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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르포]'피티켓' 실종된 동서남해 바닷가 "휴가 때 당신이 한 일을 피서지는 알고 있다", 피서객 꼴불견 백태

 
지난 4일 오후 6시45분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19시 이후 입욕을 통제합니다.  모두 물 밖으로 나오세요.”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대부분의 피서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15분 뒤인 오후 7시. “입욕을 전면 통제한다. 모두 나와달라”는 방송과 함께 해경과 안전요원들이 수상 보트를 타고 이동하면서 피서객들을 밖으로 밀어냈다. 하지만 피서객 수십여 명은 여전히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여전히 물놀이를 즐겼다.
 
한 피서객은 “저쪽에서도 물놀이를 한다. 왜 우리만 갖고 그러냐”며 오히려 안전요원에게 큰소리를 쳤다. 대천해수욕장에서 매일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오후 7시를 넘겨 바닷물에 들어가면 해수욕장 관리법(22조)에 따라 과태료 10만원의 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해수욕장이 개장한 이후 두 차례밖에 없었다. 피서를 즐기러 온 관광객을 고려해서다.
지난 4일 오후 9시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일부 피서객이 입수금지 시간을 넘겨 해수욕을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4일 오후 9시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일부 피서객이 입수금지 시간을 넘겨 해수욕을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오후 9시30분. 순찰차가 “삐용~ 삐용~” 사이렌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바닷가로 출동했다. 백사장 중간쯤에서 피서객 수십여 명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CCTV(폐쇄회로TV)와 순찰요원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순찰차가 돌아가자 피서객들은 다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40대 초반의 한 남성은 두 아이가 허리 높이의 바닷물까지 들어가는데도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보령시 해수욕장사업소 관계자는 “밤새 숨바꼭질을 하는 데 새벽에는 술을 마시고 물에 들어가는 사람이 많아 더 긴장한다”며 “주변에서는 시민의식이 나아졌다고 하는데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새벽 부산시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밤새 술을 마시고 노숙하고 있는 피서객들. 송봉근 기자

지난 5일 새벽 부산시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밤새 술을 마시고 노숙하고 있는 피서객들. 송봉근 기자

 
쓰레기 무단투기도 해수욕장 곳곳에서 이뤄졌다. 오후 5시쯤 대천해수욕장 관광센터 앞에는 피서객이 무단으로 버린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분리수거는 고사하고 음식물과 플라스틱, 유리병까지 무분별하게 버려졌다.
 
백사장 길이가 3.5㎞에 달하는 대천해수욕장에는 100m마다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다. 하루 평균 20~25t, 주말에는 30t 넘는 쓰레기가 수거된다. 모두 피서객이 무단으로 버린 쓰레다. 보령시는 대천해수욕장 개장기간(6월 17일~8월 20일)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매일 6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쓰레기 수거 예산만 5억원을 편성했다. 모두 국민이 낸 세금이다.
지난 4일 오후 10시쯤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인도가 피서객이 버린 쓰레기로 가득 덮여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4일 오후 10시쯤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인도가 피서객이 버린 쓰레기로 가득 덮여 있다. 신진호 기자

 
해가 지자 상황이 더 악화했다. 어둠을 틈타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술병과 맥주 캔, 음식물 쓰레기로 백사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10대 여성 두 명은 아예 백사장에서 돗자리를 깔아놓고 버젓이 담배를 피웠다. 백사장 흡연은 엄연한 불법행위로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해운대해수욕장도 피서객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6월 1일 해운대해수욕장이 개장한 뒤 수거한 쓰레기는 하루 평균 3t가량에 달한다. 성수기인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는 배로 늘어난 6t씩 쏟아져 나온다. 쓰레기를 치우는데 매일 123명이 투입되고 비용은 5억원에 이른다. 그나마 올해는 작년보다 무단 투기한 쓰레기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지난 5일 오전 5시 강릉 경포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모래사장은 피서객이 버린 쓰레기로 뒤덮였다. 박진호 기자

지난 5일 오전 5시 강릉 경포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모래사장은 피서객이 버린 쓰레기로 뒤덮였다. 박진호 기자

 
경포해수욕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4일 오후 7시쯤 해수욕장 관계자들이 파라솔을 걷어내자 짬뽕과 짜장면을 먹은 일회용 그릇부터 소주와 맥주병·담배꽁초까지 다양한 쓰레기가 가득했다.
 
김동근 강릉시관광과 관광지도 담당은 “밤이 되면 피서객들이 주변을 의식하지 않아 쓰레기 무단 투기가 더 심해진다”면서 “피서객이 몰리는 주말이면 3t이 넘는 쓰레기가 해수욕장에서만 나온다”고 말했다.
 
노출이 많은 해수욕장에서는 이른바 ‘몰카(몰래카메라)’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30일 오후 2시30분 부산 해운대경찰서 관광경찰대 이승우(47) 경위가 미얀마인 A씨(27)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다.
 
외국인 근로자인 A씨는 서툰 한국말로 “같이 놀러 온 친구들을 찍었다. 억울하다”며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A씨 카메라에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20~30대 여성들의 가슴과 중요부위가 찍힌 사진이 여러 장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속 여성들의 얼굴을 확인한 경찰관은 백사장으로 뛰어갔다.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어렵게 찾아낸 피해 여성이 “성적 수치심을 느낀다”고 진술하는 순간 A씨는 피의자 신분이 됐다.
 
이승우 경위는 “한국인들은 몰래카메라 촬영이 범죄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모르는 경우가 간간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환경미화원들이 백사장에서 수거한 많은 쓰레기를 분리수거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환경미화원들이 백사장에서 수거한 많은 쓰레기를 분리수거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5일 대천해수욕장에서는 경찰관이 백사장을 돌며 이른바 ‘몰카범’을 집중 단속했다. 의심이 되는 피서객을 발견하면 휴대전화나 카메라를 건네받아 사진을 일일이 확인하고 숨겨진 폴더가 있는지도 살펴봤다.
 
보령경찰서 홍광정 해수욕장지구대장은 “선글라스를 끼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면 일단 의심을 해봐야 한다”며 “여성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해수욕장 곳곳에 220개의 안심벨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BJ(방송진행자)가 급증하면서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몰카범은 적발되면 처벌이 가능하지만 BJ 촬영은 마땅한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방송은 카메라를 앞세워 사람들에게 접근한 뒤 신체 일부 등을 촬영하는 수법을 쓴다. 동의를 받지 않고 방송에 나가는 일이 허다하다. 실시간 방송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신상이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한 피서객이 문신을 드러낸 채 걸어가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한 피서객이 문신을 드러낸 채 걸어가고 있다. 송봉근 기자

 
상인과 가족단위 피서객들은 오토바이 소음과 음주 후 고성방가 피해를 호소했다. 4일 오후 6시쯤 대천해수욕장에서는 2인승 오토바이를 남성 4명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해안도로에서 곡예운전을 했다. 오후 7시쯤에도 남성 3명이 오토바이 두대에 나눠타고 지그개그로 도로를 오갔다. 어린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은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면 구석으로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들에 대한 단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버스킹(길거리 공연)으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하루 20여 팀이 공연하는 데 소음신고도 10여 건이나 접수된다. 하루 발생하는 민원의 70%가 버스킹 관련이다고 한다.
 
해운대 여름경찰서 박근칠 서장은 “해운대구 조례에 버스킹은 오후 11시까지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강제력이 없다”며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공연자들이 경찰 단속에도 꿈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천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안전모를 쓰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고 지그재그로 운전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천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안전모를 쓰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고 지그재그로 운전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피서객들의 백사장 흡연도 꼴불견으로 꼽았다. 지난 4일 오후 5시쯤 강원도 강릉시 경포해수욕장. ‘금연 담배꽁초 없는 해변’이라고 적힌 안내판 앞 모래사장에서 20대 남성 3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다른 피서객들이 코를 막으며 지나갔지만 끽연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들과 10m가량 떨어진 곳에서도 몸에 문신한 남성 두 명이 담배를 피웠다. 이들을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족과 함께 피서를 온 최선호(40·서울)씨는 “흡연구역을 만들어놨는데 아이들도 다니는 해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몰상식한 행위”라며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에티켓은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한 피서객이 애완견을 데리고 나와 산책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한 피서객이 애완견을 데리고 나와 산책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해운대를 비롯한 부산의 해수욕장에서는 반려견으로 인한 민원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목줄을 착용하지 않았거나 배설물을 처리하지 않았다는 게 대부분이다. 해운대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수시로 순찰에 나서고 안내방송도 하지만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법(13조)에 따라 생후 3개월 이상 된 반려견은 외출 때 목줄과 인식표를 착용해야 한다. 배설물 처리는 주인의 의무다. 위반하면 최고 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해수욕장과 계곡 등 피서지 주변에서는 애완동물이 자주 버려지기도 한다. 지난달 경기도의 한 도로변에서는 쇼핑백에 담겨긴 작은 개 한 리가 발견된다. 이 개는 사설 유기견 보호소로 보내졌다. 지난해 버려졌다가 구조된 유기동물은 9만여 마리. 이 가운데 1만8000여 마리가 휴가철인 7~8월에 버려진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음주와 흡연, 쓰레기 투기로 관광지의 상품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매년 여름 휴가시즌마다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이 늘어나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일부 피서객의 몰지각한 행동과 꼴불견’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4일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환경미화원들이 피서객이 무단으로 버린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4일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환경미화원들이 피서객이 무단으로 버린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이승구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깨끗한 해변에서 피서를 즐기는 것 자체가 관광상품인데 일부 피서객으로 인해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령·부산·강릉=신진호·이은지·박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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