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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 이승엽 ‘은퇴 투어’ 하늘도 축복했다

이승엽이 1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은퇴 투어 첫 행사를 가졌다. 한화 구단이 준비한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들고 환하게 웃는 이승엽. [대전=연합뉴스]

이승엽이 1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은퇴 투어 첫 행사를 가졌다. 한화 구단이 준비한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들고 환하게 웃는 이승엽. [대전=연합뉴스]

‘날려버려~ 보문산으로~.’
 
11일 프로야구 삼성-한화전이 열린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경기장에 모인 한화 팬들은 ‘은퇴 투어’에 나선 삼성 이승엽(41)을 향해 자신들의 응원 구호를 외쳤다. 이승엽은 경기장에서 한 눈에 보이는 보문산을 향해 큼지막한 장외홈런을 날려 응원에 화답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이승엽의 ‘은퇴 투어’ 첫 행사가 이날 대전에서 열렸다. 한화 구단은 은퇴 선물로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선택했다. 경기장에서 보문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약 2600m다. 홈런 1개의 거리가 비거리 115m라고 가정하면 홈런 23개를 합쳐야 닿을 수 있는 거리다. 대전에서 28개의 홈런을 친 이승엽은 타구단 선수로는 유일하게 홈런으로 보문산 정상을 넘긴 선수다.
 
‘보문산을 향해 홈런을 날리라’는 한화의 응원 구호와도 딱 맞아떨어졌다. 한화 구단은 이런 의미를 담아 보문산의 상징이자 대전의 시목(市木)인 소나무 분재를 선물했다. 이날 이승엽은 2-8로 뒤진 9회 초 4번째 타석에서 대전구장 29번째 홈런을 터뜨렸다. 홈런 타구는 외야 구조물을 맞고 경기장 바깥으로 넘어갔다. 비거리 130m짜리 장외홈런이었다.
 
한화는 ‘은퇴 투어’ 행사를 철저한 보안 속에 준비했다. 첫 대상자라는 부담감도 컸다. 프로야구 통산 210승을 올린 송진우(51) 전 한화 코치가 깜짝 등장해 이승엽에게 선물을 건넸다. 박종훈 단장과 이상군 감독대행은 이승엽의 등 번호 ‘36’과 대전·청주구장에서 이승엽이 달성한 기록을 새긴 현판을 선물했다.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이승엽의 좌우명도 새겼다. 정근우·김태균 등 한화 선수 6명은 대전구장 베이스에 응원메시지를 손수 적어 전달했다. 정근우는 “은퇴 시기를 스스로 결정하고 아름답게 이별하는 건 축복이다. 후배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거 같다”고 했다. 한화 외국인 투수 비야누에바는 “이승엽은 겸손하고 친절하다. 레전드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주는 선수”라고 했다. 선물을 받은 이승엽은 “은퇴 기념식에 실제로 서보니 마음이 짠했다”며 “한화에서 준 선물은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보관하겠다”고 밝혔다.
 
1995년 프로에 데뷔한 이승엽은 그간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였다. 별명도 ‘국민타자’다. 연고 팬들은 물론이고 다른 팀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마지막 시즌을 맞은 수퍼스타에게 예우 차원에서 ‘은퇴 투어’를 열어주는 게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국내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상대 팀 팬 앞에서 ‘은퇴 투어’를 하는 건 이승엽이 처음이다.
 
행사는 삼성의 구단별 마지막 원정경기 날 열린다. 18일 수원(kt), 23일 서울 고척(넥센), 다음달 1일 인천(SK), 3일 서울 잠실(두산), 8일 부산(롯데), 10일 광주(KIA), 15일 창원(NC)으로 이어진다. LG전 일정은 9월 이후 결정된다. 은퇴식은 투어를 모두 마친 뒤 대구 홈팬들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10일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서 삼성의 대전 최종전은 9월 이후 열리게 됐다. 하지만 당초 준비했던 대로 11일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대전구장에는 오후 4시경부터 소나기가 내렸다. 하마터면 첫 행사부터 일정이 꼬일 수 있었다. 줄기차게 내리던 비는 잦아들더니 경기 시작 2시간 전 완전히 멈췄다. 이승엽은 “나를 보기 위해 멀리서 오신 분들이 헛걸음을 하게 될까봐 걱정했는데 비가 그쳐 다행”이라고 했다.
 
마지막 시즌이라지만 이승엽의 활약은 여전하다. 시즌 타율 0.292, 19홈런·65타점을 기록 중이다. 여전히 삼성의 중심타선을 지키며 맹타를 휘두른다. 일부 팬들은 “은퇴를 미뤄달라”고 간청할 정도다. 이승엽은 “팬들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프로의 목표는 이기는 것이고, 은퇴 투어 때도 목표는 같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경기 전 한화 어린이팬 36명과 함께한 사인회를 마치고 곧바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배트를 들고 그라운드에 나가 진지한 표정으로 훈련에 임했고, 약속대로 최선을 다해 뛰며 3타수 2안타(1홈런)·1타점을 기록했다.
 
축복 속에 작별을 준비하는 이승엽은 되레 걱정이 한가득하다. 자신에게 관심이 쏠리면서 경기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은퇴 투어를 소박하게 치르고 싶다”고 각 구단에 미리 부탁했다. 이날 삼성은 한화에 3-8로 졌다. 이승엽은 홈런을 친 뒤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묵묵히 그라운드를 돌았다.
 
대전=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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