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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공익제보자를 기생충이라 매도한 노조

임명수 내셔널부 기자

임명수 내셔널부 기자

‘사용자 측은 내부 기생충이 더는 공사에서 활동할 수 없게 조치하라.’
 
이달 초 인천관광공사 사내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 문구다. 공사의 내부 문제를 외부에 알린 직원을 ‘기생충’ 취급하며 사실상 내쫓으라는 요구다. 특이한 건 대자보를 붙인 쪽이 사용자가 아니라 노조라는 점이다. 회사 측으로부터 조합원을 보호해야 할 노조가 오히려 조합원을 ‘왕따’시키고 있다.
 
노조 측의 압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대자보는 ‘사장과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런 사람이 공사에서 다시 인정받거나 직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동료의 승진·보직까지 거론하면서 으름장을 놓았다.
 
회사 노조가 이른바 ‘공익제보자’를 왜 이처럼 거칠게 몰아붙였을까. 회사 안팎에서는 황준기 전 사장의 사퇴와 관련짓는 해석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 제보자는 지난해 4월 “황 전 사장이 2015년 9월 취임 이후 측근을 공사 처장급(2급) 간부로 채용하면서 인사 규정을 고쳐 특혜를 줬다”고 외부에 알렸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또 “지난해 공사가 해양박람회를 추진하면서 용역업체 대표가 3억원을 유용했는데도 이를 눈감아 줬다”고 폭로했다. 제보를 받은 시민단체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를 조사한 감사원은 지난 6월 말 ‘황 전 사장에 대해 경고 이상의 징계를 내리도록 조치하라’고 인천시에 통보했다.
 
황 전 사장은 지난달 말 사퇴했다. 하지만 그가 채용한 측근들은 여전히 공사에 남아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천 지역 시민단체들은 전 사장의 측근과 추종자들이 노조와 결탁해 제보자를 압박하는 대자보를 붙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은 “회사 측도 아닌 노조가 경영진의 잘못을 폭로한 근로자를 핍박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공익제보자를 법적으로 보호하도록 하고 있지만 사회 분위기는 아직도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공익제보자들은 정부·기업·군대·학교 등 조직 내부의 적폐나 부정부패 등을 용기 있게 외부에 알려 사회를 맑고 투명하게 만드는 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박수받기보다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인천관광공사의 사례는 회사가 아니라 노조가 공익제보자를 탄압하는 주체가 됐다는 점에서 더욱 씁쓸하다. 공사를 관할하는 인천시가 공익제보자 보호에 더욱 힘써야 할 때다.
 
임명수 내셔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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