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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태워지는 간호사들

임도원 UC버클리 화학과 박사과정 1학년

임도원 UC버클리 화학과 박사과정 1학년

바야흐로 신규 간호사 채용 시즌이다. 전국의 예비 간호사들은 대개 대학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취업해 기쁜 마음으로 마지막 학기를 보낸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렇게 새롭게 채용되는 신규 간호사의 30%는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이직한다. 더 나은 근무 여건을 찾아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병원 내 간호사들 간의 ‘태움 문화’를 견디지 못하고 떠난다.
 
‘태움’이란 ‘영혼을 태울 정도로 혼낸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 은어다.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에게 행하는 언어, 신체적 폭력이나 따돌림을 뜻한다. 조직 내의 폭력을 지칭하는 단어가 따로 있을 정도라니 그 심각성을 짐작할 만하다. 물론 생명을 다루는 간호 업무의 특성상 간호사들은 항상 긴장해야 하고 엄격한 분위기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태움 문화’는 업무 외적으로도 간호사들을 괴롭히면서 작게는 한 사람의 인생을 생지옥으로 만들고, 크게는 간호사 문화 전체를 병들게 하고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의 행동을 조절하는 욕망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좋아하는 것에 다가가려는 접근 동기와 싫어하는 것을 피하려는 회피 동기다. 간호사의 ‘태움 문화’는 회피 동기를 아주 극단적으로 사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신규 간호사들은 선배 간호사의 욕설, 인격 모독 등을 ‘피하기’ 위해 더 꼼꼼하게 차트를 점검하고 환자들을 관리한다.
 
단기적으로는 회피 동기의 활용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회피 동기가 아닌 접근 동기다. 못한 것에 대한 지적도 중요하지만 잘한 것에 대한 칭찬과 격려가 있을 때 신규 간호사가 장기적으로 더 훌륭한 간호사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오늘 하루 병원에서 신규 간호사를 태우며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든 선배 간호사가 특별히 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조직의 분위기에 휩쓸렸을 것이다. 간호사 문화는 ‘원래 그렇다’며 그대로 놔둘 일이 아니다. ‘원래 그렇다’는 말은 더 나은 방향으로의 개선을 너무도 쉽게 포기해 버리는 무책임한 말이다. 이 맥 빠지는 말을 뛰어넘을 때 비로소 사회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뀔 것이다.
 
임도원 UC버클리 화학과 박사과정 1학년
 
◆ 대학생 칼럼 보낼 곳=페이스북 페이지 ‘나도 칼럼니스트’(www.facebook.com/icolumnist) e메일 opinionpag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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