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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렷, 경례' 장관 구호에 고개숙인 경찰 지휘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에서 둘째)의 경례 구호에 따라 이철성 청장(맨 왼쪽),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맨 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춘식 기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에서 둘째)의 경례 구호에 따라 이철성 청장(맨 왼쪽),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맨 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춘식 기자

 
"차렷! 국민들께 경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구령에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 등 경찰 지휘부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TV중계로 이 모습을 지켜본 한 간부급 경찰관은 “이토록 한심하고 치욕적인 경찰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어른이 아이들 싸움을 말리고 화해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13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로 경찰 지휘부를 소집했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남부) 지방경찰청장들과 경찰청의 과장급(총경) 이상 간부 전원이 참석했다. 다른 지방경찰청장들은 화상 회의 방식으로 참여했다.
 
긴급 회의가 열린 것은 이른바 ‘민주화 성지’ SNS 게시글 삭제 논란으로 불거진 이 청장과 강 학교장 사이 갈등 때문이다. 김 장관은 “대통령이 직접 지휘권 행사를 고민한 걸로 안다. 하지만 경찰에게 기회를 주라는 주변 참모 전언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조속히 논란을 불식시키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일이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긴급 회의 명목으로 경찰 간부를 불러 모은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김 장관은 회의 시작부터 경찰 지휘부를 강하게 질책했다. 그는 “안보상황이 불안정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해야 할 여러분이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뼈를 깎는 반성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국민들이 여러분을 버릴 것이다”고 경고했다. 
 
김 장관은 이어 “오늘부터 일체의 자기주장이나 상대에 대한 비방, 반론 등을 중지해 달라. 오늘 이 시각 이후에도 불미스런 상황이 되풀이 된다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그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기자들에게도 “언론인들께 부탁드린다. 재미있는 사건이지만 국민들 마음 힘들 때 경찰과 국민 갈라놓으면 대한민국을 누가 책임지겠느냐”며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김 장관의 질책에 이 청장은 “부끄럽고 송구스럽다. 깊이 반성한다. 지휘부 모두가 심기일전해 경찰 본연의 직무에 매진하겠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강 학교장도 “국민 여러분과 동료 경찰관께 송구스럽다. 절차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의혹이 처리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강 학교장의 발언 이후 김 장관이 “국민들 앞에 사과 인사하세요”라고 말해 강 학교장이 일어선 뒤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읽은 뒤 김부겸 장관의 권유로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김춘식 기자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읽은 뒤 김부겸 장관의 권유로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김춘식 기자

 
그 뒤 김 장관은 대국민 사과문을 낭독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인 제가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드린다. 12만 경찰이 한 마음으로 반성하고 거듭나겠다”고 했다. 김 장관은 사과문을 읽은 뒤 이 청장과 강 학교장 등을 불러모아 경례 구호를 붙이며 카메라 앞에서 단체로 허리를 굽혔다. 
 
김 장관의 질책과 경찰 수뇌부의 사과가 생중계되자 경찰관들은 당혹스러워 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경찰청 간부는 “발언 수위도 높았지만 경례 퍼포먼스는 생각도 못했다. 당황스러워서 청장이 고개를 숙일 때 나도 땅만 바라봤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경찰 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개혁 작업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새 정부의 핵심적 국정 과제이자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첫 관문이다. 불미스런 내홍의 목욕물을 버리려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인권 경찰로의 재탄생이라는 아기까지 버릴 수는 없지 않겠나”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8일 광주경찰청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물. [광주경찰청 페이스북 캡처]

지난해 11월 18일 광주경찰청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물. [광주경찰청 페이스북 캡처]

이번 갈등은 지난 7일에 불거졌다. 강 학교장이 광주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11월 광주경찰청이 올린 페이스북 안내문을 읽은 이 청장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화의 성지'라는 표현을 문제 삼으며 글을 삭제토록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강 학교장은 이후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 촛불로 이 정권(박근혜 정권)이 무너질 것 같냐”며 막말을 했다고 주장했고 이 청장이 이를 부인해 ‘진실공방’이 펼쳐졌다.
 
갈등이 커지자 경찰관들은 자괴감을 드러냈다. 경북 울진에서 경찰관 생활을 하고 있다는 A씨는 지난 8일 경찰 내부 통신망에 “조직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용단을 내려달라”며 이 청장과 강 학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서울시내 경찰서에 근무하는 한 경찰은 "우리가 현장에서 고생하면 뭐하나. 고위직이 저젛게 싸우면 경찰 전체가 욕 먹는다"고 말했다. 이철성 청장은 김 장관이 떠난 뒤의 비공개 회의에서 “면목이 없다”고 간부들에게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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