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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필리핀의 숨은 보석, 보홀 … 날마다 1시간씩 모세의 기적

하루에 딱 한 번만 드러나는 버진아일랜드의 모래톱. [사진 필리핀항공]

하루에 딱 한 번만 드러나는 버진아일랜드의 모래톱. [사진 필리핀항공]

보홀은 필리핀 81개 주(州) 중 하나다. 제주도(1846㎢)의 두 배가 조금 넘는 면적(4117㎢)으로 필리핀에서 열 번째로 큰 섬이다. 섬 남서쪽에 있는 탁빌라란공항에 착륙한 여행자들은 지체없이 부속 섬인 팡라오로 건너간다. 팡라오섬 주변에 다이빙 명소가 많은 데다 이 섬이 거느린 더 작은 섬들이 매력적이어서다. 버진아일랜드와 발리카삭이 특히 유명하다.
 
버진아일랜드는 어딘가 익숙한 풍경이다. 한 이온음료 CF에 낙원처럼 나온 바로 그곳이다. 매일 한 번 바다를 두 쪽으로 나누는 모래톱(폭 2~5m)이 나타나 딱 한 시간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다. 수심에 따라 푸른색·에메랄드색·남색 등 다양한 바다 색깔이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도 장관이다. 팡라오 아로나 해변에서 약 15분 보트를 타고 가는 길에 돌고래 무리가 수시로 따라붙는다. 스노클링 명소인 발리카삭은 팡라오에서 30분 거리다. 염도가 한국 바다보다 4배 높아 수영을 못 하는 사람도 물에 둥둥 뜬다. 알록달록한 산호초와 화려한 열대어는 물론 사람만 한 바다거북도 볼 수 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원숭이 ‘타르시어’. [사진 필리핀항공]

손바닥만 한 크기의 원숭이 ‘타르시어’. [사진 필리핀항공]

보홀의 볼거리는 바다에만 있는 건 아니다. 섬 중앙 대평원 위 언덕인 초콜릿힐은 필수 방문 코스다. 키세스 초콜릿 모양을 닮은 언덕이 지평선 끝까지 봉긋봉긋 솟아 있는데 무려 1268개나 된다. 그중 가장 높은 언덕(높이 120m) 전망대에 오르려면 220개 계단을 올라야 한다. 전망대에 서면 보홀의 드넓은 밀림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보홀섬 한가운데 있는 초콜릿힐. 초콜릿 모양의 언덕이 1268개나 된다. [사진 필리핀항공]

보홀섬 한가운데 있는 초콜릿힐. 초콜릿 모양의 언덕이 1268개나 된다. [사진 필리핀항공]

초콜릿힐에서 남서쪽으로 1시간가량 이동하면 로복강이 나온다. ‘로복강 사파리 크루즈’라 불리는 유람선 투어를 즐기고, 타르시어보호센터에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영장류’인 타르시어를 볼 수 있다. ‘안경원숭이’로도 불리는 타르시어는 몸 길이가 13㎝에 불과한데 눈은 큼직하다. 자그마치 얼굴의 3분의 1 크기다. 이들은 센터 안 밀림에 사는데 워낙 크기가 작아 열대나무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펴야 발견할 수 있다.
 
스페인과 가톨릭은 보홀을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다. 박치헌 필리핀관광청 과장은 “필리핀이 333년간(1565~1898년)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적 사실을 미리 알아두면 보홀 관광을 더욱 풍부히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이 보홀에 남긴 대표적 유산은 스페인 군인들의 축배 든 모습이 형상화된 ‘혈맹 기념상’이다. 보홀 주도 타그빌라란의 랜드마크로 꼽힌다. 필리핀 원주민과 스페인 점령군이 맺은 우호적 관계를 기념한 것이다. 박 과장은 “백인과 아시아인 사이에 맺어진 최초의 우호조약으로 기록돼 있다”며 “이를 기념하는 축제인 ‘산두고 페스티벌’이 매년 7월 보홀에서 열린다”고 말했다.
 
타그빌라란에서 6㎞ 떨어진 바클레욘 성당도 스페인의 유산이다. 스페인 선교사들이 1727년에 세웠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2013년 필리핀 중부에서 발생한 지진 여파로 건물 일부가 무너졌는데 복구작업이 마무리 중이다. 알코올에도 스페인 문화가 녹아 있다. 필리핀 맥주 브랜드인 ‘산미구엘’은 스페인 지배 당시 원주민들이 스페인인의 맥주 제조 기술을 전수받아 만든 것이다.
 
◆여행정보
보홀은 필리핀에서도 안전한 곳으로 꼽힌다. 외교부 여행경보단계 중 세부·보라카이와 같은 남색경보(여행 유의) 지역이다. 필리핀항공(philippineair.co.kr)이 인천~타그빌라란(보홀) 직항편을 매일 운항한다. 한국에서 갈 땐 4시간30분, 돌아올 땐 4시간 소요. 지금까지 보홀을 가려면 마닐라를 경유하거나 세부에서 약 2시간 배를 타야 했다. 항공료는 왕복 30만~40만원선. 1544-1717.

 
보홀(필리핀)=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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