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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치매 국가책임제, 치료제 개발 수반돼야

묵인희 서울대 의과대 교수

묵인희 서울대 의과대 교수

요즈음 환갑잔치를 하는 분은 거의 없다. 100세 시대를 사는 현대사회에서는 60이란 나이는 그냥 숫자일 뿐 전혀 노인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이 60에도 치매라는 무서운 질병에 대한 불안감은 느낀다. 치매는 기억력 상실이라는 주요 증상을 넘어 인간의 자존감마저 빼앗아 버리는 무서운 질병이기 때문이다. 치매가 발병하면 그 가족들은 아무런 희망 없이 10년 넘는 세월 동안 증상이 점점 더 심해져 가는 아버지, 어머니 혹은 배우자를 바라보면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치매 환자는 60만 명을 넘었고 가족들까지 생각하면 엄청나게 많은 숫자가 치매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치매의 원인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치료제 개발에 엄청난 액수의 연구비를 투자해 왔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임상시험은 실패를 거듭했다. 그 이유는 발병 10~20년 전부터 뇌의 병변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몰라 이미 손쓸 수 없이 병변이 많이 진행된 환자군을 임상시험 대상군으로 썼기 때문이다. 미리 기초연구에 투자해 뇌의 병변은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부터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미국에서는 2012년부터 국가 알츠하이머병 프로젝트법(National Alzheimer’s Project Act·NAPA)을 제정하고 국가에서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대비를 시작했다. 올해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투자돼 왔던 치매 연구의 기초 분야에 3000억원에 이르는 연구비를 투자하면서 결국 기초연구가 치매를 극복하는 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올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치매 국가책임제를 시행하겠다고 선언하고, 실제로 전국적인 시행을 위한 제도와 방법이 구체화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고통받는 치매 환자의 돌봄과 그 가족에 대한 교육에, 국가가 책임지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환경을 개선해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이 제도는 시의적절하고 환영받을 만하다. 믿음직한 국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훌륭한 정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태야 한다. 치매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는 기초연구를 지원해야 한다. 치매 연구 전문가로서 25년을 되돌아보면 분명히 치매를 극복하는 지름길이 있다는 것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치매 환자를 위한 돌봄도 물론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치매 발병 이전에 조기진단을 하고 예방법을 찾아내 알려주는 것이다.
 
실제로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의 경우 임상시험의 막바지 단계인 3상에 가 있는 약물이 20여 가지 있고, 후속 후보물질도 다수 있으므로 모두가 함께 노력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원인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치매 극복의 지름길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미래를 보고 치매의 발병 기전(pathogenesis), 조기 진단 방법, 치료제 개발 등 기초연구에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다. 과거에 암 진단을 받으면 거의 사형선고처럼 받아들이던 시대에 전 세계는 긴 시간 동안 암 연구에 투자하고 끈질기게 실패에 맞서고 도전했다. 이제 암은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며 많은 암의 경우는 사전 진단으로 그 위험성을 제거할 수도 있게 되었다.
 
치매도 암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기초연구에 투자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치매의 기초연구를 국가 백년대계로 큰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나라 경제의 부담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우리나라 연구 수준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서 이제는 국제경쟁력을 가지고 선진국들과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다. 치매 치료와 관련한 큰 시장에 점령군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최근 밝혀진 새로운 결과들을 바탕으로 함께 출발선에 서 있다고도 말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치매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먼저 국가적 차원에서 치매 전문가 그룹과 정책 입안자·시행자가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치매 국가 백년대계를 세워야 한다. 이것이 치매 국가책임제가 돌봄만이 아닌 예방·진단·치료의 길을 제시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공에 대한 밑거름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치매 국가책임제의 성공은 치매 가족의 사회활동 복귀는 물론 치매의 예방·진단·치료에 대한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의 부흥을 낳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묵인희 서울대 의과대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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