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최우선 공약 ‘일자리’언급 217회, 경제·안보 이슈도 상위권

문재인 대통령 공식 발언 14만 자 분석해 보니
중앙포토

중앙포토

말은 그 사람의 세계를 보여준다. 정치인의 언어는 더욱 그렇다. 특히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는 외교이자 정책이다. 중앙SUNDAY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공식석상에서 문 대통령이 사용한 어휘를 분석했다. 많이 쓴 단어를 통해 문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가 뭔지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청와대 홈페이지 ‘대통령 연설’ 코너에 게시돼 있는 공식 연설문을 포함해 국무회의와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 각종 공식 행사의 축사 등 69건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대통령 취임 당일인 5월 10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자료부터 지난 8일 국무회의 모두발언까지 포괄했다. 월별로는 5월 13건, 6월 37건, 7월 18건, 8월 1건이었고 글자 수로는 14만 자에 달한다.
 
자료 분석은 김우주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스마트 시스템 연구실’의 도움을 받았다. 형태소(단어) 분석은 R에서 제공하는 koNLP 모듈을 사용했고 토픽 분석에는 LDA(Latent Dirichlet Allocation) 기법이 쓰였다.
 
“정치적 현안 언급 많고 보다 구체적”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단연 ‘일자리’(217회)였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며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일자리 81만 개를 창출하겠다며 ‘1호 업무지시’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었고 청와대 집무실엔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해 대통령이 직접 모니터링에 나섰다.
 
경제(163회), 발전(87회), 성장(86회) 등의 단어도 10위권에 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이른바 ‘J노믹스’는 사람과 일자리 중심의 성장, 소득 주도 내수 활성화를 지향하고 있다. 이 밖에 평화(141회), 북한(100회), 대화(76회), 민주주의(71회) 등이 상위권에 포함됐다. 취임 후 첫 국회 방문 때 야당 대표실을 먼저 찾을 만큼 협치를 강조해 온 문 대통령답게 협력(69회), 국회(64회), 정치(52회)란 단어도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47회), 미국(45회) 등을 자주 언급해 한·미 관계에 최우선 방점을 뒀음을 보여줬다.
 
문 대통령이 자주 쓰는 단어들을 주제별로 모아 살펴보면 안보 확립이 24%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미 동맹 강화(15%), 일자리 창출(13%), 정상외교(11%), 사드 대응(9%), 국제 협력(7%), 적폐 청산(6%), 협치(5%), 장관 청문회(5%), 북핵 문제 해결(5%) 순이었다.
 
김 교수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분석한 결과와 비교해볼 때 문 대통령은 정치적 현안에 대한 언급이 많고 보다 구체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장관 청문회와 적폐 청산 등이 뽑힌 게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였다 보니 대북·대미·대중 정책 등 외교적 현안 해결이 취임 초기 문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당면한 문제를 연설문 등 공식 발언에 즉각적으로 담아내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견 제시는 의무” “뗏목은 버려야”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각종 공식행사에서 쏟아낸 어록도 화제가 됐다. 5월 10일 대통령 임기 시작 후 첫마디는 안보 관련 이슈였다. 이순진 합참의장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으로서 우리 군의 역량을 믿는다”며 군을 격려했다. 5월 1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는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위안부 재협상을 시사해 파장이 일었다.
 
격식을 파괴하고 화합을 강조한 발언들도 적잖았다. 5월 25일 대통령 주재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대통령 지시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해도 되느냐가 아니라 해야 할 의무”라고 강조하는 등 파격적 소통 행보를 선보였다. 7월 19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대표들과의 청와대 오찬에서도 “선거 전 일은 잊고 새로운 세상으로 함께 나아가자. 큰 강을 다 건넜으면 뗏목은 버려야 한다”며 화합을 강조했다.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쥐었던 문 대통령이지만 인사 논란은 피해 갈 수 없었다. 위장전입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 공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첫 인사인 이낙연 국무총리부터 이 기준에 걸렸다. 문 대통령은 5월 29일 “준비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란 점에 대해 야당 의원들과 국민께 양해를 당부드린다”고 했지만 ‘사과’가 아닌 ‘당부’라는 표현 때문에 야권의 반발을 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가 국회에서 채택되지 않았을 때는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고, 저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며 임명 강행을 시사했다. 당시 임명 지지 여론이 더 높다는 조사 결과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지지층의 감성을 자극하는 발언도 적잖았다.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임기 동안 노 전 대통령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6월 10일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 때는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다시 민주주의’다. 더 넓고, 더 깊고,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경희 기자, 김도연 인턴기자
am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 키워드는 속도전, 시스템, 갈등 관리 … 盧 정부가 반면교사

· 탈권위 행보는 성공적 … 적폐 청산 넘어 새 비전 제시할 때

구독신청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