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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4시간, 1000건 넘게 배달 … 집배원 올해만 12명 숨져

지난 2월 충남 아산 영인우체국 소속 집배원 조모(44)씨가 집에서 숨졌다. 동맥경화였다. 동료들은 “과로가 사망원인”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사망 전날인 휴일에도 출근해 일하고 귀가했다. 인사혁신처는 이달 3일 그를 순직으로 처리했다.
 
아산우체국 소속 곽모(47)씨도 6월 25일 집에서 자다 심근경색으로 이승을 등졌다. 대통령 선거에 따른 우편물 특별소통 등으로 밤늦도록 업무에 매달렸다. 앞서 세상을 떠난 조씨의 빈자리를 메우려 영인우체국에서 일하기도 했다.
 
같은 달 8일에는 경기도 가평우체국에서 근무하던 용모(57)씨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뇌출혈이었다. 이날 새벽 출근해 잠시 쉬다 숨을 거뒀다. 전날 그는 빗속을 뚫고 우편물을 날랐다.
 
지난해 7월 4일 경북 청송 현동우체국의 배모(34)씨는 폭우가 쏟아지는 길에서 꽃다운 인생을 마감했다. 오토바이에 우편물을 가득 채우고 배달에 나선 길이었다. 세 살배기 아들을 두고 그는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올 들어 집배원 9명이 세상을 떠났다. 위탁택배원과 계리원을 포함하면 12명이다. 사랑과 기쁨, 희망의 전령사이자 슬픔을 함께 나누는 친구 같은 집배원이 어쩌다 이 지경에 내몰렸을까. 뭇사람들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던 그들. 정작 자신들은 짐 속에 파묻혀 과로에 짓눌려 있기 때문이다.
 
집배원의 하루는 오전 5~7시에 시작된다. 우편물 내리고, 분류, 배달까지 마치면 오후 3~5시. 한 시간으로 정해진 식사시간을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통 30분 안에 후딱 해치우고 또 거리로 나선다. 배달을 마친 뒤도 이들은 다음 날 돌릴 우편물을 또 분류한다. 그제야 퇴근하는데, 오후 9시를 넘기기 일쑤다. 그나마 이 정도면 규칙적이라고 한다. 선거철이나 명절 때면 그야말로 전투다. 이들의 하루평균 이동거리는 광역시가 40㎞ 정도다. 신도시는 60㎞, 농어촌은 100㎞ 이상이다. 하루에 1000건 넘게 배달한다. 숨진 곽씨의 하루평균 배달물량은 1291건이나 됐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집배원의 하루평균 근로시간은 10.9시간에 달한다. 10명 중 4명은 하루 12~14시간, 월평균 22일 일한다. 그렇다고 휴가를 마음놓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연차휴가를 사용한 날은 평균 3.4일에 불과했다. ‘동료에게 피해 주기 싫어서’ ‘업무량이 많아서’ 못 간다는 게 집배원들의 하소연이다(한국노동연구원 설문).
 
얼마나 피곤하면 매주 업무스트레스로 잠을 자다 깬 경험이 있는 사람이 94.8%에 달했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질병을 달고 산다. 둘 중 한 명은 고혈압이나 심근경색, 대사증후군 등의 진단을 받았다.
 
분기별로 한 번씩은 일하다 사고를 당한다(연평균 4.4회). 근골격계 질환, 교통사고 등이다. 그런데도 병가를 안 쓰는 사람이 10명 중 8명이다. “내가 쉬면 다른 사람이 내 일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라고 했다.
 
대전고용노동청은 올 들어 두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아산우체국 등 4개소를 최근 실태조사했다. 월평균 57시간이나 연장근무를 하고 있었다. 명절이 낀 지난해 9월엔 84.6시간을 초과근무했다. 대전고용청은 ▶장시간 근로 개선 대책 ▶근골격계 등 부상 경감 방안 ▶연차휴가 소진방안 마련을 권고하는 데 그쳤다. 집배원의 신분이 공무원이어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당 최대 근로시간(52시간) 적용 특례 업종에서 집배원을 제외키로 최근 합의했지만 실효성은 없다.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공무원 복무규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집배원의 복무규정만 따로 만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명환 전국우정노동조합 위원장은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과 고용부 등의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3000명 이상 충원할 것을 요구했다. 이 정도는 돼야 1인 가구 증가 등에 따른 배달처 증가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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