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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결의안, 만장일치로 채택되기까지 막전막후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가 류제이 주유엔 중국 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가 류제이 주유엔 중국 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실험에 대한 대북 제재결의안(2371호)을 5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안보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제재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프랑스ㆍ영국 등 5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veto)을 행사하지 않는 상황에서 15개 이사국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막판 몽니를 부렸던 러시아도 진통 끝에 이번 제재안에 비토를 행사하지 않아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이번 결의안은 제8차 대북 제재결의안이다. 안보리는 2006년 이후 1718호(2006년), 1874호(2009년), 2087호ㆍ2094호(2013년), 2270호ㆍ2321호(2016년), 2356호(2017년) 등 7차례 결의안을 채택했다.

 
긴박했던 막전막후
지난달 4일 북한이 ICBM 1차 발사실험에 성공한 다음날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미국은 자신과 동맹국 방어를 위해 모든 능력을 사용할 준비가 돼있다”면서 처음으로 군사력을 언급했다.
 
그러고선 이틀 뒤 미국 측은 북한에 원유수출 금지 등의 고강도 제재내용을 담은 결의안 초안을 중국 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중국은 “대화로 해결하자”면서 결의안 채택을 사실상 부인했다. 러시아는 ICBM이 아니라 중거리탄도미사일이라며 미국의 고강도 제재안을 ‘호들갑’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미국은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이 내놓은 보고서 내용에 더욱 긴박하게 돌아갔다. 내년이면 북한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LA는 물론 뉴욕 등 미국 본토를 가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때마침 북한은 28일 보란듯이 두 번째 ICBM을 동해상으로 쏘아올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매우 실망했다. 중국은 북한과 관련해 우리를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트윗을 남겼다. 중국에 대한 압박이 시작된 것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에 대해 대화하는 건 끝났다”면서 성과를 내지못하면 유엔 안보리에서 긴급회의를 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도 했다. 사실상 중국을 젖혀두고 독자제재로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날 류제이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긴장완화는 미국과 북한 당사국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남의 일 보듯 했다. 미국 또한 북한에 대한 독자제재로 옮겨가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면서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앞두고 있다는 전망이 잇따랐다.  
 
중국은 지난달 말까지 대북 제재안에 대해 미국에 호응할 뜻이 별로 없었다. 외교가에서는 이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한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주 중 대중국 무역보복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라는 기사가 중국 본토를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한 데다가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해 징벌적인 관세를 매길 수 있는 '통상법 301조'를 중국에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서면서 이달 들어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통상법 301조 보다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중국입장에서 부담이 덜하다는 계산이 섰다.
 
문제는 원유공급 중단이었다. 미국은 이참에 원유공급을 중단시켜 북한 경제를 파탄 내고 싶었으나, 또 다른 측면에서는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바터용이었다. 중국이 머리를 숙이고 들어오자 헤일리 대사는 흔쾌히 원유수출금지 문구를 빼줬다. 김정은도 제재대상 리스트에서 삭제해줬다. 다음 협상을 위해 남겨둬야할 카드다. 러시아의 체면을 살려주고 결의안에 동참시키기 위해서는 ICBM급 미사일에 대해 ‘탄도미사일’이라고 지칭했으며, ‘북한이 밝힌 ICBM’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런 식으로 대화와 협상이 오가면서 2371호 결의안 초안이 만들어졌다.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보복조치 발표를 연기하기로 한 4일부터 최종본인 블루텍스트가 돌면서 5일 결의안 표결로 이어졌다. 결론은 만장일치 채택이었다.
 
어떤 제재가 담겼나
미국이 초안을 마련한 이번 결의안은 북한의 대외수출에 타격을 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차단이 빠져있는 대신 북한의 석탄과 철ㆍ철광석, 납ㆍ방연광(lead ore), 해산물 등의 수출을 봉쇄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연간 대외수출액 30억 달러 가운데 10억 달러가량이 제재를 받게 된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이 올해 들어서만 석탄 수출로 4억 달러, 철ㆍ철광석, 납ㆍ방연광, 수산물 수출로 각각 2억5100만 달러, 1억1300만달러, 2억95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고 추산했다.
 
조태열 유엔주재 한국대사는 “지난해 2321호가 석탄 수출 제한 등을 하면서 8억달러 제재를 받았는데, 이번 2371호는 이보다 많은 10억달러여서 훨씬 제재강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자산동결과 국외여행 제한을 받는 이른바 ‘대북 블랙리스트’에 조선무역은행,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 조선민족보험총회사, 고려신용개발은행 등 4개 기관과 개인 9명이 추가된다. 조선무역은행은 미국 재무부의 독자제재 대상에 올라있다. 또 유엔 결의안을 위반한 북한 선박에 대해서는 모든 유엔 회원국의 항구에 입항이 금지된다.
 
북한의 노동자 국외송출을 금지하고, 북한과의 어떤 형태의 합작투자(joint venture)도 차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북한은 전 세계 40여 개국에 5만 명 이상의 근로자를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 노동자 송출은 안보리 결의 채택 시점의 규모로 동결된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이번 조치는 가장 혹독한 제재”라면서 “안보리 이사국 모두가 북한 독재자에게 경고장을 날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북한경제에 매우 큰 충격을 안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북한 ICBM 발사 이후 결의안 채택까지(현지시간 기준)
 
7월4일 북, ICBM 1차 발사 실험 성공
 
   5일 안보리 긴급회의.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 “미국은 자신과 동맹국 방어를 위해 모든 능력을 사용할 준비가 돼있다.”
 
7일 미국, 중국에 고강도 제재 담은 결의안 초안 전달
 
25일 워싱턴포스트 “북 ICBM, 내년 미국 본토 공격 가능”
 
28일 북, ICBM 2차 발사 실험 성공
 
29일 트럼프 대통령, “중국에 매우 실망했다.중국은 북한과 관련해 우리를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30일 헤일리 대사 “북한에 대해 대화하는건 끝났다.”
 
31일 류제이 유엔주재 중국 대사 “긴장완화는 미국과 북한 두나라가 할수있는 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트럼프 행정부, 이번주중 대중국 무역보복 조치 발표”
 
요미우리 신문, “트럼프 행정부, 러시아 기업에 대해 조만간 금융제재”
 
8월2일 트럼프 대통령, 북한과 러시아ㆍ이란을 한꺼번에 제재하는 패키지 법안에 서명
 
4일 폴리티코, “트럼프 대통령, 4일로 예정됐던 대중 무역보복조치 발표를 연기”
 
5일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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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