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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원룸여성 자해 말린" 김광수 의원은 왜 신분 감췄나, 풀어야 할 의혹들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국무총리 임명 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이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국무총리 임명 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이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밤중 원룸에 단둘이 있던 50대 여성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국민의당 김광수(59·전주갑) 의원이 당초 예정일보다 하루 앞당겨 지난 12일 몰래 귀국했다. 김 의원은 경찰 출두(14일 오전 11시)를 하루 앞둔 13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해당 여성은 선거 때 날 도왔던 인물이고, 자해하려던 여성에게서 칼을 빼앗다가 손을 다쳤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해 의혹을 잠재우지 못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김 의원 사건을 둘러싼 의혹들을 명확히 밝혀내고, 김 의원 역시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말끔히 털 수 있을지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전주 완산경찰서는 14일 오전 11시 김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김 의원은 지난 5일 오전 2시쯤 전북 전주시 효자동 한 원룸에서 이곳에 사는 A씨(51·여)를 폭행한 혐의로 수갑이 채워져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김 의원은 사건 발생 당일 오후 부인 등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한 뒤 일주일 만인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당초 13일 귀국하겠다고 했으나 하루 앞당겨 귀국해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몰래 귀국'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현직 지역구 국회의원이 연루된 데다 사건 초기 경찰이 일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축소·은폐 논란이 일었다. 그만큼 경찰이 풀어야 할 의혹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밤중 국민의당 김광수(전59ㆍ전주갑) 의원에게 폭행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A씨(51ㆍ여)가 지난 6일 전북 전주시 효자동의 한 원룸 주차장에서 자신의 흰색승용차운전석에 앉아 있다. 김호 기자

한밤중 국민의당 김광수(전59ㆍ전주갑) 의원에게 폭행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A씨(51ㆍ여)가 지난 6일 전북 전주시 효자동의 한 원룸 주차장에서 자신의 흰색승용차운전석에 앉아 있다. 김호 기자

경찰이 밝혀야 할 첫째 핵심 의혹은 그날 새벽 원룸에서 폭행이 있었는지 여부다. A씨는 "폭행을 당한 일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김 의원을 폭행 및 상해 혐의로 입건한 경찰은 A씨의 진술이 거짓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이 A씨를 회유했는지에 대한 의혹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사건 발생 당일 날이 밝은 뒤에도 A씨와 함께 원룸에 있었다. 당시 A씨는 원룸을 찾아온 전주 완산경찰서 형사과 소속 경찰관들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다가 이날 오전 늦게 경찰서가 아닌 인근 파출소에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이 처음 원룸에 도착한 5일 새벽에 "살려 달라"고 했던 A씨는 인근 서신지구대에 가서는 "폭행은 없었다"며 말을 바꿨다. A씨는 지구대에서 이뤄진 1차 조사 때까지 김 의원을 시종 '남편'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가 '현역 국회의원'이란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사진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사진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김 의원도 처음 지구대에서 인적사항을 파악할 때 이름과 주소·생년월일만 밝힌 채 직업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더구나 평소 안경을 끼는 김 의원은 경찰에 체포될 때 안경을 벗은 상태였다. 경찰들이 김 의원의 신원을 정확히 알게 된 것은 그에 대한 간단한 조사를 마친 뒤 다친 엄지손가락을 확인하고 오전 3시15분쯤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 치료를 받도록 조치한 뒤였다고 한다. 지구대 관계자는 "한 경찰관이 김 의원에게 (조사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전화를 거니 휴대전화 화면에 '전주 완산갑 김광수 의원입니다'라는 멘트(레터링)가 떠서 알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는 "선거를 도운 지인의 자해를 말리다 벌어진 소동"이라는 김 의원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게 떳떳하다면 왜 처음부터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사실 그대로 밝히지 않았냐"는 것이다.
 
대선 기간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조폭 동원 논란'을 빚은 사진. 지난 3월 전북 전주에서 열린 한 간담회에서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왼쪽)과 안철수 전 대표가 JC(청년회의소) 회원들과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대선 기간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조폭 동원 논란'을 빚은 사진. 지난 3월 전북 전주에서 열린 한 간담회에서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왼쪽)과 안철수 전 대표가 JC(청년회의소) 회원들과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김 의원은 '원룸 사건'에 대한 의혹이 커지자 지난 5일 출국 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A씨는 캠프에서 선거를 도왔던 분으로) 우울증이 있다. 전화를 받았는데 (자해 등) 문제가 있을 것 같아 찾아갔다. (A씨가) 흉기를 배 부위에 가져가 자해하려는 것을 막던 중 내 손가락을 다쳤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한밤중에 홀로 사는 A씨의 집에 단둘이 있었던 점을 들며 두 사람 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지만 김 의원은 미국으로 떠난 뒤인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과 다르다.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반박했다.
 
[사진 JTBC]

[사진 JTBC]

이때까지 경찰도 김 의원이 밝힌 수준에서 사건 내용을 공개했다. "(현행범 체포가 아닌) 임의동행을 했다"고 경찰이 설명해 그때까지는 김 의원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듯했다.
 
하지만 지구대 경찰관들이 출동했을 당시 A씨가 김 의원을 '남편'이라고 지칭했던 점, 심하게 어지럽혀진 원룸 내부에 핏자국이 있었던 점, A씨의 몸에 피멍이 든 상태였던 사실 등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김 의원과 경찰이 의도적으로 사건의 심각성과 수위를 낮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경찰 지휘부가 김 의원 측과 '말 맞추기'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건 초기 경찰의 설명과 김 의원의 해명이 거의 일치해서다. 계획적인 말 맞추기는 없었더라도 경찰이 현역 국회의원인 김 의원의 눈치를 보며 '스스로 알아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전주 완산경찰서 [사진 다음로드뷰]

전주 완산경찰서 [사진 다음로드뷰]

현재 전북 지역 국회의원 10명 가운데 김 의원을 포함해 7명이 국민의당 소속이다. 김 의원은 더구나 국민의당 전북도당 위원장을 맡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조희현 전북지방경찰청장은 지난 7일 뒤늦게 김 의원 사건 경위 일부를 공개하며 "'봐주기 수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이 늦은 시각에 혼자 사는 여성 집에 간 이유가 뭐냐' 등 민감한 질문에는 "사적인 부분"이라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연루된 이번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경찰 내부에서조차 군색한 반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김 의원이 1년여 전부터 수시로 A씨의 원룸을 드나들었으며 두 사람 사이가 부부처럼 보였다"는 복수의 이웃주민 목격담이 나오면서 의혹이 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정치인에게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김 의원의 행동은 위법 여부를 떠나 부끄러운 일"이라며 "'선거를 도운 여성'이라는 김 의원의 말을 믿더라도 사람이 죽으려고 하면 112에 신고부터 하는 게 상식적인데 해명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김 의원이 경찰에서 성실하고 진실되게 해명해 의혹에서 말끔히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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