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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들여다보기]‘호텔링 모델’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바른정당 지지율은 왜 제자리일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당권 경쟁에 뛰어들며 ‘극중주의(極中主義)’를 내걸었다. 그는 지난 3일 8·27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에서 ‘극중주의’에 대해 “극좌나 극우처럼 좌우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치열하게 국민에 도움이 되는 일에 매진하는 것”이라며 “이 노선을 국민에게 알리는 기회가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3일 당 대표 선출을 위한 8ㆍ27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극중주의'를 내걸었다. 조문규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3일 당 대표 선출을 위한 8ㆍ27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극중주의'를 내걸었다. 조문규 기자

 
보수 정당인 바른정당도 ‘중도보수’를 앞세워 자유한국당과 차별화하는 방식으로 ‘마케팅’ 중이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11일 충청지역을 찾아 “대전과 충청은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고 바른 정치를 추구하는 만큼 저희에겐 소중하고, 우선순위를 두는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19일 오후 대구 동성로를 방문한 바른정당 이혜훈(왼쪽)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시민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프리랜서 공정식]

19일 오후 대구 동성로를 방문한 바른정당 이혜훈(왼쪽)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시민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프리랜서 공정식]

대선 후 신생 정당들은 저마다 중도에서 길을 모색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운데를 중심으로 왼쪽에 있다는 평가를 받은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을 더 왼쪽에 두고 우향으로, 가운데에서 오른쪽에 있는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보다 좌향으로 이동하며 경쟁력을 높이려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경제학에서 쓰이는 게임이론의 ‘호텔링 모델’로 이를 설명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해럴드 호텔링이 제시한 ‘호텔링 모델’은 일종의 ‘로케이션 게임’이다. 어느 쪽에 자리를 잡아야 많은 고객을 잡을 수 있는지를 이론화한 것이다. 흔히 해변가의 아이스크림 가게의 위치를 예로 들어 소개되곤 한다. 
해럴드 호텔링 교수 [위키피디아 캡쳐]

해럴드 호텔링 교수 [위키피디아 캡쳐]

가령 양끝 길이가 100m 가량 되는 해변에서 2명의 상인이 같은 품질의 아이스크림 가판대를 만들려고 한다면 어느 쪽에 자리잡는 것이 가장 좋을까. 10m 간격으로 0~10까지의 지점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호텔링 모델 [자료 PBA]

호텔링 모델 [자료 PBA]

B가 8 지점에서 가판을 차린다면 A는 7 지점에서 자리잡을 때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B의 판매범위는 8~10에 불과하지만 A의 판매범위는 1~7까지 넓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A가 2에, B가 3에서 가판대를 차린다면 상황은 역전된다.

 
따라서 ‘호텔링 모델’에서는 A와 B가 각각 중간 지대인 5와 6 지점에 자리잡을 것을 권한다. 상대에게 뒤지지 않고 비슷한 규모의 판매 범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링 모델’은 경제학에서 파생됐지만 정치학에서도 곧잘 인용된다. 미국의 정치학자 앤서니 다운즈와 던컨 블랙 교수는 이를 ‘중위투표자 정리’로 정리했다. 두 정당이 과반수 득표를 위해 극단적 사업보다는 주민의 중간 수준 선호 사업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정강정책에서 큰 차이는 없다는 점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또, 지난 프랑스 대선과 총선을 모두 승리한 ‘앙마르슈’도 중도 성향 정당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3일 ‘극중주의’를 설명하며 “이미 프랑스가 극중주의로 정권을 잡았고 전 세계적으로 파급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5월 7일 파리 1구 초등학교 투표소 앞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기욤(왼쪽)과 그의 친구들이 대선 결선투표를 마친 뒤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의 포스터 앞에 섰다. 뒤의 기호 2번은 마린 르펜 후보. 기욤은 극좌 장 뤼크 멜랑숑의 지지자였으나 르펜의 당선을 막기 위해 마르롱을 찍었다고 했다. [중앙포토]

5월 7일 파리 1구 초등학교 투표소 앞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기욤(왼쪽)과 그의 친구들이 대선 결선투표를 마친 뒤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의 포스터 앞에 섰다. 뒤의 기호 2번은 마린 르펜 후보. 기욤은 극좌 장 뤼크 멜랑숑의 지지자였으나 르펜의 당선을 막기 위해 마르롱을 찍었다고 했다. [중앙포토]

 
하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기대와 다르게 ‘호텔링 모델’이 현실에선 별로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
대선 이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모두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넘은 적이 없다. 11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당 지지율에 따르면 국민의당 4%, 바른정당은 6%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각각 50%, 11%에 달한다. (8월 8일~10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해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
최근 20주간 정당 지지율 [자료 한국갤럽]

최근 20주간 정당 지지율 [자료 한국갤럽]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정치에서 호텔링 모델이 적용되기에 몇 가지 한계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①다당제 환경의 한계=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호텔링 모델의 주요 가정은 두 개의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두 개의 정당이 경합할 때 중간 지대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중간 지대로 정당의 정책적 입장이 수렴한다는 것”이라며 “현재 한국과 같이 다당이 경쟁하는 상황에서는 중도로의 수렴이 균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5월 7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뉴시스]

5월 7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뉴시스]

다만 한 교수는 “프랑스의 마크롱의 선전은 프랑스 좌우정당이 유권자 동원에 실패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만약 민주당과 한국당이 좌우 유권자로부터 외면당한다면 가능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②지역주의라는 벽=영·호남을 중심으로 한 공고한 지역주의도 꼽힌다. 엄태석 서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영남 사람들이 보수라서, 호남 사람들이 진보이기 때문에 한국당과 민주당에 높은 지지를 보내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이념적 중도주의가 ‘제 값’으로 평가받기엔 어려운 여건”이라고 말했다.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부산에서 73.3%, 김대중 전 대통령은 광주에서 95.8%의 지지율을 얻었다. [중앙포토]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부산에서 73.3%, 김대중 전 대통령은 광주에서 95.8%의 지지율을 얻었다. [중앙포토]

한 교수는 “국민의당이 중도를 선택한 것도, 또 안 전 대표가 ‘극중주의’를 들고 나온 것도 호남에선 이미 민주당과의 경쟁이 버겁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합당론’이라는 유령=각각 ‘모체’였던 한국당 및 민주당과의 합당론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홀로서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바른정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지역에서는 ‘중도보수’에 대한 관심 보다는 한국당과 합쳐 여권의 강력한 대항마가 되어달라는 목소리가 더 크다”고 토로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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