기다. 피스톤은 엔진에서 연료의 연소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꾸어 주는 핵심 부품이다. 그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향상에는 한계가 있었다.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의 동양피스톤 양준규 사장이 스마트공장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 스마트공장이 구축되면 생산공정 시스템을 제어하는 전문인력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의 동양피스톤 양준규 사장이 스마트공장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 스마트공장이 구축되면 생산공정 시스템을 제어하는 전문인력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하지만 지난해 3월 스마트공장 체제 구축을 계기로 한계를 돌파했다. 종전에는 한 라인에서 한 제품밖에 만들지 못했지만 생산라인에 신기술을 융합하면서 맞춤형(customized) 다품종 생산이 가능해졌다. 기존 라인을 절반으로 나눠 왼쪽에선 BMW, 오른쪽에선 제네시스용 피스톤을 만드는 식이다. 스마트공장을 유연 생산체제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충격으로 근로자가 산업용 로봇에 밀려 일자리를 대거 잃을 것이란 우려는 이 회사에선 기우였다. 2010년 600명이던 종업원은 7년 만에 1050명으로 늘어났다. 이 회사 양준규 사장은 “품질과 신뢰가 높아지면서 주문이 더 늘어 오히려 일손이 부족해졌다”고 말했다. 생산라인이 더 늘고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인력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같이 고용이 오히려 늘어나는 ‘스마트공장의 패러독스’는 생산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시간당 생산량이 10% 향상됐다. 예컨대 시간당 피스톤을 5000개 만들었다면 지금은 5500개를 만든다. 또 불량률은 100만 개당 1.9개에서 1.43개로 26% 줄었다. 스마트화로 공장 자동화율은 80%에서 87%가 됐다. 중요한 것은 경영 성과다. 양 사장은 “매출액은 2561억원에서 2654억원으로 3.6% 늘었고 수출 증가폭은 이보다 더 큰 6.2%였다”고 말했다.
 
동양피스톤은 하루 5500개의 피스톤을 생산한다. 생산된 피스톤이 차종별로 쌓여 있다. [김동호 기자]

동양피스톤은 하루 5500개의 피스톤을 생산한다. 생산된 피스톤이 차종별로 쌓여 있다. [김동호 기자]

제조업의 스마트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스마트화로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이를 앞세워 생산성을 높인 경쟁 기업에 밀려 도태할 가능성이 커진다. 대표적 노동집약 산업이던 신발산업이 극적인 사례다. 아디다스는 저임금을 좇아 진출한 동남아 공장을 접고 동남아 진출 23년 만인 지난해 모국인 독일로 돌아왔다. 아디다스는 제조용 로봇과 인터넷을 활용해 이 같은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를 구축할 수 있었다. 과거 제품 기획에서 생산까지 3주 이상 걸렸지만 이젠 다섯 시간 만에 고객이 원하는 신발을 제작할 수 있다. 아디다스는 글로벌 경쟁력이 강해지면서 올해 미국 애틀랜타, 내년엔 일본에 스마트공장을 지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다.
 
하지만 혁신은 하루아침에 동남아 공장 근로자들을 실직자로 만들었다. 동남아에선 50만 켤레 생산을 위해 근로자 600명이 필요했지만 독일 공장에서는 10명이 모든 생산 공정을 관리한다. 공장 자동화를 기반으로 생산 공정을 스마트화하면서 맞춤형 유연생산이 가능해진 결과다. 스마트공장 구축이 동남아 생산체제의 값싼 인건비 이점을 상쇄하면서 제조업의 리쇼어링(reshoring·국내 복귀)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피스톤에는 바코드가 부착돼 있어 지구촌 어디를 가더라도 이력 추적이 가능하다. [김동호 기자]

피스톤에는 바코드가 부착돼 있어 지구촌 어디를 가더라도 이력 추적이 가능하다. [김동호 기자]

공장의 스마트화는 대규모 첨단산업일수록 불가피하다. 초정밀 기술과 제어가 필요한 장치산업이라서 그렇다.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겉보기엔 고용창출 효과가 적어 보인다. 가령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 반도체 증설에 13조원을 투자했지만 고용 증가는 650명에 그쳤다. 이런 결과를 놓고 반도체는 ‘고용 없는 투자’라고들 알고 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거대 첨단 장치산업 주변에는 여기서 파생된 직간접 고용유발 효과가 크다. 공장이 스마트화할수록 인력의 전문성과 기술도 고도화하고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연구개발·장치제어 분야의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난다. 삼성전자 반도체가 들어온 경기도 평택과 LG디스플레이가 들어선 경기도 파주는 협력업체와 주변 상권까지 합하면 고용 파급효과가 수십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의 동양피스톤 양준규 사장이 스마트공장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의 동양피스톤 양준규 사장이 스마트공장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문제는 국내 스마트공장 구축에 필요한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20~90%로 평가돼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정재훈 산업기술진흥원장은 “이렇게 되면 기반기술과 관련 부품 조달을 해외에 의존하게 되면서 국내 공장의 스마트화가 진전되더라도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으로 연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에 미국·독일은 2012년부터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스마트공장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반기술의 생태계를 탄탄히 쌓아 왔다. 제조업 기반 위에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융합시켜 제품의 기획·설계, 생산·유통·판매 전 과정을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
 
이 과정의 핵심은 사이버 실물 시스템(CPS)이다. CPS는 첨단 센서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공장이라는 현실세계를 가상세계에서 제어할 수 있다. 이는 종전의 자동화와 차원이 다르다. 자동화는 기계가 고장 나고 불량 제품이 나오고 나서야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 이에 비해 스마트화는 CPS를 통해 공장 전체가 돌아가는 상황을 제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전사적 예방관리(TPM)를 가능케 한다. 예컨대 동양피스톤에서 생산하는 피스톤의 허용오차는 4㎛(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다. 이는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 오차여서 과거에는 불량품이 한참 쏟아진 뒤에야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센서가 감지해 스스로 제어하게 됐다.
 
동양피스톤은 사이버실물시스템(CPS)을 통해스마트공장 전체를 제어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동양피스톤은 사이버실물시스템(CPS)을 통해스마트공장 전체를 제어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이런 생산체계의 고도화로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사업장의 평균 고용증가율은 7.2%에 이른다. 스마트화가 결국 일자리를 지키거나 늘리는 효과를 불러온 것이다. 우리나라 사업장의 스마트화는 경쟁국에 비해 늦은 편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10인 이상 제조업체 6만7000곳을 대상으로 스마트 지원정책을 서두르고 있지만 올해까지 5000곳 정도에서 지원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스마트공장의 발전 단계는 흔히 기초→중간1→중간2→고도화 단계로 나누는데 한국 기업들은 이제 기초 수준의 걸음마를 떼고 있다. 경제 기적의 주역인 대한민국 제조업, 스마트화에 명운이 달렸다.
 
김동호 논설위원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