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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북한 SLBM 잠수함 킬러 핵잠수함 시급하다

경남 창원 진해해군기지를 둘러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핵잠수함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이 첨단무기 확보에 탄력이 붙었다. 북한과 미국이 핵 공격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연일 말 폭탄을 퍼붓고 있지만 우리의 대응방안은 마땅히 없다. 게다가 북한이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핵잠수함까지 건조하면 한국은 정말 속수무책이 된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핵잠수함이 필요한지, 그리고 이를 우리가 자체 개발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봤다.

 
2025년 가을. 한국 해군의 국산 핵잠수함은 북한 신포 앞바다에 숨을 죽이고 대기 중이었다. 바다는 고요했지만 핵잠수함 승조원들의 손에는 땀이 뱄다. 북한은 이미 핵무장한 상태이고 날마다 한국을 잡아먹을 듯이 협박했다. 신포기지에 정박한 북한 고래급 잠수함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래급에는 SLBM이 실려 있었다. 우리 해군은 북한 고래급 잠수함 뒤를 조용히 따라붙었다. 그렇지만 북한 잠수함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핵잠수함이 워낙 조용한 데다 고래급의 수중음향장치 소나는 전방 120도 각도로만 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잠수함은 연안을 벗어나자 속도를 3노트에서 8노트로 올렸다. 우리 핵잠수함도 속도를 높였다. 25노트 이상을 낼 수 있는 핵잠수함이 디젤엔진을 장착한 고래급 잠수함을 따라잡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 동해 북쪽까지 올라간 북한 고래급은 갑자기 부상을 시작했다. SLBM 발사 징후가 소나에 감지됐다. 북한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한국을 향해 SLBM을 쏘겠다고 최후통첩을 한 터였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우리 해군은 어뢰를 발사했다. 뒤에서 어뢰를 맞은 북한 고래급 잠수함은 수중폭발과 함께 동해에 가라앉았다. 하지만 목격자는 아무도 없었다. 한국 핵잠수함엔 강한 충격파만 전달될 뿐이었다. 며칠 뒤 북한에서 고래급 잠수함이 사고로 침몰했다는 첩보가 우리 정보 당국에 포착됐다.
 
8년 뒤 동해에서 남북한 잠수함 간 벌어질 수 있는 수중전투 가상 시나리오다. 북한의 고래급(2000t) 잠수함에 SLBM이 장착되는 시기는 1∼2년 뒤로 예상된다. 북한은 또 2010년 김정일 지시로 2018년까지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한다는 목표다. 미국의 북한전문 사이트 ‘38노스’가 지난해 9월 공개한 인공위성 사진에 따르면 북한은 지름 10m 크기의 잠수함 동체 일부를 제작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인 제작 단계를 기준으로 볼 때 완공까지는 적어도 4∼5년은 더 걸릴 전망이다. 핵폭탄 제작에 성공한 북한으로서도 잠수함에 들어갈 소형 원자로는 만들기 쉽지 않다. 2014년 북한에 의한 한국수력원자력 해킹도 핵잠수함용 원자로 기술을 얻기 위한 공작이란 시각도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한이 개발 중인 핵잠수함은 “동체 직경을 기준으로 할 때 길이 90m인 4000∼5000t급으로 추정된다”는 게 문근식 전 362사업(핵추진 잠수함사업) 단장의 분석이다. 이 정도 잠수함에는 10기가량의 핵 장착 SLBM이 탑재될 수 있다. 이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공격 시 한국과 일본은 물론 2차 핵 보복으로 괌과 하와이·오키나와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전투력이다.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고래급 성능으로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요격 범위 이상의 원거리를 항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북한이 핵잠수함 건조에 성공하면 제주도 남쪽까지 이동해 SLBM을 발사할 수 있다. SLBM을 발사할 수 있게 됨으로써 고래급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이 핵잠수함으로 쫓고 쫓기는 수중작전을 펴는 것은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핵잠수함은 원자로에서 생산된 에너지로 25노트 이상 고속으로 무제한 작전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반면에 디젤엔진을 쓰는 재래식 잠수함은 수중에서 10시간만 고속 기동하면 배터리가 방전된다. 디젤 잠수함의 작동 원리는 해면에서 엔진을 돌려 충전한 뒤 이 전기로 스크루를 돌리는 것이다. 따라서 배터리 용량에 한계가 있는 디젤 잠수함으로는 수중 추적작전이 사실상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또 핵잠수함은 큰 규모 덕에 내부에 이중소음차단벽을 설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핵잠수함은 기동 시 새우 떼보다 작은 소리를 낸다. 이에 비해 소련의 잠수함을 본뜬 북한 잠수함은 구조상 문제로 큰 소음을 낸다. 물속에선 소음이 큰 잠수함은 먼저 발각돼 공격받기 마련이다.
 
이처럼 다방면에서 뛰어난 핵추진 잠수함은 해군의 기동함대 호위에도 필수적이다. 20노트 이상 속도로 운항하는 기동함대를 호위하려면 12노트 이하인 디젤 잠수함으로는 어림도 없다. 기동함대는 가파르게 전력이 늘고 있는 주변 나라들과의 해상 전력에 균형을 잡아주는 데도 필수적이다. 핵잠수함은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볼 때 절대 없어선 안 된다는 의미다.
 
핵잠수함을 갖는 데 중요한 요소는 국가의 의지와 기술, 핵연료다. 현재 핵잠수함을 보유 중인 나라는 미국·러시아·중국·프랑스·영국, 그리고 인도. 죄다 핵무기 보유국이다. 핵무기 확보 후 핵잠수함 개발이 일반적인 코스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북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음에도 문 대통령이 핵잠수함 확보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물론 북한 위협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다.
 
의지가 있다면 그 다음은 기술이 문제다. 한국의 핵잠수함 준비는 1990년 초반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이 당시 만든 게 일체식 스마트(SMART) 원자로. 일반적인 원자력발전소는 원자로와 열교환기가 분리돼 있지만 스마트 원자로는 격납로 안에 이 두 개가 통합돼 있다. 그래서 일체식 스마트 원자로를 더 축소하면 핵잠수함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원자력연구소 관계자는 "핵잠수함용 원자로의 기본설계는 이미 끝났다”며 “국방부가 원자로의 제원과 성능 등만 정해 주면 설계 변경과 제작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전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핵연료 확보다. 핵잠수함 원자로는 우라늄-235 비율이 20∼90%인 농축우라늄을 연료로 쓴다. 문제는 한·미 원자력협정이 농축우라늄의 군사적 전용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 4월 대선 때 핵잠수함 원자로의 핵연료는 국제협정상 문제가 없지만 한·미 원자력협정엔 위배된다며 “미국과 협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핵잠수함에 필요한 핵연료 확보 및 사용에는 미국의 협조가 핵심인 것이다.
 
예산 확보와 정부의 추진 방식도 중요하다. 문 전 단장은 “핵잠수함 1척 건조에는 1조6000억원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국내 기술통합과 미국과의 협상도 있어야 한다”며 “관계부처가 함께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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