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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과 “탈피오트”, 사이버 강국 이스라엘의 키워드

기자
손영동 사진 손영동
한국은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이고, 이스라엘은 2000년 동안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다시 생겨난 유일한 국가다. 척박한 환경에서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지구 반대쪽에 있는 이스라엘은 방위산업, 특히 항공우주ㆍ정보기술 분야에 이어 사이버보안 분야에서도 인공지능(AI)을 앞세워 한걸음 앞서가고 있다.

이스라엘이 개발한 기갑차량용 `아이언비전` 스텔스 헬멧 [사진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개발한 기갑차량용 `아이언비전` 스텔스 헬멧 [사진 연합뉴스]

우리나라 충청도 면적에 인구 770만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이 방위산업에 눈을 뜨게 된 것은 1973년 10월 욤키푸르(Yom Kippur) 전쟁이라 불리는 제4차 중동전쟁 이후다. 욤키푸르는 그동안 지은 죄를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용서를 구하는 날인데, 이날 시리아와 이집트가 과거 3차례 중동전쟁에서 잃었던 영토회복을 위해 기습했다.

절체절명의 상황을 미국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벗어난 이스라엘은 이를 계기로 시민경제가 마비될 만큼 엄청난 방위비를 쏟아 부었다. 이스라엘은 항공정찰ㆍ레이더ㆍ미사일ㆍ정보통신 등을 중심으로 방위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때를 고통스러웠던 ‘잃어버린 10년’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스라엘 방위산업의 주력은 항공우주와 정보통신 분야이다. 항공우주 분야에서 전투기와 드론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의 반도체ㆍ제어 등 고도로 특화된 알고리즘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이버보안 심층기술들을 잇달아 내놓으며 세계 보안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스라엘 기술의 원천은 정부의 사이버보안 우선정책과 여타 국가에선 찾기 힘든 군(軍)의 인재육성 프로그램, 그리고 실패를 용인하는 잘 갖춰진 산업 생태계에 있다. 군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마련한 엘리트 양성 프로그램과 제반 조치들이 결국 스타트업과 하이테크산업을 이끌어가는 마중물이 된 셈이다.

군의 인재육성 프로그램은 ‘성취의 정점’을 의미하는 ‘탈피오트(Talpiot)’가 대표적이다. 제4차 중동전쟁 이후 군은 위기관리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관성의 틀을 깨는 인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1979년 탈피오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탈피오트는 어떠한 타성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가적 의지를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탈피온(Talpion)이라 불리는 이들은 학업성적뿐 아니라 인성ㆍ지도력ㆍ협동심 등에서도 하자가 없어야 한다. 군은 상식을 초월하는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고강도의 문제해결식 교육은 물론이고 부대 내에서조차 이견이 있을 경우 자신의 생각을 과감히 표출할 수 있게 조치했다. 다수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직책을 둘 정도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활성화는 1993년 정부와 민간이 합동으로 조성한 요즈마(Yozma) 펀드가 큰 기여를 했다. 이 펀드는 창업 단계별로 필요한 자금을 가능성만 보고 과감히 투자한다. 2017년 6월 정보기관 모사드까지 하이테크 투자에 가세한다고 밝혔다. 모사드는 지분은 갖지 않고 스타트업의 실용화 과정에서 나온 산출물을 공유할 방침이다.
 
이스라엘은 2014년 1월부터 사이버스파크(Cyber Spark)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남부 네게브 사막의 작은 도시 베르셰바를 글로벌 사이버수도로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사이버스파크는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베르셰바로 오면서 시작됐다. 방위군이 들어오자 젊고 유능한 군인이 늘어났다. 벤구리온 대학이 이들을 흡수하면서 정부-군-대학-민간기업으로 연결되는 생태계가 형성됐다. 이로써 기업이 필요한 기술과 인재ㆍ정보ㆍ자금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 중앙포토]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 중앙포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13년 6월 주요기반시설에 대한 범(凡)아랍권의 사이버공격 대응을 촉구했고, 2017년 6월 사이버보안 컨퍼런스 ‘사이버위크 2017’에 참석해 “이스라엘은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가장 앞서왔지만 끊임없이 도전을 받는다”면서 지능화ㆍ고도화하는 사이버위협에 맞설 수 있는 신기술의 지속적인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업 인수ㆍ합병이 보편화되어 있는 이스라엘에서는 매년 5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나오고, 반석에 오른 기업들 역시 낡은 것을 도태시키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혁신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반복한다. 뒤처지는 건 한순간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직접 나서 사이버강국 의지를 표명하고 사이버보안 관계자들을 독려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손영동 한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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