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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남극·북극에 가는 건 겸손해지기 위해서죠

여행자의 취향 │ 극지여행가 장영복
 2007년 남극점을 표시하는 원구를 배경으로 찍은 인증 사진. [사진 장영복]

 2007년 남극점을 표시하는 원구를 배경으로 찍은 인증 사진. [사진 장영복]

1988년 무작정 호주로 떠난 한 대학생 청년은 기묘한 광경을 목격했다. 서구권 여행자가 하나같이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여행하는 모습이었다. 장영복(54)씨와 여행 가이드북의 바이블 ‘론리플래닛’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장씨는 난생 처음 구매한 론리플래닛(South East Asia on a Shoestring)을 들고 동남아 여행을 떠났고, 가이드북의 영문 제목을 본떠 91년 신발끈(Shoestring) 여행사를 창업했다.
 
배낭여행 1세대다.
“해외여행 자유화(1989년) 이전에 해외여행에 나간 선구자다. 88년 당시 군 미필자가 해외로 나갈 방법은 어학연수뿐이었다. ‘자비 유학시험’이라는 ‘국가고시’를 봐서 100점 만점에 겨우 60점 이상을 얻어 88년 난생 처음 호주로 여행을 갔다.”
 
여행 후 달라진 점이 있나.
“모든 것이 바뀌었다. 배낭여행을 마치고 91년 대학생 신분으로 여행사를 창업했다. 해외에서 만난 여행자들이 론리플래닛이라는 가이드북을 들고 여행을 즐기는 게 인상적이었다. 91년 싱가포르 출판사를 통해 수입하다 93년 호주 멜버른에서 론리플래닛 창업자 토니 휠러를 만나 한국 배포권을 따냈다.”
 
가장 인상적인 여행지를 꼽는다면.
“남극이다. 지금껏 여섯 번 갔다. 남극 여행자 대부분은 미국이나 칠레·아르헨티나에서 ‘크루즈’를 타고 와 바다 위에서 남극을 구경한다. 나는 다른 방식으로 여행했다. 2007년 스키를 타고 남극 대륙을 질주했다. 60㎏가량의 짐을 썰매에 싣고 하루 10시간 이상 스키를 탔다. 잠은 텐트에서 자고, 포대자루에 용변을 봤다. 한 달 만에 남극점을 찍었다. 산악인인 허영호·고(故) 박영석씨 이후 세 번째로 남극점을 밟은 한국인이 됐다. 민간 여행자로서는 최초다. 사서 고생한 끝에 남극점을 찍고 든 생각은 ‘집이 최고다’라는 것(웃음).”
 
더 이상 극지방 탐험은 안 하는지?
“아니다. 이제는 가족과 함께 떠난다. 2008년에는 아내와 ‘북극점’을 찍으러 나섰다. 극지탐험에 나서는 이유는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리고 겸손해지기 위해서다. 남극이나 북극 등 원시 자연을 만나면 내가 지구에 살고 있는 작은 생명체에 불과하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여행 베테랑으로서 챙겨 가는 물건은?
“수영복. 따뜻한 나라를 갈 때뿐 아니라 심지어 남극에 갈 때도 들고 갔다. 남극수영대회 참가 때 유용하게 썼다. 그리고 셔츠 한 벌과 로퍼도 반드시 챙긴다. 여행 중에도 격식 있는 복장을 갖춰야 하는 일이 꼭 생긴다. 미쉐린(미슐랭) 레스토랑에 갈 때 고어텍스 점퍼에 등산화를 신고 갈 순 없지 않나.”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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