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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리포트]중국인들이 젠틀해졌다고? 왜?

 모바일 혁명이 일어나면서 중국인들이 친절해졌고 공짜가 늘어났다.
'비전크리에이터'를 운영중인 정주용 대표 [출처: 블로터앤미디어]

'비전크리에이터'를 운영중인 정주용 대표 [출처: 블로터앤미디어]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는 회사 '비전크리에이터'를 운영중인 정주용 대표의 말이다. 9일 서울 여의도에서 블로터앤미디어가 주관해 열린 '중국디지털 마케팅 인사이트 2017'에서 정 대표는 "과거 10년 넘게 중국으로 출장을 갈 때마다 불편한 서비스 때문에 싸우기만 했는데 이제는 택시 하나를 타도 서비스의 질이 크게 올랐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말에 필자도 공감하는 바가 있었다. 과거 외국인에게 중국어를 가르칠 때 쓰는 교과서에는 "길을 돌아가지 말아주세요(不要绕路)"라는 문장이 나올 정도로 택시기사들의 횡포가 심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중국판 카카오택시에 해당하는 디디추싱을 이용할 때, "지금 내가 탄 차가 길을 돌아가는 것 같다"고 글을 남기면 바로 기사에게 피드백이 간다. 기사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글을 내려달라고 부탁한다. 별점이 안 좋으면 콜 요청을 받을 수 없고 1주일을 공쳐야 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카카오블랙에 해당하는, 가격이 20~30% 비싼 디디좐처를 부르면 흰 장갑을 끼고 행커치프를 한 멋진 기사님이 오신다. [출처: 바이두 백과]

카카오블랙에 해당하는, 가격이 20~30% 비싼 디디좐처를 부르면 흰 장갑을 끼고 행커치프를 한 멋진 기사님이 오신다. [출처: 바이두 백과]

카카오블랙에 해당하는, 가격이 20~30% 비싼 디디좐처를 부르면 흰 장갑을 끼고 행커치프를 한 멋진 기사님이 오신다. 차량 뒷좌석에는 쿤룬 고급생수가 놓여 있다. 기사는 "중국의 에비앙 워터"라고 소개한다.  
[출처: 시각중국]

[출처: 시각중국]

티슈가 놓여 있어서 손을 깨끗하게 닦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충전기도 완비되어 있다. 이게 다 모바일 서비스가 되면서 고객과의 거리가 확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강제적으로(?) 서비스 품질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물값, 전기값 등도 알리 페이먼트를 이용해 다 낼 수 있다. 최근에 베이징 사무실에 갔는데 전기가 우리 방만 들어오지 않더라. 왜냐면 걸어놨던 보증금(중국어로는 야진)이 소진되었기 때문이었다. 집 주인에게 이야기를 하니 지금 알리페이 앱을 켜라고 했다. 집 주인이 알려주는 대로 앱을 따라 실행했더니 5단계만에 다시 불이 들어오더라. 알고 보니 집의 전력 계량기는 사물인터넷(IoT)으로 와이파이와 연동되어 있고, 전기를 켤 수 있는 것도 알리페이 앱과의 연동을 통해 돈만 내면 바로 전기가 들어오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한국이 오히려 뒤쳐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국 출장을 한 달에 두 번 가는데 위안화를 써본 적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위챗 페이로 결제하고 음식점은 메이퇀뎬핑(한국으로 치면 배달의 민족 같은 앱)으로 하고 택시는 디디추싱으로 하면 된다.  
먹방을 생중계하면 음식값을 깎아주는 '츠판즈보(吃饭直播)' [출처: 바이두 백과]

먹방을 생중계하면 음식값을 깎아주는 '츠판즈보(吃饭直播)' [출처: 바이두 백과]

 
이제는 식당에서 메뉴판도 사라졌다. QR코드가 테이블마다 있어서 그걸 찍으면 위챗으로 연동되어 주문도 하고 결제도 한다. 식당주인 아저씨는 내 위챗 아이디를 알게 되기 때문에 고객정보 확보까지 된다. 밥을 먹으면서 스마트폰으로 페북라이브와 비슷하게 밥 먹는 먹방을 동영상으로 올리고 관객을 끌어모으는 '츠판즈보(吃饭直播)'를 하면 밥값도 깎아주는 식당이 많다. 먹방을 잘해서 동영상이 인기를 얻으면 할인을 해주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공짜로 밥 먹는 세상이 온 것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별풍선같은 개념으로 장미꽃을 주기도 하는데 그런 건 5위안(약 900원)이다. 중국은 '츠판즈보'에서 오히려 선진국이다.  
중국에서는 이 같은 '사이버 머니'가 활성화되어 있다. 심지어 "여기서 멀리 있는 곳의 자전거를 옮겨주면 내가 너에게 사이버머니(홍바오)를 줄게"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신청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인센티브를 주더라도 현금으로 곧장 주는 게 아니라 룰렛제도를 쓴다. 단순히 5위안을 줄게라고 하지 않고 "1위안~420위안 사이에서 돈 벌 확률이 있는데 이 룰렛을 한번 눌러봐라"라고 해야 훨씬 인기가 좋다. 중국인들이 도박을 즐기는 심리가 적용된 것이다. (홍바오는 원래 세뱃돈을 붉은 봉투에 넣어주는 것에서 유래했다. 지금은 사이버 홍바오가 유행이다)
 
알리바바 자회사인 '티몰'에는 의약 사이트가 따로 있다. 약도 사고 전문의에게 진료도 받을 수 있다. 의사에 등급도 매길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좋은 의사를 찾을 확률이 늘어났고 의사들은 의사들대로 고객에게 다가갈 창구가 열린 것이다. 의사들도 온라인으로 환자들과의 면담 일정 캘린더를 작성할 수 있고 때에 맞춰서 문진갈 수도 있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돈을 주고도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가능성이 낮았는데 모바일, 인터넷 덕분에 의료 비용이 현실화되는 측면이 있다. 티몰 약방에서 수면제도 주문할 수 있고 약이 온라인 처방전을 통해서 나가기도 한다. 정부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암거래 시장에서 거래되어 세수(稅收)로 안 잡히는 것보다는 차라리 모바일 상에서 판매하도록 두자라는 태도다.  
[출처:티몰 의약 홈페이지 캡처]

[출처:티몰 의약 홈페이지 캡처]

 
이런 것을 하는 알리바바나 텐센트 모두 민영기업이다. 이들에게는 효율적이고 투명한 면이 있고 시대를 앞서가는 혁신을 주도한다.  
중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투명하고 효율성이 높으며 우수한 개인이 주도하는 기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은 스마트하게 제조해서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판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 질은 더 개선되고 중간 유통 마진이 줄면서 비용 절감이 된다. 이 이득을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누리는 것이다. 중국의 오프라인 쇼핑몰들이 파리 날리는 이유도 간단하다. 인터넷 상점에서 다 사니까 그렇다.
 
과거 중국의 경제성장은 정부 주도, 철도, 천연자원이라는 키워드로 대표됐다. 이때는 이권이 개입되어 부패하기 쉬웠고 비효율적인 면도 강했다. 이제는 다르다. 중국 기업들은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얻은 빅데이터를 입에 물고 승천하는 용이 되고 있다.  
 
정부의 기업에 대한 태도도 상반된다. 한국은 이제야 카카오뱅크가 돌풍을 일으켰는데 중국은 텐센트에서 3년 전에 이미 했다. 리커창 총리가 모바일 뱅킹을 시작할 때, 오픈식에 참석해 격려를 하기도 했다. 잘하는 기업을 규제하는 게 아니라 잘 하는 기업이 하는 거 보면서 규정을 만들겠다는 태도다. 실제로 텐센트에서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런칭한 9개월 후에 중국에서 금융종합법에 대한 잠정 규정이 나왔다. 반면 한국은 사업자 선정에만 1년이 걸릴 정도다.  
자동차 업체마저 뛰어든 모바일 혁명
"차 놀리지 말고 공유해서 돈 버세요!"
시진핑 주석이 볼보와 접견할 때 참석한 리수푸 지리자동차 회장(시진핑 주석 오른쪽옆) [출처: 바이두 백과]

시진핑 주석이 볼보와 접견할 때 참석한 리수푸 지리자동차 회장(시진핑 주석 오른쪽옆) [출처: 바이두 백과]

 
기존 제조업인 자동차 기업마저 모바일 혁명에 뛰어들었다. 매출과 이익 성장률이 매년 2배씩 뛰는 중국 토종 지리자동차를 보자. 요즘에 뜨는 기업가 DNA를 가진 리수푸 회장이 이끌고 있다. 이 사람은 1963년에 타이저우에서 태어난 자수성가형 인재다. 19살에 아버지에게 돈을 물려받은 120위안(약 2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출장 사진사를 2년 하고 돈을 벌어 2개의 사진관을 보유하게 된다. 이때부터 기업가 기질이 있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돈이 될 게 뭘까를 고민하다가 냉장고에 눈을 떴다. 냉장고 부품 회사를 인수해서 제조를 하고 판매를 해서 20대 중반엔 냉장고 회사 사장이 됐다. 그러다가 오토바이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기존에 있는 오토바이 회사와 합작해서 중국 최초의 스쿠터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매출 1조원를 내는 지리자동차를 일궜는데 마침 고급 차량인 볼보가 불과 1조원 가치에 매물로 나온 것을 보고 리수푸는 "볼보의 브랜드 값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볼보를 인수한 뒤 그는 지리자동차에는 돈을 거의 안 쓰고 스웨덴 볼보에 송금을 해서 R&D에만 13조원을 넘게 투자를 했다.  
 
지리 자동차가 내놓은 획기적인 SUV가 있다. 3000~4000만원짜리 SUV 브랜드 링크앤코(Lynk&Co)를 런칭했는데 중국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좋아할 만한 자동차다. 내년부터 팔리게 될 것인데 이 차의 특징은 공유형 모드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링크앤코 자동차 [출처: 링크앤코 홈페이지]

링크앤코 자동차 [출처: 링크앤코 홈페이지]

컨셉은 이렇다. "지하주차장에 내 차(링크앤코 SUV)가 파킹되어 있으니, 시간당 얼마를 나에게 주고 쓰신 뒤엔 제자리에 갖다 놓으세요"라고 해서 차를 충분히 활용하게 한 것이다. 이렇게 차를 빌려준 대가로 돈을 벌 수 있다. 차를 할부로 샀다면 원리금 상환하는 데 쓸 수도 있겠다.  
회사 다니며 돈 부족하지? 평일에 차 놀리면 뭐해...라는 컨셉으로  
자동차를 산다는 개념에 변화를 준 것이다. 소유가 아닌 공유다.
지리 자동차는 항저우, 칭다오 등에서 차오차오좐처(曹操专车)라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조조택시.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를 중국어로 차오차오라고 하는데, 중국 속담 중에 "조조를 부르면 조조가 온다(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라는 게 있다. 여기서 착안해 콜 택시 서비스 이름을 조조택시라고 붙인 것이다. [출처: 바이두 백과]

조조택시.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를 중국어로 차오차오라고 하는데, 중국 속담 중에 "조조를 부르면 조조가 온다(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라는 게 있다. 여기서 착안해 콜 택시 서비스 이름을 조조택시라고 붙인 것이다. [출처: 바이두 백과]

 
우리는 현대차가 카카오택시 안 하는데 중국 자동차는 이런 면에서 획기적이다. 심지어 항저우는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곳이다. 알리바바가 디디추싱의 주요 주주인데도 항저우에선 조조 택시가 인기 최고다. 오히려 디디 택시는 잘 안 잡히고 전기차로 된 조조택시가 바로 오더라. 이렇게 되면 지리의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란 걸 바로 알 수 있다. 서비스와 제품을 잘 연결한 사례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차이나 머니'의 투자다. 2015년 중국의 벤처 캐피털 펀드레이징 규모만 2310억 달러(264조원)에 달한다. 그리고 중국 벤처캐피털(VC)에 의해 투자 받은 기업만 780곳이다.  
 
중국에서는 모바일을 통한 혁신이 게임, 결제(페이먼트), SNS, 콘텐츠 등에서 이뤄졌고 이제 더 혁신이 남은 분야는 금융(신용 등)과 의료 분야인 듯하다. 중국이 혁신을 꾀하면서 한국 업체가 경쟁력을 갖춘 분야도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의류나 콘텐츠에서의 경쟁력도 사라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화장품은 의료와 맞물릴 수 있어서 당분간은 경쟁 우위가 있을 것으로 본다.  
 
차이나랩 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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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