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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일 칼럼] 경제 활력 살리는 일이 시급하다

사공일 중앙일보 고문·전 재무부 장관

사공일 중앙일보 고문·전 재무부 장관

며칠 전 한국은행이 내놓은 ‘경기 변동성’에 관한 분석 자료는 현재 한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잘 지적하고 있다. 동 자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우리 경제와 기업의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것은 기업의 혁신 활동이 부진한 가운데 기업 투자와 가계소비의 보수적 행태에 따른 것으로 봤다. 물론 이 결과는 이미 3%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더욱 빠르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를 통해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은 바로 약화된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향상하는 일임을 재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인간의 ‘동물적 본성(animal spirits)’론을 생각하게 된다. 케인스는 우리 인간의 거의 모든 긍정적 행동에 대한 의사 결정은 치밀한 수학적 계산에 근거하기보다 오히려 인간의 동물적 본성, 즉 “즉흥적 낙관(spontaneous optimism)”에 따른 것이라고 봤다. 심지어 케인스는 동물적 본능이 약화되고 즉흥적 낙관이 사라지면 기업은 소멸되고 말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그래서 케인스는 경기침체나 불황은 과장되는 경향이 있고, 경제적 번영(성장)은 일반 기업인이 느끼는 “정치·사회적 분위기”에 크게 좌우된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슘페터적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고 기업의 혁신 활동을 조장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제고하려면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할 일이 ‘기업활동 친화적 정치·사회 여건’ 조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여기서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위 ‘소득 주도 성장’ 전략과 주요 정책 수단을 이러한 관점에서 한번 살펴보자.
 
우선 소득 주도 성장 전략은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국제노동기구(ILO) 등 일부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논의되는 ‘임금 주도 성장’론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는 첫째, 임금과 사회 보장 관련 이전 소득으로 가계 가처분소득을 늘려 가계소비를 진작하려는 케인스적 총수요 관리와 둘째, 소득재분배를 통한 양극화 해소라는 사회 정책적 차원을 넘어 좀 더 긴 안목에서 노동생산성 향상과 성장동력으로 연결시키겠다는 공급 측면의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목적이 제대로 이룩될 수 있을지에 관한 깊은 이론적·실증적 논의는 여기서 차치하더라도 국민 조세부담률을 크게 늘리지 않고 이 전략을 추진할 경우 늘어날 재정수요 부담을 국가 채무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소득 주도와는 정반대의 국가 ‘부채 주도 성장’ 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주요 정책 수단으로 추진되고 있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법인세율 인상,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 등 제반 조치는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과 함께 기업인의 동물적 본능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정부 정책의 초점이 되고 있는 중소기업에 미칠 더 큰 부정적 충격에 더욱 유념해야 한다. 케인스적 거시경제 정책으로의 소득 주도 성장 전략이 자칫하면 케인스가 강조한 미시경제적 충격으로 좌절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으로 해결하려는 우리나라의 소득 분배와 양극화 문제는 OECD 회원국 평균보다 상대적으로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 차원을 넘어 정치·사회적 측면에서 심각히 다루어져야 할 문제임이 분명하다. 물론 서민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사회 안전망과 사회보장제도 강화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를 위한 재원 소요 규모와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범국민적 여론 수렴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조세 부담률 제고를 위해 물론 부유층의 상대적 중과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민 개세주의 원칙에서 세제 개혁이 이룩돼야 하며, 특히 대외 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글로벌 스탠더드 추세에 맞게 이룩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기업과 함께 일자리가 국외로 유출되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법인세의 상향 조정도 이런 차원에서 검토돼야 한다. 실제 임금 주도 성장론을 처음 제기한 사람들이 국제 공조를 통한 모든 나라가 같은 방향으로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우리나라처럼 대외 개방도가 높은 나라가 독자적으로 임금 주도 성장 정책을 폈을 때의 문제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사공일 본사 고문·전 재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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