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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호텔이라도 팔아 빚 줄여라” … 중국, 기업 부채와의 전쟁

뉴욕 맨해튼의 럭셔리 호텔 월도프 아스토리아,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 프랑스의 클럽메드, 독일의 도이체방크, 영화 ‘인셉션’ ‘인터스텔라’를 제작한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 스위스의 공항 지상조업 전문기업 스위스포트….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최근 1~2년 사이 중국 기업이 주인이거나 지분 참여를 했다는 점이다. 왕성한 자금력을 앞세워 이름난 해외 자산을 왕창 사들인 것이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자금이 대부분 빚으로 조성됐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은 국영 은행 등에서 대출 받아 해외 자산을 사들였다. 기업이 빚을 많이 냈는데 경영이 나빠져 부실해지면 돈을 빌려준 은행 등도 타격을 입는다. 금융 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다. 실업자가 급증하는 건 당연하다. 한국의 외환위기를 생각하면 된다.
 
중국 정부가 이런 위기를 대비해 기업의 빚을 줄이기 위한 선제 조치에 들어갔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부채 축소(Great deleveraging)’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올가을 시진핑 국가 주석의 2기 지도부를 구성하는 제19차 공산당전당대회를 앞두고 경제 개혁의 고삐를 죄기 위해서다. 너무 많은 부채는 금융 시스템 불안정을 야기하고, 집권의 정당성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부채 축소’ 시작=블룸버그·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 금융당국은 국영 은행에 다롄완다, 안방보험, HNA그룹, 포선그룹에 제공한 해외 대출 정보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 기업이 해외 자산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대출받는 과정에서 법 위반이 없었는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4개 기업은 최근 1~2년 동안 대형 글로벌 기업과 부동산을 다수 인수한 곳들이다.
 
‘중국의 디즈니’를 표방하는 부동산 개발회사 다롄완다 그룹은 지난해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를 35억 달러(약 3조9000억원)에 인수했다. 안방보험은 역사적 가치가 큰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과 샌프란시스코 웨스틴 호텔, 그리고 마이매미 인터컨티넨털 호텔 등을 인수했다.
 
포선 그룹은 리조트 회사 클럽메드와 공연 기업 태양의 서커스를 사들였다. 하이난항공에서 시작한 HNA그룹은 도이체방크 지분 9.9%(30억 달러 상당), 힐튼호텔그룹 지분 25%(65억 달러 상당)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스위스포트(27억 스위스프랑)와 맨해튼 초고층 빌딩(22억 달러)을 매입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4개 기업이 지난 5년 간 해외 자산 인수에 쏟아부은 금액은 560억 달러(약 63조원)로 추산된다.
 
중국 정부는 이들 기업에 해외 자산 처분을 요구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안방보험에 “해외 자산을 매각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달 1일 첸커밍(錢克明) 상무부 부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이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호텔, 부동산 분야에서 아웃바운드 투자를 할 때 특별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압력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다롄완다는 테마파크 프로젝트 13개, 호텔 프로젝트 77개를 매각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다롄완다 측은 매각 대금으로 대출을 우선 갚겠다고 밝혔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전 회장은 “중국이 일본 스타일의 자산 시장 붕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자산 버블을 차단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금융사가 돈줄을 죄어오자 미국 대형 투자은행은 중국 기업과의 거래 단절에 나섰다. 최근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 린치는 HNA그룹과 관련된 새로운 인수합병이나 자금조달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말 것을 임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중국 부채 레드라인 넘었다”=중국의 부채 규모는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정부·기업·가계 부채를 모두 더한 총 부채는 지난해 기준으로 28조8000억 달러(약 3경2463조)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8% 수준이다. 2008년 GDP의 160%에서 가파르게 상승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더 나쁘게 본다. 지난 6월 발간한 ‘글로벌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서 “중국의 사회융자총량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에 따르면 5월 기준 중국의 부채는 GDP의 304%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총 부채 가운데 기업 부채가 17조 달러(약 1경9179조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중은 156%였다. 역대 최고치다.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 기업 전체가 글로벌 기업 인수에 쓴 비용은 모두 3430억 달러(약 386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자산 버블 모방하면 위험”=올해 초 중국 정부는 중국이 일본과 같은 자산 거품 붕괴의 길을 가지 않기 위한 유의점을 연구하는 보고서를 발주했다. 발주자는 시 주석의 경제 브레인이자 중국 경제 정책을 총괄해 온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보고서는 “지금 중국은 1980년대 일본이 캘리포니아의 페블비치 골프클럽부터 뉴욕의 록펠러센터, 컬럼비아 영화사까지 마구잡이로 사들인 행태를 모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대출이 쉬워지고, 통화 강세까지 더해질 때 기업의 거침없는 자산 매입은 위험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기업이 해외 자산 매각을 서두를 경우 세계 자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형 매물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올 경우 가격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맨해튼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맨해튼 부동산 거래의 30%는 중국과 관계가 있다. 호주 오피스 부동산 거래의 25% 가량을 중국인이 차지한다는 분석도 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중국의 해외 자산 투자는 전년 대비 84%, 내년에는 1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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