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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으로] 의원 10명에 장관 2명 … 범띠 모이다 족보 꼬여 81학번으로 뭉쳤죠

정치권 신주류로 뜨는 여당 81학번 모임
지난 6월 4일 저녁 경기도 파주의 한 횟집. 중년 인사 1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에겐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가슴에 국회의원 배지가 달렸고, 소속 정당이 더불어민주당이며, 대학 학번은 모두 81학번이란 점이었다.
 
이들은 민주당 내 ‘81학번 국회의원 모임’ 회원이다. 송영길(4선)·김영춘·우상호·김현미·윤호중·정성호(이상 3선)·유은혜·전해철(이상 재선)·김병기·박정·유동수·조응천(이상 초선) 의원 등 모두 12명이 멤버다. 이날 저녁 모임에는 당시 대통령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참여하느라 바빴던 윤호중(기획분과위원장)·김병기(외교안보분과 위원) 의원이 자리를 비우고 나머지 10명이 ‘출석’했다.
 
분기당 한 번꼴로 모이는 이들의 이날 저녁 회동은 회원의 겹경사가 있어서였다. 김현미·김영춘 의원이 각각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이다. 12명의 회원 중 한꺼번에 2명의 국무위원을 배출하게 된 셈이다. 모임에 참석한 의원들은 덕담을 건네며 입각을 축하했다.
 
윤호중·김병기 의원과 함께 국정기획위 활동으로 바빠 늦게 자리에 합류한 유은혜(사회분과 위원) 의원은 “다들 친구 둘의 영전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주를 주고받았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축하연에 모두 기분 좋게 취했다”고 전했다. 주인공이 된 김현미·김영춘 의원은 “좀 긴장되지만 열심히 해 볼 테니 도와달라”고 인사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우리가 벌써 내각 부처 수장을 맡고 국정 운영의 중추가 됐으니 열심히 해 보자는 다짐도 나왔다”(정성호 의원)고 한다.
 
 
81학번 모임의 모태는 19대 국회 때 있었던 ‘범띠 의원 모임’이다. 유은혜 의원은 “원래 1962년생 범띠 출신 의원들끼리 소모임을 만들었다”며 “몇 번 모임을 하다 보니 출생연도는 같은데 학번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전했다. 가령 유 의원과 같은 62년생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대학 입시에서 재수를 해 유 의원의 성균관대 1년 후배(82학번)다. 유 의원은 “우리가 대학을 다닌 80년대는 ‘학번이 깡패’라고 해서 나이 차가 좀 있어도 학번이 같으면 반말로 얘기했고, 거꾸로 학번이 1년이라도 차이 나면 나이가 같거나 역전돼도 칼같이 선배 대접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출생연도 기준의 범띠 모임을 하다 보니 시쳇말로 ‘족보가 꼬이는’ 문제가 생겨 20대 국회부터는 ‘학번 우선 체제’(81학번 모임)로 바꿨다는 얘기다.
 
19대 국회 범띠 의원 모임에는 국민의당으로 분당하기 전 새정치민주연합 동료 의원이었던 안철수 의원이 합류한 적도 있다. 81학번 모임의 한 의원은 “안 의원이 62년생 친구란 걸 알고 참석을 권유했다”며 “안 의원이 오긴 왔지만 술을 한 방울도 못 마시고 테이블 사람들과 대화에도 잘 어울리지 못해 꽤 어색한 것처럼 보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민주당 81학번 모임의 멤버들은 대학 내 관제기구 성격이 짙었던 학도호국단 체제를 무너뜨리고 총학생회를 부활시킨 주역이다. 이 모임에는 총학생회장 출신이 3명(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 송영길·우상호,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 김영춘)이나 된다.
 
81학번 모임의 면면은 문재인 정부 들어 더 화려해지고 있다. 첫 여성 국토부 장관으로 취임한 김현미 의원은 국회에서 예산결산특위 위원장 등을 지냈다. 야당 시절 국회 상임위 활동을 통해 정부의 실정을 매섭게 추궁해 대여 싸움에서 ‘전투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국토 균형발전과 부동산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영춘 의원은 산적한 해양수산 현안과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 등의 적임자란 평과 함께 해수부 장관에 발탁됐다. 그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인천광역시장을 지낸 송영길 의원은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총괄본부장이란 중책을 맡아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 러시아에 특사로 다녀온 데 이어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에 내정됐다.
 
81학번 모임에선 당의 원내 사령탑도 배출했다. 지난 5월 16일 1년의 원내대표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우상호 의원이다. ‘실력 있는 정책 정당, 유능한 수권 정당’을 표방했던 우 의원은 바람대로 원내대표 재임기간 중 정권 교체를 일궈 냈다.
 
정성호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다. 당시 원내대표는 전병헌 현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민변 변호사 출신의 정 의원은 19대 대선 경선 때 이재명 후보 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비문(非文)계로 분류되지만 현 정부 출범 초 법무부 장관 후보 리스트에 거명됐다.
 
대선 때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장으로 활약한 윤호중 의원은 국정기획위 기획분과위원장을 맡아 새 정부의 국정 운영 5년을 설계했다. 윤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원조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로 불리며 문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전해철 의원은 대선 때 경기도 지역 조직을 이끈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년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고(故) 김근태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의 유은혜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당 제6정책조정위원장,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를 연이어 맡으며 핵심 정책통으로 성장했다. 지역구가 고양병으로 김현미(고양정) 의원과는 ‘지역구 이웃사촌’이다.
 
김병기·박정·유동수·조응천 의원은 81학번 모임에서 선수(選數)로는 ‘막내’인 초선이지만 핵심 요직을 맡고 있다.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출신인 김병기 의원은 국정원 개혁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고, 문재인 대선후보 중앙선대위 총괄부본부장을 맡았던 박정 의원은 당 일자리창출팀장을 맡고 있다. 유동수 의원은 당 원내정책부대표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있다 ‘문고리 3인방’과 갈등 끝에 나온 조응천 의원은 검찰 출신 경력을 살려 국회 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에 힘을 보태고 있다.
 
81학번 모임의 회장은 송영길 의원이다. 4선으로 최다선인 만큼 자연스럽게 간판을 맡게 됐다. 총무는 초선 멤버 중 가장 부지런하다는 평을 받는 박정 의원이 맡았다. 1961년생부터 63년생까지 있어 나이 차가 많게는 두 살이 나지만 사석에서는 “김 의원~” “박 의원~”이라 부르며 반말로 편하게 얘기한다고 한다.
 
민주당 81학번 모임은 야당에도 문을 열어 외연을 넓히려 계획 중이다. 박정 의원은 “올해 정기국회 전인 8월 말께 민주당뿐만 아니라 야당 의원 81학번 동기까지 두루 초청해 모임을 여야 전반으로 확대하려 한다”고 말했다.
 
 
[S BOX] 나경원·원희룡·이혜훈·강석훈 … 야권은 82학번 두드려져
야권에선 ‘서울대 82학번’ 출신들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조해진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 ‘82학번 법대 트리오’로 불렸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와 강석훈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철주 전 경제금융비서관도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 출신이다.
 
베이비붐(1955~63년생) 세대의 막내격(63년생)인 이들은 일명 ‘똥파리’ 학번으로 불렸다. 82년 당시 서울대는 ‘입학은 쉽게, 졸업은 어렵게 한다’는 정부 대학정책에 따라 졸업정원의 130%를 신입생으로 뽑았다. 전년도에 본고사가 폐지돼 혼란이 일며 서울대 초유의 대규모 입학정원 미달사태가 발생한 것이 한몫했다. 82학번의 입학정원이 늘어난 덕분에 다른 학번을 인원 수로 압도하는 모습이 되자 자연스럽게 똥파리 학번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무리 지어 우르르 몰려다니는 게 마치 똥파리 같다며 숫자 ‘82’를 독음해 지었다.
 
또 이들은 한국 경제가 고속으로 성장하던 시기에 대학을 다녔고, 동시에 학생운동을 경험한 세대다. 82학번이 정계 인사를 다수 배출했던 건 산업화와 민주화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학생 시절의 경험과 무관치 않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록환 기자
 
김형구 기자 ki 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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