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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보는 수능 개편안, 대입 삼중고 초래 우려

교육부가 오는 2021학년도부터 적용할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10일 공개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룸에서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치르게 될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교육부가 오는 2021학년도부터 적용할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10일 공개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룸에서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치르게 될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중3 둘째 자녀를 둔 주부 김모(43·서울 서초구)씨는 현재 중 3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시안’이 나온 지난 10일 이후 마음이 혼란스럽다. 김씨는 “아이가 수학·과학을 어려워하는데 물리·화학 등이 혼재된 통합과학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고교 중간·기말고사에서 이 과목을 잘못 보면 내신이 나빠져 대학 입시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심란하다”고 말했다.
 
이번 시안에 따르면 중3이 치르는 수능에선 절대평가가 현재의 영어·한국사에서 통합사회·과학을 포함해 4과목으로 늘어나거나(1안), 아니면 수능 전체 7개 과목으로 확대된다. 현재로선 1안 채택이 유력시되고 있다. 1안이 채택될 경우 국어·수학·탐구영역은 상대평가로 남게 된다. 김씨는 “올해 고2인 큰애가 수능과 내신, 비교과를 동시에 준비하느라 대상포진에 걸리기도 했다. 지금도 대학 가기가 이렇게 힘든데, 둘째는 부담이 더 늘어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중3이 치를 수능 개편 시안이 공개된 뒤 학부모·교사들로부터 “현재 수능의 가장 큰 문제인 무한경쟁은 해결하지 못한 채 입시만 복잡하게 만들어 개악(改惡)”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가 교사와 입시전문가들을 취재해 보니 현재 중3은 수능 개편에 따라 삼중고(三重苦)로 겪게 될 것으로 분석됐다. 신설된 통합사회·통합과학 학습 부담, 내신 경쟁 심화, 국어·수학·탐구 풍선효과 등이다. 
 
통합사회는 경제·지리·세계사·사회문화·윤리 등 기존 사회과목들이, 통합과학은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등 기존 과학 과목이 결합하는 신설 과목이다. 이 통합 과목들은 한 교과서 안에 여러 개별 교과의 내용이 혼재돼 학습 내용과 분량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이 우려됐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수능 개편안을 발표하며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중3과 고1을 잇는 중간 단계의 과정이라 모든 학생이 이수하는 공통과목에 포함하고 고1 때 가르친다”며 “수능에는 고1 수준으로 쉽게 출제하고 절대평가를 적용해 학생의 학습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교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신동원 휘문고 교장은 “통합사회·통합과학을 고1 때 가르치면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수능을 준비하는 고3 때 이 과목을 복습해야 한다.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부담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고교 교육과정과 수능 과목이 따로 놀아 사교육 유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 과목에 대해 일선 교사들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서울의 한 일반고 과학 교사는 “당장 내년 3월부터 수업을 해야 하는 데 아직 교과서도 나오지 않았다. 교재 연구를 미리 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교사들도 ‘일단 두고 보자’며 열의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교과서는 여러 교과가 통합돼 융합적 주제를 다루더라도, 막상 학교에서 수업할 때는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등 개별 과목으로 일일이 쪼개 기존 수업과 똑같이 가르치게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학생·학부모가 사교육을 생각하게 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는 “통합과목에선 자사고나 특목고 등 이미 토론 수업에 특화된 학교와 일반고 간에 수업 질이 현격히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반고 학생이 이 간극을 메꾸려면 사교육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두번째 부담은 개편 시안 중 1안(국어·수학·탐구 등 3과목을 상대평가로 유지), 2안(모든 과목 절대평가 전환) 중 무엇이 채택되든 절대평가가 현재보다 많아져 내신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두  시안 모두 현행 수능보다는 절대평가가 확대 적용되는 것”이라며 “이미 상위권 대학은 학생부 위주의 수시모집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뀌어 변별력이 낮아지면 대학은 더욱 내신을 중시하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교사들은 대입에서 수능보다 내신이 중요해지면 학교는 더욱 치열한 '내신 전쟁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혜남 문일고 진학부장은 “내신이 대입의 중요한 지표가 되면, 학교가 앞장서서 학생들을 줄세워야 한다. 중간고사·기말고사는 물론 수행평가 점수까지 대입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면 학생들은 일상이 경쟁이 되고 학교생활이 파행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미 사교육 시장도 내신 위주로 재편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교육컨설팅업체 스터디홀릭의 강명규 대표는 “대치동이나 목동 등 교육특구 지역에서 대형 강의가 줄고 학교별 내신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소규모 컨설팅 업체가 성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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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택 가능성이 높은 1안으로 확정될 경우 상대평가로 남게 되는 국어·수학·탐구과목으로 변별력이 중요해져 이들 과목의 사교육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세번째 부담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개편 수능에서는 절대평가 과목은 기본만 하면 되고 상대평가 과목에서 1, 2점 차이가 등수를 결정할 수 있다. 특히 국어나 수학 등 주요과목으로 사교육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 말했다. 
 
2개에서 1개 과목으로 줄어든 탐구영역도 상대평가가 유지되면서 입시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수능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 전형에서 국어·수학 성적만으로 변별이 되지 않을 경우 탐구영역 점수가 순위를 결정하게 된다. 이효근 하나고 과학 교사는 “선택과목별로 시험 난이도와 응시학생 수 등에 차이가 있어 수험생의 실력이 아니라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등급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며 “입시에 유리한 탐구영역을 선택하고 점수를 확보하기 위해 사교육 컨설팅이나 단과 수업에 의지하게 될 공산이 높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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