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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청년 버핏 신화 '사실이 아니었다’

‘한국의 청년 버핏’ 신화가 해프닝으로 끝났다.  
 주식 투자가 박철상(33)씨가 주식으로 번 돈은 수억원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8일 드러났다. 박씨는 이날 한 경제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서 투자원금은 5억원 가량 된다. 그러나 기존에 순수 제가 번 돈으로 기부한 금액까지 포함하면 14억원 정도 번 것이 맞다”고 밝혔다. 수백억원을 주식 투자로 벌었다는 이전의 발언과는 다른 내용이다
 
박씨는 주식으로 400억원대 자산을 불리고 모교(경북대)에 10억원 넘는 돈을 기부하면서 ‘청년 워런 버핏’이란 별명을 얻었다. 높은 투자 수익과 적극적인 기부 활동이 미국의 투자 고수 워런 버핏과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박씨는 강연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400억원대 자산 가운데 수억원을 매년 기부하겠다고 말해왔다.
 
올해 2월 전남대에 장학기금 6억원 기부를 약정한 박철상씨(오른쪽). [사진 전남대]

올해 2월 전남대에 장학기금 6억원 기부를 약정한 박철상씨(오른쪽). [사진 전남대]

 
 
하지만 그의 주장은 일부만 맞고 나머지는 거짓이었다. 박씨에 대한 의혹은 주식 투자가 신준경씨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신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씨에게 실제로 400억원을 번 증거를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박씨의 주장이 맞다면 박씨가 원하는 단체에 “현금 1억원을 약정없이 일시불로 기부하겠다”고 돈을 걸었다. 박씨의 기부 활동이 당장 해당 단체에 돈을 내는 것이 아닌 ‘앞으로 얼마얼마를 내겠다’는 식의 약정 방식으로 이뤄진 것을 지적했다. 신씨는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씨의 사기 행각을 초기에 문제 삼은 인물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철상씨. [중앙포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철상씨. [중앙포토]

 
결국 공방은 이날 박씨의 고백으로 끝이 났다. 신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씨는) 400억원이 아니라 몇억원 정도 벌었고 기부는 약정에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자기 이름으로 기부했고. 이게 결론”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씨는 “그는 후배들에게 영웅으로 남고 싶었고 여러 인사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신분상승에 취해있었다”며 “약간의 허언증에 사회가 그를 영웅으로 만들면서 본인이 심취해버린 것”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이로 인해 ‘자칭’ 주식 전문가의 허위 투자 수익 공표, 투자 정보 신뢰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박씨가 허위 사실을 기반으로 벌어들인 강연 수익 등이 문제가 없는지도 논란 거리로 넘았다. 자신의 허위 투자 실적을 바탕으로 부당 수익을 올리고 이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했다면 처벌 받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신준경 페이스북 내용 [페이스북 캡쳐] 

신준경 페이스북 내용 [페이스북 캡쳐]

 
 
지난해 ‘청담동 주식 부자’로 불리던 이희진(30)씨가 비상장 주식에 대한 허위 정보를 투자자에게 퍼뜨려 부당 이득을 얻은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2014년에는 유사 투자자문사 ‘미라클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유료 회원 수천 명을 모았다. 최대 1000만원 가입비를 낸 투자자에게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사라고 유인했고 자신은 주가 상승 후 팔아치우며 차익을 얻었다. 피해자가 속출하자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섰고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피해자는 1000여 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씨 처벌에도 가짜 주식 전문가로 인한 피해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강세장 속에 판치는 ‘가짜 전문가들’ 속에 제2의 이희진에 우는 투자자가 양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씨 사건 이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 관련 범죄 전력이 있으면 유사 투자자문업을 할 수 없도록 제도를 고쳤지만 문제가 사그라들진 않았다.
 
수법만 더 교묘해지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나 다음 카페 뿐 만 아니라 소셜트레이딩시스템(STS) 시스템도 주식 사기의 타깃이 되고 있다. 해당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수익률을 부풀려 올린 다음 투자자를 유인하는 방식이다. 특정 종목을 미리 산 다음 모집한 투자자에게 ‘사면 크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비공개 호재가 있다’는 식으로 허위 정보를 알린다. 그리고 주가가 오르면 자신은 팔고 나가는 식이다. 이후 주가 급락으로 인한 피해는 허위 정보에 속은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조작한 투자 수익 그래픽을 내걸고 투자자를 고액 유료 카페ㆍ블로그로 유인하고, 해당 사이트를 통해 매수 추천을 한 다음 주가가 오르면 자신은 주식을 팔아 수익을 챙기는 운영자들이 많은데 이는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를 통해 올린 주가 수익 그래픽이나 수치도 믿을 게 못된다”며 “몇몇 사례를 추적한 결과 수천 퍼센트 수익률을 낸 것으로 보여지는 그래픽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현재 거래소는 블로그와 카페, 앱 등을 통해 운영되는 20여 개 사이트를 추적 중이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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