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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일본 협동로봇] 사람과 함께 설거지하고 호텔 체크인 도와

인건비 줄이고 생산성 높여 … 2000여개 업무 중 30% 로봇으로 대체 가능
 
헨나호텔에서는 공룡 로봇이 여행객의 체크인을 도와준다. [사진·코트라 도쿄 무역관]

헨나호텔에서는 공룡 로봇이 여행객의 체크인을 도와준다. [사진·코트라 도쿄 무역관]

지난 6월 20일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 인근 차바현 우라야스시에 자리한 헨나호텔 마이하마점. 헨나호텔 입구에 들어서니 티라노사우루스 모습의 공룡 로봇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여행객이 체크인을 위해 프런트 앞에 서자 공룡 로봇은 여행객과 음성 대화를 나눈다. 이들은 일본어뿐 아니라 영어·중국어·한국어 등 총 4개 국어를 구사한다. 체크인 방법은 간단하다. 공룡 로봇 앞 테이블 위에 놓인 체크인 카드를 작성하고, 옆에 설치된 기계에 10초 안팎의 안면인식 등록을 하면 끝난다. 외국인 여행객들은 공룡 로봇의 음성 안내에 따라 여권을 터치 패널 단말에 인식시키면 체크인이 가능하다. 체크인을 마치면 룸 키가 자동으로 기계에서 나온다. 체크인 후 룸에 들어가면 달걀형 모양의 객실 로봇 타피아(Tapia)가 여행객을 맞는다. 타피아는 룸 서비스를 맡고 있는 로봇으로 음성 대화가 가능하다. 여행객이 “에어컨을 켜주겠니”라고 말하면 타피아는 에어컨을 켠다. 실내조명·TV 등 전원도 타피아가 켜고 꺼준다. 오늘의 날씨나 주변 관광명소를 물어보면 친절히 설명해준다.
 
일본 여행사 HIS의 계열사인 HIS 호텔홀딩스가 운영하는 헨나호텔 마이하마점은 지난 3월에 문을 열었다. 지상 6층, 100실 규모의 호텔이다. 이 호텔에는 체크인을 담당하는 공룡로봇과 타피아 등 총 40대 로봇이 직원 7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HIS 홍보담당 우사미상은 “호텔은 서비스업이다 보니 직원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다른 업종보다 크다”며 “인건비를 줄이면서 더 나은 품질의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로봇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람 대신 로봇으로 체크인 업무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로봇 도입으로 회사는 인건비를 줄여 객실료를 낮췄다”고 말했다. 이 호텔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객실료는 1박에 평균 1만5000엔 수준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15만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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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처음으로 직원으로 일하는 호텔 기록 
 
헨나호텔 로비에 있는 수족관에서는 로봇 물고기 마이로가 헤엄치고 있다.

헨나호텔 로비에 있는 수족관에서는 로봇 물고기 마이로가 헤엄치고 있다.

공룡 로봇을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헨나호텔은 지난 2015년 7월 나가사키현 하우스텐보스점에 1호점을 오픈했다. 그곳에는 219대의 로봇이 있다. 이곳에는 손님 여행가방을 객실까지 가져다주는 운반 로봇도 있다. 투숙객 방까지 동선이 입력돼 있는 이 로봇은 한 번에 50㎏까지 운반할 수 있다. 헨나호텔은 ‘로봇이 처음으로 직원으로 일한 호텔’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일본에서는 이처럼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동로봇’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협동로봇의 등장은 인건비 상승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기업들의 인건비는 44조4012억엔으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직원 1인당 월 평균 임금은 36만5000엔(약 367만원)이다. 업종 가운데 건설업·외식업·통신기술(IT) 분야에서 임금 상승이 이어졌다.
 
인건비 상승의 원인은 인력 부족에 따른 것이다. 일본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경제활동인구(15~64세)가 크게 줄었다. 올 2월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00명당 일자리 개수를 따지는 통계)이 1.43을 기록했다. 구직자 100명당 일자리는 143개라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은 기업들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미숙련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고용하면서 기술력을 가진 우수인력을 키우지 않아서 발생했다. 또 우수 인력은 대기업으로 몰려 중소기업에 인력난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건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문을 닫거나 운영시간을 줄이는 곳도 생겼다. 코트라 도쿄무역관에 따르면 일본 유명 저가 여행사 ‘텔미클럽(TellMeClub)’은 지난 3월 파산을 신청했다. 24시간 운영하던 일본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 ‘조나단’, ‘로얄호스트(Royal Host)’는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심야 운영시간을 단축해 인건비를 줄였다. 인건비 상승은 여행사나 외식업과 같은 서비스 업계에서 다른 업종보다 타격이 크다. 인건비는 고정 지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커질수록 수익성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력 부족으로 인건비 해마다 올라
 
덮밥 체인점 ‘요시노야’에서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협동로봇을 도입했다. 요시노야 아다치구 호키마점 주방에는 작년부터 키 130㎝의 로봇 ‘코로(CORO)’가 근무하고 있다. 코로의 임무는 직원들의 설거지를 돕는 일이다. 직원이 그릇에 세제를 묻혀 식기세척기에 넣으면 그때부터 코로가 설거지를 맡는다. 식기세척기에서 헹궈져 나온 그릇을 카메라로 구별한 후 최대 86.5㎝까지 늘어나는 팔로 잡아올려 접시·그릇·컵 등 종류별로 정리한다. 직원이 다가오면 스스로 동작을 잠시 멈춰 주방이 좁아도 부딪힐 염려가 없다. 요시노야가 도입한 로봇은 올해 포브스재팬이 선정한 일본 기업 랭킹 9위인 벤처기업인 ‘라이프로보틱스’의 다관절형 로봇 코로다.
 
요시노야에서는 코로 로봇을 도입한 이후 매장 한 곳에서 하루에 나오는 1300개 그릇을 닦는 시간이 기존의 2시간 20분에서 30분으로 줄어들었다. 설거지 중 손이 미끄러워 그릇을 떨어뜨려 깨는 일도 줄었다. 요시노야 측은 “코로 도입 후 인건비도 절감하고 설거지 생산성이 4.6배나 증가했다”며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전 점포에 코로 로봇을 도입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점포 도입 시 추산되는 단축 노동력은 1일당 600시간이며 연간 약 20억원가량의 인건비가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의 대형 보험사인 ‘후코쿠생명보험’은 지난 1월 34명의 보험 민원접수 직원을 IBM이 만든 인공지능 ‘왓슨 익스플로러’로 교체했다. 왓슨 익스플로러는 보험금 청구시 제출된 진단서 등에 기재된 질병이나 수술에 대한 정보를 인식하고 해당코드를 제시, 보험료 산출을 위한 데이터 취합을 지원한다.
 
또한 진단서에 게재된 정보를 분석해 입원이나 퇴원, 수술날짜와 같은 정보도 추출할 수 있다. 왓슨 익스플로러 도입 비용은 약 20억원, 유지비는 연간 1억5000만원 정도 든다. 그러나 30%가량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이 회사의 분석이다.
 
일본은 로봇의 업무대체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로 꼽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일본 니혼케이자이신문(닛케이)이 실시한 공동조사연구에 따르면 주요 국가 가운데 일본이 자동화가 가능한 업무가 55%로 로봇 도입 여지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은 46%, 유럽 47%, 중국 51%, 인도 52%였다. 닛케이는 “일본은 보험·관공서 사무직과 제조업에서 단순 업무 비율이 높아 로봇 도입 여지가 다른 나라보다 큰 편”이라고 분석했다.
 
로봇 도입하는 기업에 최대 3000만엔 지원
 
덮밥 체인점 요시노야 아다치구 호키마점에서는 식기 로봇이 세척된 식기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코트라 도쿄 무역관·일본 아이티미디어]

덮밥 체인점 요시노야 아다치구 호키마점에서는 식기 로봇이 세척된 식기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코트라 도쿄 무역관·일본 아이티미디어]

또 현재 사람들이 하고 있는 업무의 3분의 1은 로봇이 대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신문은 컨설팅회사 맥킨지가 정리한 2069종의 업무(820종 직업)의 자동화 동향 추정자료를 분석한 결과 34%에 해당하는 710종의 업무를 로봇이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상담원 업무의 10.5%, 의사 업무의 29.2%는 각각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가이드는 36%의 업무를, 트럭 운전사의 경우 64.6%의 업무를 로봇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일찌감치 로봇산업을 4차 산업의 핵심으로 잡았다. IT 조사기관 IDC재팬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시장은 2020년 연간 1880억 달러(약 21조 엔) 규모가 될 전망이다. 2016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020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세계 로봇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 가장 주목할 만한 지역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지난해 로봇 관련 지출액은 104억 달러(약 12조원)로 2020년에는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로봇 도입시 관련 비용의 일부를 보조하는 ‘로봇 도입 실증 사업’을 쇄신,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지난 2015년부터는 로봇을 도입하는 기업에 최대 3000만엔(약 3억원)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올해까지 250여개 기업이 정부 보조를 받아 작업 현장에 로봇을 들여놨다. 일본 정부는 로봇을 활용해 2020년까지 노동생산성을 연간 2%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협동로봇 도입이 늘어날수록 노동자들의 우려도 함께 커진다. 일본 경제산업연구소가 지난해 11월 일본인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약 30%가 자신의 일자리가 AI나 로봇으로 대체될 것 같다고 답했다. 특히 시간제나 파견근로자 등의 고용형태나 사무직과 생산 직종의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의 우려감은 더욱 크다.
 
여기에 임금이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의 전 미경제연구소(NBER) 보고서에 따르면, 1000명의 근로자당 한 대의 로봇이 인간 일자리 6.2개를 감소시키고 임금 수준을 0.7%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세가와 요시유키 코트라 도쿄무역관 과장은 “협동로봇 도입으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기 시작하면서 미숙련 노동자들의 임금이 하락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협동로봇이 늘면서 사람과 함께 협력해 일할 수 있는 인프라도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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