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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중국은 북한과 혈맹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라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중 간에 악재가 끊이지 않는다. 그중 하나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초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중 관계에 대해 ‘혈맹(血盟)’ 운운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가자 중국은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시 주석이 ‘혈맹’ 단어 자체를 사용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할 문제가 있다. 발언 여부 자체가 아니라 오늘의 북·중 관계가 실제로 무엇이냐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일반적으로 북·중 관계를 ‘혈맹’ 혹은 ‘동맹’이라 칭하지 않는다. 2016년 8월의 일이다. 방중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토론회에 참석한 중국 인사들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한국이 배치하면 중국은 북·중 혈맹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 내용이 언론을 타자 중국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민주당 의원단에 항의하며 시정을 요구했다.
 
그럼 중국은 북·중 관계를 통상 어떻게 표현하나. ‘전통적 우호관계’ ‘가까운 이웃(近隣)’ ‘정상적 국가와 국가의 관계’ 등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표현은 보다 풍부하다. 지난해 ‘산수로 서로 연결된(山水相連) 사이’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休戚與共) 사이’ 로 묘사하다 올해 “이와 입술처럼 서로 의존하는 가까운 이웃(脣齒相依的近隣)”이라 말해 주목을 받았다.
 
‘순치상의’는 한국전쟁을 일으킨 김일성이 마오쩌둥(毛澤東)에게 파병을 요청하며 쓴 말이다. 이에 마오는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로 화답하며 파병을 결정했다. 이는 냉전 시기 북·중 관계를 상징하는 표현이 됐다. 그럼에도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에 북·중 관계와 관련해 ‘혈맹’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아무 결과도 나오지 않는다. 지금은 그런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용어만큼이나 중요한 게 북·중 관계의 성격이 실질적으로 뭐냐는 것이다. 답은 ‘동맹’이다. 중국과 북한은 1961년부터 현재까지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중국의 인내심이 바닥났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중국이 북한과의 동맹관계를 조정하거나 폐지하자는 제안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13년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직후 ‘중국이 북한을 버려야 한다’는 칼럼을 영국 언론에 기고했던 덩위원(鄧聿文) 중국 중앙당교 부편집은 오히려 본인이 해고를 당했다. “덩은 우리가 북한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버림받은 건 그였다”는 말이 중국 학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중국이 78년 개혁·개방 정책 채택 이후 독립자주외교 노선을 표방하며 ‘비동맹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중 관계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번 ‘혈맹’ 논란처럼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는 한 북·중 동맹은 ‘조용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되도록 주목을 끌지 않으면서 말이다.
 
북·중 동맹과 한·미 동맹을 비교하면 여러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우선 전자가 후자보다 더 끊기 어렵게 설계돼 있다. 한·미 동맹은 어느 일방이 1년 전에 해지 통고를 하면 조약이 끝난다. 반면 북·중 동맹은 ‘쌍방의 합의가 없는 이상 계속 효력을 지닌다’로 적혀 있다. 부부가 이혼할 때 양측 모두의 합의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과 같은 이치다.
 
둘째, 북·중 동맹엔 한·미 동맹에 없는 ‘자동개입조항’이 있다. 북·중 동맹 제2조는 ‘조약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했을 때 타방은 모든 힘을 다해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돼 있다. 군사 지원의 ‘즉각성’이 내포돼 있다. 반면 한·미 동맹 제2조는 ‘조약 당사국 중 어느 일국이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에 의해 위협을 받았을 경우 언제든지 당사국은 서로 협의한다’고 돼 있다. ‘협의한다’고만 한 것은 대응의 ‘의무성’을 명시한 북·중 동맹과 차이가 크다.
 
셋째, 북·중 동맹엔 일반적 동맹조약엔 볼 수 없는 ‘형제적 우호협력 상호협조 관계’란 표현이 들어 있다. 이런 ‘형제적 우호관계’는 한·미 동맹조약은 물론 중국이 50년 소련과 첫 번째로 체결한 동맹조약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북·중은 매우 독특하고 특별한 조약으로 묶여 있다. 각별한 사이인 것이다. 일각에선 북·중 동맹조약이 냉전 시기 조약으로서 냉전이 끝난 오늘날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 사문화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같은 논리로 "냉전이 종식됐는데도 중국은 왜 냉전 시기에 북한과 체결한 동맹을 파기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중국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혈맹’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 "선혈이 응고돼 형성된(鮮血凝成)” 표현을 사용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 말이 쓰인 전체 문장을 주목해야 한다. "북·중 관계는 과거 선혈이 응고돼 형성된 우방이었다. 이러한 관계는 근본적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서 ‘혈맹’ 단어 사용 여부보다 오히려 ‘근본적 변화가 없다’고 말한 걸 유념해야 한다. 북·중 동맹이 엄연히 지속되고 있음을 대변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든다. 북한과 그렇게 가까운 우호 관계인 중국은 왜 공식적인 자리에선 ‘혈맹’ 혹은 ‘동맹’과 같은 단어 사용을 기피하는 걸까. 가장 확실한 답은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이를 금지 단어 목록에 올렸기 때문이다. 여기엔 다양한 원인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이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외부의 관심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비동맹 원칙을 추구하는 중국이 여전히 북한과 동맹을 맺고 있는 건 사리에 맞지 않기에 부각시키지 않고 싶은 것이다.
 
또 국제사회에서 스스로 ‘책임 있는 대국’을 표방하는 중국이 ‘문제아’ 북한과 단짝이라는 사실을 내심 주목받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다. 북·중의 긴밀함이 강조될수록 국제사회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 책임론’ 또한 커지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중국은 최근 자국의 최고지도자가 ‘혈맹’ 단어를 쓰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논란을 잠재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얼까. 그건 그런 용어를 안 썼다고 주장할 게 아니라 북·중이 혈맹이나 동맹이 아님을 실제의 외교적인 행동으로 입증해 보여주는 것이다.
 
 
◆이성현
미국 그리넬대 학사, 하버드대 석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팬텍펠로를 거쳐 현재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중국과 미·중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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