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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은퇴 갈등 극복] 후회하지 말고, 사람 자주 만나고…

 은퇴증후군에 대한 3가지 정신과적 처방 … 아침마다 큰소리 지르는 것도 도움
 
사진:ⓒgetty images bank

사진:ⓒgetty images bank

만 58세. 그는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잠에서 깬다. 뒤척이다 다시 잠이 들지만, 일어나면 늘 몸이 찌뿌듯하다. 몇 년 전 갱년기가 시작됐을 때에도 없었던 증상이 생겼다. 자주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고 얼굴이 달아오른다. 어떤 때는 등줄기가 식은 땀으로 젖는다. 어디선지 치밀고 올라오는 분노, 어디선가 까닭 없이 몰려오는 슬픔,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지고픈 충동, 우울증일까? 가끔은 객기이지만 자살과 같은 극단적 행동도 떠오른다.
 
그는 은퇴를 앞두고 있다. 가을이 오면 30년 넘게 일했던 직장을 떠나야 한다. 전혀 준비를 하지 못했다. 마음의 준비는 물론, 경제적인 준비도 그렇다. 몇 달 후 미래가 두렵다. 부장님, 국장님에서 ‘아무 것도 아닌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Somebody’에서 ‘Nobody’로 바뀐다. 허탈하다.
 
100세 시대의 슬픈 초상
 
젊은 시절엔 인생의 가치는 돈이 아닌 명예와 자기실현이라고 생각했다. 은퇴를 앞둔 지금, 그 생각이 옳았나 하는 의문과 함께 후회가 몰려온다. 젊은 시절 배척했던 돈이 나이가 들면서 커다란 실체로 다가온다. 속물이 되었나 하는 생각에 수치심도 느껴진다. 은퇴 후 대안을 심각하게 생각해 본다. 하지만 뾰족한 게 없다. 걱정만 늘어날 뿐이다. 집안 분위기만 망친다. 남들은 잘 하는 재테크조차 못한 것이 화가 난다. 요즘은 의식적으로 아무 생각도 안 하려 한다. 최우선의 전략은 회피다. 그냥 현재만을 살아가려 한다. 그런데 정체 모를 어둠에 휩싸인다. 무기력하다.
 
100세 시대다. 남자가 은퇴하는 나이는 55~60세다. 한국인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었다. 은퇴 후 보낼 날이 점점 길어지는데, 은퇴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남편은 가족을 위해 돈 버느라 평생 고군분투한다. 아내는 남편을 내조하고 얘들을 키우느라 평생 동분서주한다. 30년을 열심히 살았는데, 다시 30년을 더 살아야 한다.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이 없었는데, 함께할 시간이 많아진다. 남편은 고된 직장에서 벗어나 휴식과 여유, 단란한 가정을 꿈꾼다. 아내는 고된 가사에서 벗어나 휴식과 재미, 자기계발을 꿈꾼다. 부부가 서로 다른 꿈을 꾼다. 은퇴증후군이란 게 있다. 사회적 지위를 잃은 남편이 겪는 증상이다. 상실감·허탈감·소외감·무력감에 시달린다. 은퇴남편증후군이란 게 있다. 은퇴 때문에 아내가 겪는 증상이다. 남편을 돌보느라 몸이 여기저기 아프고 우울증에 시달린다. 은퇴는 부부 모두에게 스트레스다. 남편은 부적응을 호소하고, 아내는 부담감을 호소한다. 남편은 위로와 대접을 원하지만, 아내는 역할과 자유를 요구한다. 남편은 아내와 같이 있기를 원하지만, 아내는 자녀·친구를 편하게 여긴다. 은퇴 남편은 집에서 세끼를 먹는 ‘삼식이’, 아내 뒤만 쫓아 다니는 ‘바둑이’, 집에 붙어 있는 ‘젖은 낙엽’ 등으로 회자된다.
 
정신과의사 호킨스는 인간 의식을 17단계로 구분했다. 최고의 의식은 사랑·평화·기쁨·깨달음이다. 최악의 의식은 수치심·죄의식·무기력·슬픔이다. 수치심은 죽지 못해 사는 수준이다. 자살 충동이나 잔인한 행동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죄의식은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든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자신과 타인에게 가혹하다. 수치심과 죄의식을 표현하면 정신과의사는 긴장하게 된다. 공격성이 자신을 향하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슬픔은 무기력보다는 낫다. 무기력한 사람이 울기 시작한다면 해결의 조짐이다. 은퇴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다. 준비가 필요하다. ①돈이다. 은퇴하면 수입의 80%가 줄어든다. 쓰는 것을 줄이고, 모으는 것을 늘려야 한다. 돈은 모으는 것보다 지키기가 힘들다. “행복은 소비를 욕망으로 나눈 값이다.” 행복을 높이려면 욕망을 줄여야 한다. ②일이다. 은퇴하면 일의 80%가 없어진다. 일이 없으면 하루가 길다. 취미나 봉사라도 늘려야 한다. 취미가 소일거리가 된다면 최상이다. ③관계다. 은퇴하면 관계의 80%가 사라진다. 가족·지역사회·교회 등 새로운 관계를 늘려야 한다. 인간은 소통 없이는 살 수 없다. 부부 간 소통이 마지막 은퇴 준비다.
 
남편은 은퇴증후군, 아내는 은퇴남편증후군
 
필자의 아버지는 53세의 나이에 사업에 실패했다. 65세에 은퇴할 때까지 시골 목사로 제 2의 인생을 사셨다. 아버지는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 은퇴 후 30년 동안 아내가 주는 용돈으로 사셨다. 그러나 특유의 낙천성이 있었다. 항상 깔끔한 외모를 유지했고, 절대 과거를 얘기하는 적이 없었으며, 항상 남의 말에 집중했고, 절대 미래 계획을 말하지 않았다. 돌아가실 때까지 그 흔한 고혈압과 당뇨도 없으셨고, 하루 세 잔의 커피와 한 끼의 라면을 즐기셨다. “어찌하여 너희는 옷 걱정을 하느냐?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지 보라. 수고도 하지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이제, 그에게로 돌아가자. 그에게 가장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중심을 잡자. 후회하지 말자.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 다르게 살았어도 마찬가지다. 그 정도면 훌륭히 해 냈다. 멋진 과거가 응원하고 있다. 걱정하지 말자. 잘못될 게 하나도 없다. 지금 준비해도 늦지 않다. 소프트 랜딩을 시도해야 한다. 멋진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옛날에 두 신하가 사형선고를 받았다. 벼랑을 외줄로 건너는 것인데, 성공만 하면 살 수 있었다. A는 밤새 연습을 했고, B는 푹 잔 후 밥 먹고 차 한 잔도 했다. 드디어 B가 먼저 외줄을 타고 건너편 벼랑에 도달했다. A가 놀라 큰 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한 것인가?” B가 크게 대답했다. “평소 하던 대로 했을 뿐이다.” 후회와 걱정을 떨치고, 오늘 한 그루 나무를 심자.
 
둘째, 에너지를 올리자. 무기력은 열정을 통해 극복된다. 오래 전 한국에 방문했던 잭 웰치가 이런 말을 했다.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하라!” 은퇴를 앞둔 남성들에게 필요한 말이다. 과거 성공경험을 떠올리자. 개근상을 탔을 때의 자부심, 첫 아이를 낳았을 때의 기쁨, 승진했을 때의 자신감. 미래 성공모습을 떠올리자. 아이를 결혼시킬 때의 뿌듯함, 손주와 놀 때의 즐거움, 100세 생일잔치 때의 흐뭇함. 아침마다 큰 소리로 외치자.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해 낼 수 있다. 나는 대단하다.”
 
셋째, 사람을 만나자. 앞서 간 선배나 동료를 만나자. 조언을 구하고 도움도 요청하자.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길지 모른다. 아내와 얘기하고, 자녀들과 얘기하고, 친구와 얘기하자. 마음을 터놓고 솔직하게 접근하자. 어쩌면 푸근해질 수 있다. 그리고 문구점에서 작은 노트를 구입하자. 거기에 떠오르는 것을 모두 적어보자. 옛날 한 장군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큰 전쟁터에 나갈 때나 신발 끈을 맬 때나 항상 같은 자세로 임한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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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