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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수영할까, 산책할까 아니면 책 속으로? 취향대로 쉬는 ‘휴식 편집매장’

옷부터 소품, 카페까지.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을 한곳에 모은 편집매장이 인기다. 취향에 맞는 다양한 물건을 만날 수 있는 데다 여러 곳을 다니며 물건을 고르는 수고 없이 안목 있는 매장 구매 담당자의 취향에 기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7월 1일 부산시 기장군에 문을 연 복합휴양단지 아난티 코브는 이런 편집매장과 꼭 닮은 공간이다. 파는 것은 ‘휴식’이다. 대지 면적 7만5837㎡(약 2만3000평) 크기의 국내 최대 휴양시설인 이 거대한 휴식 편집매장엔 지금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휴식이 다양하게 진열돼 있다.
 
아난티 코브는 부산 기장 바닷가에 위치한 대규모 복합휴양단지다. ‘작은 만’을 의미하는 ‘코브(cove)’가 들어간 이름처럼 1㎞가 넘는 해안가를 따라 조성한 하나의 해안마을이다. 이 마을 안엔 회원제 리조트인 아난티 펜트하우스와 프라이빗 레지던스, 그리고 힐튼부산호텔 등 숙박시설을 구심점으로 다양한 부대시설이 한 공간 안에 모여 있다.
 
기존의 휴양시설이 그러하듯 수영장과 산책로는 기본. 여기에 15개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입점한 일종의 골목상가인 아난티 타운과 6611㎡(약 2000평)의 천연 온천욕장, 무려 1650㎡(약 500평)인 서점, 비슷한 규모의 클리닉, 바다를 면한 채플 홀 등이 들어서 있다. 단순히 숙박하고 수영 좀 하는 그런 흔한 곳이 아니라 다양한 휴식의 결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텔이 곧 여행의 목적지가 되는 곳이라고 할 만하다.
 
교보문고 3분의 1 크기 서점
 
부산시 기장군에 문을 연 리조트 단지 ‘아난티 코브’의 핵심 시설인 ‘이터널 저니.’ 대형 서점을 방불케 하는 규모가 인상적이다. 책을 파는 서점인 동시에 독서를 통한 휴식을 제안하는 공간이다. [유지연 기자]

부산시 기장군에 문을 연 리조트 단지 ‘아난티 코브’의 핵심 시설인 ‘이터널 저니.’ 대형 서점을 방불케 하는 규모가 인상적이다. 책을 파는 서점인 동시에 독서를 통한 휴식을 제안하는 공간이다. [유지연 기자]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던 사람도 여행 갈 땐 책을 챙기는 경우가 많다. 여행지에서나마 바쁜 일상을 핑계로 멀리했던 책과의 여유로운 조우를 꿈꾸기 때문이다. 아난티 코브를 목적지로 정했다면 따로 책을 챙길 필요가 없다. 단일층으로 국내 최대인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3분의 1 크기의 대형 서점이 자리해 있기 때문이다. 아난티 코브의 핵심인 이 서점의 이름은 ‘이터널 저니(Eternal Journey·영원한 여행)’다. 서점 간판에는 ‘영혼 치료소(soul clinic)’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본격적인 휴식방법으로 책을 제안하는 셈이다.
 
이터널 저니는 도서관이 아니라 책방이다. 실제로 책을 파는 오프라인 서점이란 얘기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책이 2만 권이나 있는데도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는 도서검색대나 안내창구가 없다. 비록 도서관은 아니지만 공들여 고른 책들을 시간 들여 충분히 구경하면서 발견의 재미를 느껴 보라는 의미다. 서가의 구성도 독특하다. 책을 많이 팔려면 베스트셀러와 신간 도서가 잘 보이도록 배치해야 할 것 같은데 일단 이 비중이 작다. 대신 인물·바다·환경·작업실·페미니즘 같은 크고 작은 55가지 주제별로 책이 진열돼 있다.
 
진열방식도 눈에 띈다. 일반 서점처럼 책등만 겨우 보이며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은 이곳에 없다. 흔히 이 정도 규모의 대형 서점이라면 3만~3만5000여 권의 책이 비치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터널 저니에는 2만 권만 진열돼 있다. 모든 책의 표지를 보이도록 뒀기 때문이다. 서가를 거닐며 표지를 감상하고 마음에 드는 책을 꺼내 천천히 읽어 보는 과정. 그 과정 자체를 휴식으로 제안하는 셈이다.
 
로마 3대 커피에 스타 셰프 맛집도
 
15개의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 숍이 입점한 아난티 타운. 둘러보는 데만도 한참 걸린다. [사진 에머슨퍼시픽]

15개의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 숍이 입점한 아난티 타운. 둘러보는 데만도 한참 걸린다. [사진 에머슨퍼시픽]

한참 책 사이를 거닐다가 서점을 나서면 아난티 타운의 개성 있는 숍들과 마주하게 된다. 마치 한적한 교외 아웃렛 건물처럼 단층짜리 건물이 서로 연결돼 골목을 이루고 있다. 구색 맞추기 상가시설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저마다의 특색을 갖추고 있어 둘러보는 데만도 꽤 시간이 걸린다.
 
먼저 식음료업장이다. 요즘 핫한 김지운 셰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볼피노’가 서울 청담동에 이어 이곳에 문을 열었다. 높은 천고와 통유리창으로 이뤄진 여유로운 공간에서 바다 풍경과 함께 먹는 파스타 맛이 더 각별할 수밖에 없다. 그런가 하면 로마 3대 커피라는 ‘산 에우스타키오 일 카페’도 있다.
 
이탈리아 로마 3대 커피로 이름난 산 에우스타키오 일 카페가 국내 최초로 아난티 코브에 문을 열었다. 장작불로 로스팅한 원두를 현지와 똑같이 사용한다. [유지연 기자]

이탈리아 로마 3대 커피로 이름난 산 에우스타키오 일 카페가 국내 최초로 아난티 코브에 문을 열었다. 장작불로 로스팅한 원두를 현지와 똑같이 사용한다. [유지연 기자]

이탈리아 로마에서 1938년 문을 연 이 카페는 장작불로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같은 원두를 사용해 로마에 가면 꼭 들러야 한다는 현지의 커피 맛을 그대로 살렸다. 이 밖에 서울 도산공원 앞 일식 다이닝 레스토랑 ‘무라사키’의 세컨드 브랜드인 캐주얼 일식 다이닝 ‘자색미학’, 쇼유 라멘으로 명성을 얻은 일본 라멘 전문점 ‘라멘베라보’ 등이 있다. 여행 중 맛집 탐방을 주요 테마로 삼는 여행자들에게도 만족할 만한 포트폴리오다. 맛집투어를 하다 보면 동선이 꼬이기 마련인데 고맙게도 한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바다 품은 인피니티 풀
 
아난티 코브 안에 위치한 힐튼부산호텔 10층 맥퀸즈 풀의 노천탕. 해수면과의 경계가 없는 인피니트 풀로 넓게 펼쳐진 기장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 에머슨퍼시픽]

아난티 코브 안에 위치한 힐튼부산호텔 10층 맥퀸즈 풀의 노천탕. 해수면과의 경계가 없는 인피니트 풀로 넓게 펼쳐진 기장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 에머슨퍼시픽]

아난티 코브는 해안가에 자리하고 있지만 1.5㎞에 이르는 바다 산책로를 제외하면 바다와 직접 만나는 곳이 없다. 하지만 이곳의 주인공은 역시 바다다. 언제 어느 곳을 가든 수평선까지 탁 트인 너른 바다의 모습이 눈을 시원하게 만든다.
 
수영장은 모두 이런 너른 바다를 품고 있다. 특히 야외수영장은 바다와의 경계가 없는 듯한 인피니티 풀(infinity pool·풀 수면을 수평선과 일치시킨 수영장)로 수영장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면 꼭 바다 위에 떠 있는 기분이 든다. 천연 온천수로 채워진 워터하우스도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시설이다. 전체 6611㎡, 실내공간만 4628㎡(약 1400평)에 이르는 워터하우스에는 다양한 실내 풀과 키즈 풀, 건습식 사우나 노천탕 등이 있어 놀다 보면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아난티 타운의 야외시설을 둘러보며 사실 가장 놀랐던 건 고요함이다. 지난 7월 말 본격적인 휴가시즌에 방문했지만 방이 꽉꽉 찬 성수기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몰려드는 인파로 바다 구경보다 사람 구경만 실컷 하게 되는 부산 해운대에서 자동차로 약 15분 거리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고즈넉함이다.
 
아난티 코브에서 눈앞에 펼쳐진 건 그야말로 관조의 바다였다. 넋을 놓고 하염없이 바라만 보게 되는 바다는 벽에 걸린 거대한 그림처럼 평온하다. 아난티가 제안하는 휴식의 완결판이 바로 이 바다인 듯했다.
외부와의 완벽한 단절을 가능하게 하는 아난티 리조트의 드롭 존. 자동차로 깊숙이 들어온 뒤에야 비로소 ‘입구’를 만날 수 있다. [유지연 기자]

외부와의 완벽한 단절을 가능하게 하는 아난티 리조트의 드롭 존. 자동차로 깊숙이 들어온 뒤에야 비로소 ‘입구’를 만날 수 있다. [유지연 기자]

 
관조의 바다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외부와의 완벽한 단절이다. 고립된 채 충분한 휴식을 누리는 것이 지상 목적인 듯 아난티 타운을 들어서면 곳곳에 고립감을 고조시키는 세심한 설계가 엿보인다. 드롭 존(drop zone·하차공간)이 대표적이다. 아난티 리조트로 들어서는 입구는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차량으로 이동해 안쪽 깊숙이 들어와야만 입장을 허용한다. 힐튼부산의 입구 역시 마찬가지다. 화려한 호텔 로비를 연상하며 드롭 존에 들어서지만 비밀스러운 문과 통로를 통과해 10층으로 올라서야만 체크인 구역이 등장한다. 이곳을 설계한 민성진 건축가는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드롭 존은 방문객이 일상에서 휴식의 세계로 넘어오는 공간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하루 종일 틀어박혀 책을 읽어도 좋고 하릴없이 거리를 거닐다가 갯바위와 너른 바다, 울창한 숲 등 전시된 자연을 감상한다. 외부와 완벽하게 단절된 그 너머 안쪽에는 최고의 휴식이 있었다. 선택할 수 있어 더 달콤한 휴식이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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