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J report] 팬택 재기 실패 결정타는 ‘인도네시아 상륙’ 실패

서울 상암동 팬택 본사 전경. 건물주는 한샘으로 팬택은 이 건물에 세들어 있다. [중앙포토]

서울 상암동 팬택 본사 전경. 건물주는 한샘으로 팬택은 이 건물에 세들어 있다. [중앙포토]

1117억원. 대주주 ‘쏠리드’가 2015년 팬택을 인수한 뒤 쏟아부은 돈이다. 인수대금으로 467억원을, 이후 사업 운영을 위해 650여억원을 대출과 지분투자 등에 썼지만 아직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인수 후 3년째 적자 행진 중인 팬택은 3000여 개의 특허 유지를 위해 특허청에 내야 하는 월 1억원의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필요 없는 특허를 매각해야 할 판이지만, 일각에서 ‘특허 먹튀’ 논란마저 제기되면서 ‘진퇴양난’의 상황을 맞은 것이다.
 
대주주 쏠리드 입장에선 ‘특허 먹튀’란 비난이 억울하다. 지난 5월 팬택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의 현지 합작사(JV)설립에 실패하면서 스마트폰 사업을 접었다. 사물인터넷(IoT) 통신모듈 사업도 지속적인 운영이 어려울 만큼 재무구조가 나빠졌다. 적당한 인수자가 나온다면 IoT 사업권은 물론 보유 특허도 팔아야 누적된 부채를 갚을 수 있다. 쏠리드 역시 더는 팬택의 재기를 기다리기 힘든 지경이 됐다. 올해 1분기 쏠리드의 당기순손실은 182억원. 대부분이 팬택 투자 손실 탓이었다. 쏠리드도 주주들이 투자한 사업 밑천(납입자본금)마저 깎아 먹기 시작한 단계(자본잠식)로 접어든 것이다.
 
정준

정준

정준 쏠리드 대표이사는 “팬택은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에서도 특허 수익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명시하기도 했다”며 “팬택의 자체 결정을 두고 ‘대주주 먹튀설’을 제기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팬택이 스마트폰은커녕 특허라도 팔아야 할 신세가 된 건 무턱대고 나선 인도네시아 진출 전략 탓이 크다. 팬택 인수 전인 2013년 말, 쏠리드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통신장비·인터넷TV(IPTV) 사업을 위해 인도네시아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인맥을 가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기존 전략을 폐기하고 ‘팬택 인수를 통한 인도네시아 진출’로 사업 전략을 수정했다.
 
전직 고위 관료와 손잡고 순조롭게 사업이 풀리기를 기대했지만, 인수 초반부터 험로는 예고돼 있었다. 당초 쏠리드-옵티스컨소시엄은 60억원의 팬택 인수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불하고 이후 인수금융을 마련해 잔금을 치를 계획이었지만, 인수금융을 주기로 한 업체가 돌연 계약을 파기했다. 변 전 실장이 회장으로 있던 옵티스도 팬택 인수 이듬해인 2016년 5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 때문에 쏠리드는 1117억원의 인수대금과 운영자금 대부분을 혼자서 감당하게 된 것이다.
 
인도네시아 시장 진입은 한 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외나무다리 경영’의 연속이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2015년 LTE(롱텀에볼루션)망을 사용하는 단말기는 제조원가의 20% 이상을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써야 한다는 규정을 고시했다. 이 비중은 올해부터 30%로 올라갔다. 단독으로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이 불가능해진 팬택은 현지 이동통신사와의 합작사 설립에 나서게 됐다. 현지 합작사들은 팬택이 법정관리 절차를 딛고 다시 일어섰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월 팬택은 쏠리드 인수 후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 보급형 스마트폰 ‘IM-100’을 출시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동통신사들이 이 제품 판매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등 인기를 얻는데 실패했다.
 
김병진 쏠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쏠리드는 팬택 인수 시점부터 자금조달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끌고 오게 됐다”며 “재원이 부족하다보니 사업 단계마다 다른 대안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보기술(IT) 전문가들도 팬택 경영의 실패 원인으로 동남아에 대한 잘못된 시장 분석을 첫 손가락으로 꼽는다. 삼성·애플 등 대기업과의 경쟁은 피한 줄 알았지만, 이곳에서도 대기업 보급형 모델이 시장을 상당수 점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팬택 ‘IM-100’ 모델이 출시 직전인 지난해 2분기 당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 등지에서 인기를 끌었던 폰은 삼성전자 저가형 모델 갤럭시 ‘J시리즈’와 중국 오포의 ‘네오5’ 였다.
 
과감한 전략 수정 없이 인도네시아 현지 합작사 설립에만 몰두한 것도 실패를 불렀다는 지적도 있다.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동남아에서 스마트폰 시장 진입이 어려웠다면, 아예 스마트폰이 보편화하지 않은 나라로 뛰어들거나 세컨드폰 시장에 나서보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팬택이 IoT 사업 부문을 다른 인수자에게 매각하면 팬택에는 잔여 특허를 매각하기 위한 소수 인력만 남게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팬택 관계자는 “현재로선 팬택 내 모든 구성원들이 위기 상황을 해쳐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