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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최재식의 연금 해부하기(4) 국민연금은 남는 장사, 무조건 부어라

먹고 사는 일은 젊어서나 늙어서나 어렵다. 그래도 노년이 더 막막하고 절망이더라. 그런데도 연금제도가 미운가, 그리도 싫은가?
 
“왜 허락도 없이 월급에서 보험료를 떼어가는 거야? 나중에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연금인데 말이야! 그냥 두면 어련히 알아서 준비할까. 셀프 효도, 각자도생(各自圖生) 시대에 정말 ‘헐’이다 헐~” 연금 하나로 노년을 살아가는 바우씨를 보면서도 젊은 조카는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연금보험료가 아깝기만 하다.
 
 
공적연금 강제가입은 무죄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은 강제 가입이 원칙이다. 직장 있고 소득 있는 대한민국 성인은 4대 공적연금 중 하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도대체 정부는 왜 싫다는 사람까지 끌어들여 제도를 운용할까? 자유주의 국가라면 개인의 문제는 그냥 개인의 책임에 맡겨 두면 될 텐데.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자. 연금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부자일까, 가난한 사람일까? 당연히 가난한 사람이다. 부자는 연금 없이도 잘 산다.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 모습 [중앙포토]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 모습 [중앙포토]

 
그런데 공적연금 가입을 자율에 맡기면 가난한 사람은 연금 가입을 피할 게 뻔하다. 당장 먹고 살기도 바쁘기 때문이다. 반면 부자들은 연금 가입을 늘려 노후를 더 빵빵하게 준비할 것이다. 결국 노후에 연금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은 연금을 못 받고, 연금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은 연금까지 받아 더 풍요로워지는 ‘역 선택(adverse selection)’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그냥 방치하지 않는 것, 이것은 복지국가의 책무다. 그러니 공적연금 강제 가입은 무죄다.
 
공적연금 강제 가입 근거로 ‘온정적 간섭주의’를 들기도 한다. 월급 받아 쓸 궁리만 하는 자녀에게 부모가 “젊을 때 한 푼이라도 더 저축하라”고 타이르는 것처럼 정부가 강제적으로 개인의 노후를 대비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부정주의(父情主義; paternalism)’라고도 하는데 라틴어로 ‘파테르(pater)’는 ‘아버지’를 뜻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자신의 노후를 책임지는 유익한 행동을 스스로 하지 않을까? 그것은 우리가 젊기 때문이다. 실제로 늙어보기 전에는 연금이 피부에 와 닿는 내 것이 아니기에 근시안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공적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 
 
공적연금은 남는 장사다. 소득이 평균보다 적을수록 더 그렇다. 우리나라 공적연금에는 ‘소득 재분배’ 요소가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이런 거다. 보험료를 낼 때는 누구나 자신의 소득을 기준으로 낸다. 그런데 연금을 받을 때는 ‘내 소득과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을 더한 금액을 2로 나눈 금액’으로 계산해서 받는다. 소득이 평균 보다 적으면 평균 쪽으로 올라가고, 평균 보다 많으면 평균 쪽으로 내려서 받는 것이다. 따라서 월급이 적다고 연금 가입을 회피할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고소득자는 소득 재분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걸까? 산식 자체로 보면 불리하다. 그렇지만 현재 연금제도는 상위소득자도 수익비가 1을 넘는다. 즉 내는 보험료보다 받을 연금이 더 많아 손해가 아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공적연금이 개인연금보다 유리할까? 정부기관보다는 민간의 금융기관들이 기금을 더 잘 운용할 것 같은데.” 바우씨 조카는 여전히 공적연금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면서 불만이다. 왠지 민간 금융기관이 공적연금 운영기관보다 높은 수익을 낼 것 같다. 그래서 개인연금이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보다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렇지도 않지만, 그런데 두 연금을 비교하는데 있어 진짜 중요한 것은 기금수익률이 아니다.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개인연금은 대체로 ‘확정기여방식(DC)’을 채택하고 있다. 적립보험금의 원금과 운용수익에서 경비와 이윤 등을 공제한 금액을 연금으로 분할 지급한다. 쉽게 말해 자기가 낸 돈에 이자 붙여 돌려받는 것이다.
  
이에 반해 공적연금은 ‘확정급여방식(DB)’으로 운영된다. 연금지급률이 먼저 결정되고 여기에 맞는 적정 보험료가 설정된다. 운영경비도 국가가 댄다. 현행 공적연금은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모두 내는 보험료보다 받는 연금이 많게 설정돼 있다. 물론 보험료는 개인과 사용자가 내는 보험료를 더한 총 보험료다.  
 
수리적으로 계산해 봐도 공적연금이 개인연금보다 훨씬 유리하다. 그래서 계산 빠른 서울의 강남 아줌마들도 모두 국민연금에 임의 가입한 것 아닌가.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다. 연금공단은 무슨 재주로 거둬들이는 보험료보다 많은 연금을 지급할 수 있을까? 그 비결은 이렇다. 연금 지출은 제도 도입 초기일수록 적다. 그러다 제도가 성숙돼 연금수급자가 많아지면 본격적으로 지출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초기 가입자들에게는 내는 돈보다 많은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나라들이 연금 받을 수준을 미리 정해 놓고 제도 성숙과 함께 보험료를 점차 높여가는 ‘부분적립방식(partial funding)’을 택하고 있다. 장차 지급해야 할 연금 중 일부만 기금으로 적립하고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분적립방식이 ‘부과방식(pay-as-you-go system)’으로 전환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여기서 ‘부과방식’이란 연금 지급에 필요한 만큼 그때그때 보험료를 갹출하는 것을 말한다.  
 
 
보험료, ‘미워도 다시 한번’
 
우리나라의 경우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오래 전에 부과방식으로 전환됐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이 곧 그렇게 될 것이고, 한참 후에는 국민연금도 부과방식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부과방식의 연금제도는 보험료와 연금액이 동일한 ‘수지상등 원칙’이 지켜져야 영속적으로 운영된다. 즉, 선배 세대가 받을 연금은 후배 세대의 부담 능력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점진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공적연금은 우리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제도다. 합리적으로 제도를 다듬어 나간다면 공적연금의 미래는 믿을 만하고, 또 믿어야 한다. 오늘 내 월급에서 속절없이 빠져나가는 보험료가 미워도 다시 한 번 생각을 다듬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최재식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silver2061@hanmail.net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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