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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째 대문에 태극기 걸고 부국 기원’, 이옥선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태극기 사랑

충북 유일의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7) 할머니. [보은=연합뉴스]

충북 유일의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7) 할머니. [보은=연합뉴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극기가 펄럭이는 집이 있다. 속리산 국립공원 길목인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에 있는 충북 유일의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7) 할머니 집이다.

 
세계 위안부의 날(8월 14일)과 72주년 광복절(8월 15일)을 앞둔 13일에도 여전히 이 할머니의 집 대문 기둥에는 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이고 있다.
 
이옥선 할머니는 “나라를 잃은 백성의 설움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조국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크고 든든한지 알려줘야 한다”며 365일 태극기를 게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대구가 고향인 이 할머니는 열여섯 살이던 1942년 일본군에 끌려갔다. 그곳에서 2년 넘게 지옥 같은 위안소 생활을 했다.
 
일본이 패망한 뒤 중국인의 도움으로 조국에 돌아왔지만,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갈 곳은 없었다. 주변의 눈을 피해 속리산에 들어온 할머니는 식당 등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결혼했지만 20년이 넘도록 아이조차 가지지 못했다.
 
고열과 함께 전신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으로 일상생활도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힘차게 펄럭이는 태극기를 본 이 할머니는 가슴 속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울컥 솟아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30년 넘게 태극기가 게양된 충북 유일의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7) 할머니 집. [보은=연합뉴스]

30년 넘게 태극기가 게양된 충북 유일의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7) 할머니 집. [보은=연합뉴스]

 
이 할머니는 “백성을 지켜주지 못한 나라가 원망스러웠지만, 내 나라가 건재하고 내 눈앞에 태극기가 펄럭인다는 것 자체가 큰 감동이었다”라며 “당시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고 말했다.
 
이후 남편과 사별한 뒤부터 아침마다 대문 기둥에 태극기를 걸기 시작한 것이 벌써 30년이 넘었다. 처음 10년가량은 해가 뜰 무렵 태극기를 걸고, 해가 지기 전에 고이 접어 머리맡에 두고 잠을 잤다.
 
이 할머니는 “태극기를 보며 매일같이 나라가 부강해져 다시는 불행이 반복되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보은지역에 소녀상 건립이 추진된다는 소식에 한껏 들떠 있다.
14일 광주광역시 서구청 광장에서 제막될 평화의 소녀상. [사진 광주 서구]

14일 광주광역시 서구청 광장에서 제막될 평화의 소녀상. [사진 광주 서구]

 
이 할머니는 “전국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제막식에서 당시 내가 겪은 일을 증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은지역 200여 곳의 사회단체는 지난 5월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현재까지 8000만원의 성금이 모여 올해 10월 보은읍 시가지인 뱃들공원에 소녀상을 세울 예정이다.
 
구왕회(보은문화원장) 추진위원회 상임대표는 “보은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이옥선 할머니를 모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2009년 정부에서 주는 기초생활수급금과 위안부 생활안정지원금으로 모은 2000만원을 보은군민장학회에 전달해 2011년 훈장인 국민포장을 받았다.

 
보은=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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