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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 단계적 폐지, 비수급 빈곤층 최대 60만명 줄인다

서울 종로구 문영구(81)씨는 2002년 이혼한 뒤 월세방에 혼자 산다. 10일 문씨가 사는 상가 건물 2층에 오르니 먼지가 수북하고 잡동사니가 널린 창고가 나타났다. 벽은 갈라지고 페인트가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문을 하나 열고 들어가니 사무실을 개조한 문씨 방이 있었다.
 
문씨의 소득은 기초연금 20만6050원이 유일하다. 그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일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2009년 이후 여섯 차례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문씨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려면 자녀의 소득·재산이 기준 이하여야 하는데 큰딸 재산이 기준보다 살짝 높다. 문씨 딸에겐 지체장애 1급을 가진 아들이 있다. 문씨는 “딸이 제 아들 돌보느라 어려운 걸 아는데 손을 벌릴 수는 없다”고 말한다.
 
오는 11월부턴 국가가 문씨를 부양하게 된다. 중증장애인이 있는 가정은 부모 등의 부양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문씨는 생계비 28만9830원, 주거비(임차료 지원금) 17만3340원을 받는다. 병원비도 거의 안 내도 된다. 문씨는 “조금이라도 저축할 돈이 생겨 화장(火葬) 비용이라도 모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5년간 10조원을 투입해 비수급 빈곤층을 최대 73만 명 줄이는 내용의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18~2020년)을 10일 발표했다. 배병준 복지부 복지정책관은 “생계·의료·주거 등 3대 빈곤 최소화 대책을 담고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부양의무자 제도의 점진적 폐지를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이 계획엔 2020년까지 4조3000억(지방예산 포함), 2022년까지 9조5000억원이 들어간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초연금을 올리고 아동수당을 도입하면 비수급 빈곤층의 소득이 늘면서 생계급여가 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예산 소요액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비수급 빈곤층은 소득이 중위소득의 40% 이하(1인가구 84만여원)에 못 미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못 되는 극빈층을 일컫는다. 2015년 기준으로 93만 명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4단계로 완화한다. 우선 11월부터 노인이 자기 부모나 중증장애인 자녀 가구를 부양하거나, 문씨처럼 중증장애인이 있는 가구가 부모인 노인을 부양하는 경우엔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내년 10월엔 주거급여 대상자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 2019년 1월부터는 부양의무자 가구에 중증장애인이 있을 경우, 2022년엔 노인이 있으면 적용하지 않는다. 다만 이 기준을 완전 폐지하는 것은 아니다. 자녀가 노인이 아니거나 중증장애인이 없는 일반 가정이라면 부양의무를 진다.
 
이렇게 하면 2020년 ▶비수급 빈곤층 3만1000명이 생계급여 ▶비수급 빈곤층 3만5000명이 의료급여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중 90만 명이 주거급여 대상에 들어간다. 비수급 빈곤층은 2020년 33만~64만 명으로, 2022년 20만~47만 명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또 의료급여 대상자의 연간 진료비 부담 상한선(2종 환자)을 현재 120만원에서 80만원으로, 틀니 시술 부담을 20%에서 5%로(1종 환자) 낮춘다.
 
이번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생계급여·의료급여엔 부양의무자 기준을 계속 적용하겠다는 것이어서 사각지대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안이라고 볼 수 없다. 시행 시기를 자꾸 미루는 것은 당장 생활이 어려운 빈곤층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백수진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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