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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부 고발은 외과 수술 전 시그널, 적극 대응해야”

내부 고발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
최근 기업들 사이에선 준법 경영이 화두다. 정권마다 이어지는 검찰 수사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윤수(48·사법연수원 27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이런 식의 ‘외과 수술’이 개입하기 전 내부에선 크든 작든 시그널이 있다. 기업들이 내부 고발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 임 변호사는 기업의 형사사건과 영업비밀 침해 사건 등을 주로 맡아왔다. 박근혜 정부 말인 지난해 6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됐다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직후인 11월 청와대를 나왔다. 지난 2일 서울 대치동 율촌 사무실에서 임 변호사를 만났다.
검찰 출신 임윤수 변호사는 김앤장·율촌을 거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다. 박종근 기자

검찰 출신 임윤수 변호사는 김앤장·율촌을 거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다. 박종근 기자


 
왜 내부 고발에 주목해야 하나.
“1기 암은 내시경으로도 떼어낼 수 있지만 치료하지 않고 쌓아두면 결국엔 사람이 죽는다. 기업이 투명해지고 조직이 발전하기 위해선 내부 고발이 가장 강력한 도구다. 무엇보다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은 ‘내부 공익 신고자’ 보호에 대한 사용자의 법적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외국 기업의 경우 내부 고발이 들어오면 로펌에 조사를 맡기는 등 적극적이다. 국내 기업은 주로 감사·법무팀에서 처리한다.”
 
회사 입장에선 긁어 부스럼 아닌가.
“내부 조사는 직원들 생살을 뜯는 일이어서 쉽지 않다. 하지만 부정이나 비리가 생겼을 때 가장 좋은 해결책은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2014년 검찰이 홈쇼핑 업계를 대대적으로 수사한 적이 있다. 일부 직원이 협력업체에서 뒷돈을 받고 납품을 더 받는 관행에 대한 내부 고발이 회사 캐비닛에 수년 동안 쌓여 있었다. 미리 비리를 뿌리 뽑았다면 수사까지 가지 않았을 수 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차량공유서비스 회사 우버(uber)도 성희롱 등 내부고발 사건 200여 건을 묵살했다가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최고경영자(CEO)까지 사임했다. 최근에야 문제가 된 직원 20명을 해고했다.”
 
한국 기업은 정서상 더 어렵지 않을까.
“집안 문제라고 생각해 쉬쉬하는 정서가 있다. 그런데 직원들이야말로 회사 편이다. 대외적으로 아무리 홍보를 잘해도 안에 있는 사람이 밖에 한마디하면 끝이다. 내부 고발자는 개인적 불이익의 위험을 안고 의견을 낸다. 오히려 애사심이 투철한 사람들이다. 특히 이른바 ‘오너 리스크’에 대해선 직원들이 명확한 솔루션을 갖고 있어도 이야기를 못한다. 그래서 로펌 등 제3자가 필요하다.”
 
최근 종근당 회장의 갑질 사건에서 보듯 ‘을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데.  
“최근 들어 갑질이 심해진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을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사람들이 부당한 대우를 더 이상 참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선 대응하기 쉽지 않지만 경우에 따라 일을 더 키울 수 있다.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이 대표적이다.  초기 대응을 잘못해 불필요하게 일이 커졌다. 법조계에선 ‘(조현아 전 부사장이) 구치소로 달려 들어간다’는 말까지 나왔다.”  
 
사건 유형에 따라 유의해야 할 점이 있나.
“성희롱 사건은 여성 피해자를 남성이 조사하다 2차 성희롱이 발생한 경우가 있었다. 원칙적으로 동성이 조사해야 오해의 소지가 적어진다. 횡령 등 금품 사건은 객관적인 증거 확보가 핵심이다. 업무용 e메일에서 증거가 많이 나온다. 스마트폰은 한 대당 A4 용지 6000쪽 분량의 정보가 담긴다. 조사 대상자 PC를 수거해 조사하다 업무 e메일에서 고위 임직원 비리까지 나오기도 한다. 디지털 증거물을 삭제하고 복원하는 기술을 놓고 물밑에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은 수사 기관이 아닌데 조사 대상자의 스마트폰이나 PC를 조사해도 되나.
“당사자 동의가 없을 경우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일본에는 ‘수단과 방법, 절차, 긴급성 등 일정한 요건하에서는 직원의 e메일도 강제로 열람할 수 있다’는 판례가 다수 있다. 한국은 직원의 하드디스크를 강제로 열람한 회사의 비밀침해에 대해 대법원이 최종 무죄 판결한 사례가 있다. 직원의 횡령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는데 1심은 회사가 유죄라고 봤다. 반면 항소심과 대법원은 회사의 중대한 이익 보호를 위해 정당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 측이 컴퓨터 안의 자료를 무작위 열람한 것이 아니라 특정 키워드 분석을 하는 등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한 것이 인정됐다.”
 
내부 고발을 막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면.
“현행법에는 기업을 처벌하는 조항만 두고 있다. 자체 조사를 제대로 한 기업에 대해선 국가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미국에선 뇌물 공여 혐의로 연방수사국(FBI) 수사를 받게 되더라도 기업이 성실하게 협조했다면 기소 면제를 받기도 한다. 한국에는 공정거래위의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가 있다. 내부 고발 사건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국정 농단 사건 터졌을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부에선 어떤 목소리가 있었나.
“공직기강비서관이 되고 나서 5개월 만에 일이 터졌다. 당시 청와대에서 그 사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진실을 규명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토론이 진행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국회의 대통령 탄핵 의결 바로 전날 사표가 수리됐다. 저 나름의 의사 표현이었다. 해당 기간 청와대에 재직한 만큼 책임이 완전히 없다고 하긴 어렵다. 지금은 어렵지만 나중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기업에서 총수 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와 비슷한가.
“대통령을 나라의 CEO라고 보면 비슷하다. 리스크 관리를 잘하려면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은 대통령제의 역사가 짧아 권위주의적인 측면이 있다. 또 제도는 권력자의 성품과 의지에 따라 아무 소용이 없을 수 있다. 기업이든 정부든 누가 운영하느냐가 그만큼 중요하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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