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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의 편집매장' 부산 아난티 코브를 가다

다양한 휴식의 경험을 제공하는 부산 기장의 아난티 코브. 7월 1일 문을 열었다. 

다양한 휴식의 경험을 제공하는 부산 기장의 아난티 코브. 7월 1일 문을 열었다. 

옷부터 소품, 카페까지.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을 한곳에 모은 편집 매장이 인기다. 취향에 맞는 다양한 물건을 만날 수 있는 데다 여러 곳을 다니며 물건을 고르는 수고 없이 안목있는 매장 구매 담당자의 취향에 기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7월 1일 부산시 기장군에 문을 연 복합 휴양 단지 아난티 코브는 이런 편집 매장과 똑 닮은 공간이다. 파는 것은 ‘휴식’이다. 대지면적 7만5837㎡(2만3000평), 연면적 17만8000㎡(약 54,000평) 크기의 국내 최대 휴양시설인 이 거대한 휴식 편집 매장에는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휴식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다. 
휴식을 파는 편집매장 
숙박시설은 물론 라이프스타일 숍과 서점, 클리닉, 온천 욕장 등 대규모 복합 휴양 시설이 한 곳에 모여 있다. 

숙박시설은 물론 라이프스타일 숍과 서점, 클리닉, 온천 욕장 등 대규모 복합 휴양 시설이 한 곳에 모여 있다. 

아난티 코브는 부산 기장 바닷가에 위치한 대규모 복합 휴양 시설이다. ‘작은 만’을 의미하는 ‘코브(cove)’가 들어간 이름처럼 1km 넘는 해안가를 따라 조성한 하나의 해안 마을이다. 이 마을 안엔 회원제 리조트인 아난티 펜트하우스와 프라이빗 레지던스, 그리고 힐튼 부산 호텔 등 숙박 시설을 구심점으로 다양한 부대시설이 한 공간 안에 모여 있다.  
회원제 리조트인 아난티 펜트하우스의 야외 풀에서 바라본 노을. 

회원제 리조트인 아난티 펜트하우스의 야외 풀에서 바라본 노을. 

기존의 휴양 시설이 그러하듯 수영장과 산책로는 기본. 여기에 15개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입점한 일종의 골목 상가인 아난티 타운과 6611㎡(2000평)의 천연 온천 욕장, 무려 1650㎡(562평)인 서점, 비슷한 규모의 클리닉, 바다를 면한 채플 홀 등이 들어서 있다. 단순히 숙박하고 수영 좀 하다 먹기도 하는 그런 흔한 곳이 아니라, 다양한 휴식의 결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텔이 곧 여행의 목적지가 되는 곳이라고 할만하다.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아난티 코브의 채플 홀. 스몰 웨딩 등 소규모 행사를 위한 공간이다.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아난티 코브의 채플 홀. 스몰 웨딩 등 소규모 행사를 위한 공간이다. 

영혼의 휴식을 파는 서점 

아난티 코브가 가장 자신있게 내세우는 건 럭셔리한 숙박시설이나 바다를 면한 인피니티풀이 아니라 책방 '이터널 저니'다. 

아난티 코브가 가장 자신있게 내세우는 건 럭셔리한 숙박시설이나 바다를 면한 인피니티풀이 아니라 책방 '이터널 저니'다.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던 사람도 여행갈 땐 책을 챙기는 경우가 많다. 여행지에서나마 바쁜 일상을 핑계로 멀리했던 책과의 여유로운 조우를 꿈꾸기 때문이다. 아난티 코브를 목적지로 정했다면 따로 책을 챙길 필요가 없다. 단일층으로 국내 최대인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3분의 1 크기의 대형 서점이 자리해 있기 때문이다. 아난티 코브의 핵심인 이 서점의 이름은 ‘이터널 저니(Eternal Journey·영원한 여행)’다. 서점 간판에는 ‘영혼 치료소(soul clinic)’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본격적인 휴식의 방법으로 책을 제안하는 셈이다. 
하루 종일 틀어박혀 책을 읽고 싶다는 강렬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이터널 저니. 책을 파는 서점인 동시에 독서를 통한 휴식을 제안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루 종일 틀어박혀 책을 읽고 싶다는 강렬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이터널 저니. 책을 파는 서점인 동시에 독서를 통한 휴식을 제안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터널 저니는 도서관이 아니라 책방이다. 실제로 책을 파는 오프라인 서점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책이 2만 권이나 있는데도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는 도서 검색대나 안내창구가 없다. 비록 도서관은 아니지만 공 들여 고른 책들을 시간 들여 충분히 구경하면서 발견의 재미를 느껴보라는 의미다. 서가의 구성도 독특하다. 책을 많이 팔려면 베스트셀러와 신간 도서가 잘 보이도록 배치해야할 것 같은데 일단 이 비중이 적다. 대신 인물·바다·환경·작업실·페미니즘 같은 크고 작은 55가지 주제별로 책이 진열되어 있다.  
이터널 저니는 베스트셀러나 뻔한 분류코드대로 구분한 기존 서점과는 다른 참신한 주제로 엮인 책을 보여준다. 윤동주 시인의 서가에선 그의 작품 뿐 아니라 이와 관련한 다양한 책을 한 데서 만날 수 있다. 

이터널 저니는 베스트셀러나 뻔한 분류코드대로 구분한 기존 서점과는 다른 참신한 주제로 엮인 책을 보여준다. 윤동주 시인의 서가에선 그의 작품 뿐 아니라 이와 관련한 다양한 책을 한 데서 만날 수 있다. 

진열 방식도 눈에 띈다. 일반 서점처럼 책등만 겨우 보이며 책장에 꽂혀있는 책은 이곳에 없다. 흔히 이 정도 규모의 대형 서점이라면 3만~3만5000여 권의 책이 비치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터널 저니에는 2만 권만 진열되어 있다. 모든 책의 표지를 보이도록 두었기 때문이다. 서가를 거닐며 표지를 감상하고, 마음에 드는 책을 꺼내 천천히 읽어보는 과정. 그 과정 자체를 휴식으로 제안하는 셈이다. 무슨 책을 사야겠다는 목적을 갖고 들르기보다 그저 발견의 재미를 느끼라는 얘기다. 
서가 한켠의 '작가들의 선택' 코너. 맨 왼쪽엔 선택받은 작가의 책을, 그리고 오른쪽엔 그 작가가 선택한 다른 저자의 책을 보여준다.

서가 한켠의 '작가들의 선택' 코너. 맨 왼쪽엔 선택받은 작가의 책을, 그리고 오른쪽엔 그 작가가 선택한 다른 저자의 책을 보여준다.

오픈을 맞아 선정한 제인 오스틴과 윤동주, 마르셸 뒤상, 미스 반 데어 등 예술가 네 명의 서가에는 그들의 작품 뿐 아니라 작품에 등장한 건축물, 작가와 관련된 음악, 미술에 대한 책이 함께 배치되어 있다. 한 가지 주제를 두고 확장된 주제의 책들을 제안하는 것. 서가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문화적 경험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이유다. 
이터널 저니의 모든 책은 책 표지가 그대로 보이도록 진열되어 있다. 책표지를 살피며 책장 사이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된다. 

이터널 저니의 모든 책은 책 표지가 그대로 보이도록 진열되어 있다. 책표지를 살피며 책장 사이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된다. 

로마 3대 커피에 스타 셰프 맛집도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숍이 입점한 아난티 타운.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숍이 입점한 아난티 타운.  

한참 책 사이를 거닐다가 서점을 나서면 아난티 타운의 개성 있는 숍들을 마주하게 된다. 마치 한적한 교외 아울렛 건물처럼, 단층짜리 건물이 서로 연결되어 골목을 이루고 있다. 구색 맞추기 상가 시설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저마다의 특색을 갖추고 있어 하나하나 둘러보는데 만도 꽤 시간이 걸린다. 
이곳 저곳 거닐며 숍 탐방을 하는 것만으로도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이곳 저곳 거닐며 숍 탐방을 하는 것만으로도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먼저 식음료 업장이다. 요즘 핫한 김지운 셰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볼피노'가 서울 청담동에 이어 이곳에 문을 열었다. 높은 천고와 통유리 창으로 이루어진 여유로운 공간에서 바다 풍경과 함께 먹는 파스타 맛이 더 각별할 수밖에 없다. 그런가하면 '로마 3대 커피'라는 산 에우스타키오 일 카페도 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1938년 문을 연 이 카페는 장작불로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같은 원두를 사용해 로마에 가면 꼭 들러야한다는 현지의 커피 맛을 그대로 살렸다. 이 밖에도 서울 도산공원 앞 일식 다이닝 레스토랑 ‘무라사키’의 세컨드 브랜드인 캐주얼 일식 다이닝 '자색미학', 쇼유 라멘으로 명성을 얻은 일본 라멘 전문점 라멘 '베라보' 등이 있다. 여행 중 맛집 탐방을 주요 테마로 삼는 여행자들에게도 만족할만한 포트폴리오다. 맛집투어를 하다보면 동선이 꼬이기 마련인데 고맙게도 한 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로마 3대 커피로 이름난 산 에우스타키오 일 카페가 국내 최초로 아난티 코브에 문을 열었다. 장작불로 로스팅한 원두를 똑같이 사용한다. 

로마 3대 커피로 이름난 산 에우스타키오 일 카페가 국내 최초로 아난티 코브에 문을 열었다. 장작불로 로스팅한 원두를 똑같이 사용한다. 

핸드메이드 리빙 소품을 파는 '런빠뉴', 플라워 클래스도 진행하는 꽃집 '트렌드 앤 코', 시승 가능한 패밀리 전동차 브랜드 '디트로네' 등도 재밌다. 반려동물 용품 브랜드 '하울팟'이 운영하는 반려 동물 호텔에서는 반려 동물을 위한 스파, 유치원, 미용, 데이케어 등 여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난티 타운 내에 있는 반려동물 호텔 하울팟. 개를 위한 스파 시설도 있다. 

아난티 타운 내에 있는 반려동물 호텔 하울팟. 개를 위한 스파 시설도 있다. 

바다 품은 인피니티 풀

힐튼 부산 10층 맥퀸즈 풀의 노천탕. 해수면과의 경계가 없는 인피니트 풀이다. 

힐튼 부산 10층 맥퀸즈 풀의 노천탕. 해수면과의 경계가 없는 인피니트 풀이다. 

아난티 코브는 해안가에 자리해 있지만 1.5km에 이르는 바다 산책로를 제외하면 바다와 직접 만나는 곳이 없다. 하지만 이곳의 주인공은 역시 바다다. 언제 어느 곳을 가든 수평선까지 탁 트인 너른 바다의 모습이 눈을 시원하게 만든다. 
아난티 코브는 어느 곳을 가든 탁 트인 수평선 뷰를 볼 수 있다. 

아난티 코브는 어느 곳을 가든 탁 트인 수평선 뷰를 볼 수 있다. 

수영장은 모두 이런 너른 바다를 품고 있다. 특히 야외 수영장은 바다와의 경계가 없는 듯한 인피니티 풀(infinity pool·풀 수면을 수평선과 일치시킨 수영장)로 수영장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면 꼭 바다 위에 떠 있는 기분이 든다. 천연 온천수로 채워진 워터하우스도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시설이다. 전체 6611㎡(2000평), 실내 공간만 4628㎡(1400 평)에 이르는 워터하우스에는 다양한 실내 풀과 키즈 풀, 건습식 사우나 노천탕 등이 있어 놀다보면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천연 온천수로 채워진 워터하우스. 동서양 온천 문화를 접목시킨 독특한 실내 구조가 특징이다. 

천연 온천수로 채워진 워터하우스. 동서양 온천 문화를 접목시킨 독특한 실내 구조가 특징이다. 

아난티 타운의 야외 시설을 둘러보며 사실 가장 놀랐던 건 고요함이다. 지난 7월 말, 본격적인 휴가 시즌에 방문했지만 방이 꽉꽉 찬 성수기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몰려드는 인파로 바다 구경보다 사람 구경만 실컷 하게 되는 부산 해운대에서 자동차로 약 15분 거리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고즈넉함이다.  
부산 해운대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떨어졌을 뿐인데, 도시의 번잡스러움은 온데 간데 없다. 아난티 코브의 정원.

부산 해운대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떨어졌을 뿐인데, 도시의 번잡스러움은 온데 간데 없다. 아난티 코브의 정원.

아난티 코브에서 눈 앞에 펼쳐진 건 그야말로 관조의 바다였다. 넋을 놓고 하염없이 바라만 보게 되는 바다는 벽에 걸린 거대한 그림처럼 평온하다. 아난티가 제안하는 휴식의 완결판이 바로 이 바다인 듯 했다.  
외부와의 완벽한 단절을 가능하게 만드는 아난티 리조트의 드롭 존. 자동차로 깊숙히 들어온 뒤에야 비로소 '입구'를 만날 수 있다. 

외부와의 완벽한 단절을 가능하게 만드는 아난티 리조트의 드롭 존. 자동차로 깊숙히 들어온 뒤에야 비로소 '입구'를 만날 수 있다. 

관조의 바다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외부와의 완벽한 단절이다. 고립된 채 충분한 휴식을 누리는 것이 지상 목적인 듯, 아난티 타운을 들어서면 곳곳에 고립감을 고조시키는 세심한 설계가 엿보인다. 
드롭 존(drop zone·하차공간)이 대표적이다. 아난티 리조트로 들어서는 입구는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차량으로 이동해 안쪽 깊숙이 들어와야만 입장을 허용한다. 힐튼 부산의 입구 역시 마찬가지다. 화려한 호텔 로비를 연상하며 드롭 존에 들어서지만, 비밀스러운 문과 통로를 통과해 10층으로 올라서야만 체크인 구역이 등장한다. 이곳을 설계한 민성진 건축가는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드롭 존은 방문객들이 일상에서 휴식의 세계로 넘어오는 공간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힐튼 부산의 1층 통로. 입구를 들어서 이 통로를 통과해 10층으로 올라가야 프론트 데스크가 나온다. 

힐튼 부산의 1층 통로. 입구를 들어서 이 통로를 통과해 10층으로 올라가야 프론트 데스크가 나온다. 

하루 종일 틀어박혀 책을 읽어도 좋고, 하릴 없이 거리를 거닐다가 갯바위와 너른 바다, 울창한 숲 등 전시된 자연을 감상한다. 외부와 완벽하게 단절된 그 너머 안쪽에는 최고의 휴식이 있었다. 선택할 수 있어 더 달콤한 휴식이다.  
자연을 감상하고 관조할 수 있도록 특별히 설계된 공간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연을 감상하고 관조할 수 있도록 특별히 설계된 공간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사진=에머슨퍼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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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