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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동산시장, 어떻게 해야 안정될까?

시장을 보는 눈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최근 한국 정부가 단호한 부동산시장 안정대책(8·2대책)을 발표한 이후, 부동산시장이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투기세력을 꺾어 놓았기에 상당 기간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2005년(8·31대책)처럼 일시 주춤했다 부동산시장이 다시 달아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해 의견을 밝히자면, 이 글의 끝 부분에 언급되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시장의 강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런 판단을 내리는 이유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부동산시장이 장기 상승 흐름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경제리뷰(AER)에 발표된 논문 한 편이 세계 주요국 실질 부동산가격의 장기 추세를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크놀 박사를 비롯한 세 명의 경제학자들은 1870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140년에 이르는 동안 전 세계 14개 나라의 실질 부동산 가격의 흐름을 조사한 결과 부동산 가격은 장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얻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전 세계 실질 부동산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았지만, 갑자기 1970년대부터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기간 단위로 끊어서 계산해 보면, 1913년부터 1960년까지는 연 평균 0.8%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1961년부터 2016년까지는 연 평균 2.1%씩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1950년대까지는 물가 상승률과 비슷
0.8% 상승이나 2.1% 상승이나 큰 차이 없는 것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이 수익률은 복리이기에, 사소해 보이는 차이라도 오랜 기간 누적되면 그 영향력은 만만치 않다.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던 1913년을 100이라고 가정하면, 1960년 실질 부동산가격은 148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것이 1980년에는 326이 되고, 2000년은 427, 그리고 2016년에는 무려 512까지 상승하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 1960년까지 세계 부동산 시장은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기에 급급한 지루하고 심심한 시장이었다면, 그 이후에는 상승률도 가파르며 매우 역동적인 시장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왜 세계 부동산시장은 1960년대 이후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했을까? 크놀 박사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다양한 방면으로 원인을 탐구한다. 처음에는 엘리베이터와 상하수도의 설치 같은 새로운 문명의 이기들이 신축주택에 투입되었기 때문인지 살펴봤다. 즉 건축비의 상승이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가설은 금방 기각됐다. 왜냐하면 기술혁신과 대량생산 덕분에 엘리베이터나 상하수도, 그리고 전기설비 등의 도입 비용이 가파르게 하락해서 주택가격 상승률을 도저히 쫓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대체 어떤 요인이 주택가격의 상승을 이끌었나? 크놀 박사 등은 토지가격의 상승에 주목한다. 즉 건축비의 상승이나 주택환경의 개선 같은 요인을 다 감안하고 봐도 주택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은 결국 주택을 지을 땅값이 올랐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는다. 왜 1960년대 이후 세계의 땅값이 동시다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을까?
 
크놀 박사 등은 철도 건설의 중단에 주목한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선진국들은 철도 건설에 열을 올렸다. 예를 들어 1900년의 철도 총연장이 100이라면, 1950년에는 245다. 단 50년 만에 철도의 총연장 규모가 2배 반 가까이로 늘어날 정도로 활발한 철도 건설이 이뤄졌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교통의 주역으로 부각되면서, 철도를 걷어 내고 그 자리에 도로를 까는 일이 일반화됐다. 이 결과 전 세계 주요국의 철도 총연장은 이후 60년 넘게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 대목에서 철도 건설이 중단된 게 토지가격이랑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한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철도 건설이 일종의 택지공급의 측면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철도망이 건설되어 일할 곳이 많은 대도시로의 통근이 편해지면, 이는 도시의 면적이 확대된 것과 같은 효과를 지닌다. 한국만 하더라도 최근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서울~강릉 철도’ 주변의 주택가격이 급등한 게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수도권 토지공급 늘려야 서울 집값 안정
자동차로 두 시간 이상을 들여야만 서울에 갈 수 있었던 지방 도시를 생각해 보자. 새로운 철도 건설 덕분에 출퇴근 시간이라고 해도 청량리까지 30분 내에 도착할 수 있다면? 더 나아가 그 비용도 다른 교통 수단에 비해 저렴하다면? 이 도시가 경기도 혹은 강원도에 위치했다고 해도, 이미 서울 생활권에 편입되는 셈이다. 즉 새로운 철도의 건설은 도시의 면적 확대와 같은 효과를 지니게 된다. 이런 면에서 최근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망(GTX) 건설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발표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서울 중심의 주택가격 급등 현상, 특히 강남권의 새집 공급 부족 우려를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에 비해, 건설 경기도 부양하고 달아오른 서울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면에서 일석 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물론 좋은 면만 있는 게 아니다. 약 15조원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조기 완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 재정자금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해 정부 총지출 400조원 중에서 도로나 철도 등 이른바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입되는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6.8% 줄어든 22조원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정부 지출이 줄어든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보건·복지·고용 관련 예산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29조원으로 2016년보다 2조6000억원(2%) 늘었다. 노령화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복지 수요가 늘면 인프라 투자 등 다른 항목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가 2018년 예산안부터 확실한 태도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전체 예산에서 SOC가 차지하는 비중을 다시 크게 늘리던가, 아니면 증세를 통해 자금을 마련해 토지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확연하게 보일 수 있다면 부동산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결정적으로 돌려 놓을 수 있을 것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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