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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13) 아빠 간병인이 재산을 가로챌까 걱정이 돼요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서 당뇨합병증으로 온몸에 병을 달고 다니는 재벌 회장 안태동(김용건 분)과 그의 입주 간병인인 박복자(김선아 분). [사진 중앙포토]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서 당뇨합병증으로 온몸에 병을 달고 다니는 재벌 회장 안태동(김용건 분)과 그의 입주 간병인인 박복자(김선아 분). [사진 중앙포토]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의 손발이 되어줄 간병인을 구했습니다. 싹싹하고 성실한 간병 덕분인지 아버지의 병세는 나날이 눈에 띄게 호전되어 갔습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버지는 신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간병인에게 더욱 의지하게 됐습니다. 24시간 간병인을 찾으셨고 아버지는 간병인 없이는 식사도 잠도 외출도 하기 싫어하시게 됐어요.
 
급기야는 간병인과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결혼이라니요. 일흔이 넘으신 저희 아버지와 간병인은 서른살도 넘게 차이가 납니다. 간병인은 아버지를 사랑해서라고 말하지만, 저의가 의심됩니다. 
 
사실 저희 아버지께서는 서울과 수도권에 건물 서너 채를 소유하고 계십니다. 지금까지는 미리 재산을 주고 나면 자식들에게 배신 당한다면서 저희 3남매에게 전혀 증여하지 않으셨어요. 그 뿐만 아니라 저희는 아버지 앞으로 주식과 예금, 보험도 상당히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재산을 노린 게 아닌가 의심이 되지만 아버지께 이 말씀을 드리면 노발대발하십니다. 아버지 몰래 간병인을 쫓아냈다가 아버지가 식음을 전폐하시는 모습을 보고 다시 들일 수밖에 없었죠.  
 
저희 3남매는 여러 곳에서 정보를 모아 혼전계약서를 만들었습니다. 상속을 포기한다는 내용을 담았죠. 도장을 받아두긴 했지만 그래도 간병인이 재산을 탈취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큽니다. 
 
 
 
 
 

[제작 조민아]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서 당뇨합병증을 앓고 있는 재벌 회장 안태동(김용건 분)의 며느리 우아진(김희선 분)과 간병인인 박복자(김선아 분). [사진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홈페이지]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서 당뇨합병증을 앓고 있는 재벌 회장 안태동(김용건 분)의 며느리 우아진(김희선 분)과 간병인인 박복자(김선아 분). [사진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홈페이지]

 
우리 민법은 제829조에 부부가 혼인 전에 혼인 중의 재산관계를 약정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부재산계약’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혼인 전에만 체결할 수 있어 흔히 혼전계약서를 작성했다고들 하죠.
 
사람들은 보통 혼전계약서라고 하면 혼인이 해소될 때의 재산관계를 떠올리지만, 그런 내용은 부부재산계약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1) 본인의 부정행위로 이혼을 하는 경우 재산분할을 구할 수 없다고 하거나, 2) 혹시 이혼을 할 경우 어떻게 재산을 나눌 것인지 또는 3) 사망할 경우 상속재산을 포기한다거나 혹은 상속분보다 더 많은 재산을 받기로 하는 내용을 명기하고 싶지만, 그런 내용을 부부가 될 사람들이 약정하였다 하더라도 법은 그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혼하여 재산분할을 하여야 할 경우 혼인 전에 취득한 재산이 무엇인지 또는 이 부부가 재산분할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나누었는지는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겠죠.
 
최근에 사례자와 비슷한 상황을 담은 텔레비전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도 혼전계약서가 등장하죠. 드라마에서도 상속이 주요 이슈였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상속을 포기한다는 내용은 공증을 하더라도 법적인 효력이 없습니다. 사례자의 아버지가 간병인과 혼인신고를 하는 순간 그 간병인은 법정상속인이 되기 때문에 배우자 지분만큼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 받을 권리가 생긴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장면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혼인이 해소되는 경우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미리 약정 할 수 있도록 법제도가 개선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 나라인 독일은 혼인 전뿐만 아니라 혼인 중에도 부부재산에 관한 내용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더군요. 물론 이혼 후 전 배우자의 부양에 관한 내용이나 재산분할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미리 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회가 고령화 되어 가면서 간병과 돌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특히 상속에 대비한 계약을 체결하고 싶은 수요가 있습니다. 우리 상속법은 법정상속인에게는 원칙적으로 상속을 받을 권리를 부여하고, 법정상속인이 아닌 경우는 제외하고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제3자에게도 유증(유언으로써 자기 재산의 일부를 무상으로 타인에게 주는 행위)은 할 수 있죠.  
 
다만 유언서는 한 번 작성했다고 해서 그 효력이 영원하지 않습니다. 계속 바꿔서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간병과 돌봄을 제공해 준 사람의 이름이 유언장에 기재돼 있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수정이 가능하겠죠.  
 
당사자 사이에 필요한 내용을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만약 그 내용이 우리 사회 일반규범에 반하거나 일방적인 내용으로 불공평하다거나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법원이 무효를 선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혼전계약서. [중앙포토]

혼전계약서. [중앙포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찰스 다윈은 부부재산계약을 잘 체결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 부인은 웨지우드로 유명한 도자기회사의 딸이에요. 부부재산계약은 부부가 체결한 것이 아니라 부부의 부모가 체결한 것이었어요. 하지만 수십 쪽에 달하는 재산계약서에는 다윈 부부에게 줄 재산 내역과 함께 그 재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즉 투자비율과 투자해야 할 회사 등이 기재됐다고 합니다. 
 
그 중에는 포도를 재배하는 농장에서 생산되는 와인 중 1년에 몇 병은 학문에 매진하는 다윈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내용까지 있다고 하네요. 다윈은 부모의 뜻대로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내었고, 그 덕분에 계속 학문에 정진할 수 있었다니 혼인 전에 부부가 부부재산계약을 체결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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