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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걸음, 그래도 아직 꿈이 있기에...경보 간판 김현섭

김현섭. [사진 대한육상연맹]

김현섭. [사진 대한육상연맹]

  
 경보(競步). 달리기가 아닌 걸어서 순위 경쟁을 하는 육상 종목이다.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 없는 괴로움을 느끼고, 마라톤처럼 도로에서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도 펼쳐야 한다.
 
경보에서 세계 톱10에 꾸준하게 이름을 올린 한국 선수가 있다. 감현섭(32·삼성전자)은 4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개막할 2017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한국 선수 중에 가장 많은 기대를 받는 선수다. 지난달 26일 런던으로 출국하기 전 김현섭은 "부상 없이 훈련을 잘 해왔다. 잘 할 수 있단 생각을 갖고, 그 다짐을 하고 간다"고 말했다.
 
김현섭은 한국 육상 선수 중 유일하게 3회 연속 세계선수권 톱10에 올랐다. 지난 2011년 대구 대회 때 6위를 시작으로 2013년 모스크바 대회 10위, 2015년 베이징 대회 10위로 톱 클래스 수준을 이어왔다. 대구 대회 6위는 당시 1,2위를 했던 러시아 선수들이 추후 도핑 문제로 메달을 박탈당해 4위로 상향됐다. 김현섭은 "내게 큰 영향력을 준 대회가 세계선수권이다. 올림픽이 더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세계선수권에서 순위가 잘 나왔다. 그만큼 개인적으로 욕심도 많이 내는 대회"라고 말했다.
 
강원도 속초 설악중 1학년 때부터 육상부원이었던 김현섭은 중3 때 지도자의 제안으로 경보 선수가 됐고, 고교 2학년 무렵부터 각종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경보로 바꾼 게 내 인생을 바꿨다"던 김현섭은 성인 무대에 올라 20㎞ 한국신기록을 6차례 작성하고, 아시안게임 3회 연속 메달을 땄다.
 
30대를 넘긴 베테랑이지만 김현섭은 여전히 도전자의 마음이 강하다. 지난해 그는 리우올림픽에서 50㎞ 부문에도 출전했다. 20㎞에선 좋은 성적을 냈지만 그보다 2.5배 길이를 더 걸어야 하는 50㎞에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경기 도중 기권해 도전은 아쉬움으로 끝났다. 그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후회는 없었다"고 말했다. 당초 내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때 50㎞ 부문에 나서려고 했지만 이 종목이 폐지돼 김현섭의 도전은 꿈으로 남았다. 김현섭은 "사실 50㎞보다 20㎞이 더 편하다. 그래도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언젠가 기회가 다시 된다면 꼭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2012년 8월 런던올림픽 당시 육상 남자 경보 20km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김현섭(오른쪽 둘째).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12년 8월 런던올림픽 당시 육상 남자 경보 20km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김현섭(오른쪽 둘째).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번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김현섭은 강원도 속초에서 5주간 전지훈련을 소화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30대를 넘은 나이만큼 체력 관리는 김현섭이 필수적으로 챙기는 부분이다. 그는 "날씨가 덥고,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약해지다보니 부담이 컸다. 다행히 부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대회가 열릴 영국 런던은 지난 2012년 김현섭이 올림픽에 나서 한차례 경험했던 곳이다. 당시 김현섭은 17위를 기록했다. 그는 "솔직히 런던에선 좋은 기억이 없다. 당시 현지 적응을 잘 못했고,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그만큼 이번 기회에 만회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는 "시합이라는 게 잘 됐던 곳이 있고, 반대인 경우도 있다. (결과가) 부정적이었던 곳은 다시 오게 되면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다짐을 갖게 만든다. 그 생각을 갖고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8위 안에 드는 게 이번 대회 1차적인 목표"라던 김현섭의 다음 목표는 36살이 되는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이를 악물고 걷는 것이다. 그가 2020년 올림픽까지 걷는 걸 목표로 잡은 건 책임감 때문이다. 그는 "경보는 비인기종목이다. 그래서 국제 대회 가서 3회 연속 톱10에 들고, 한국 기록 깨고, 각종 메달을 따는 것도 나를 위해서뿐 아니라 후배들을 위해서 더 노력하는 면이 크다. 선배들이 많이 없으면 후배들이 소외감을 받을 거라는 생각에 쉽게 내려놓지 않고 있다. 나는 힘들게 왔지만 후배들은 편하게 가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번 세계선수권 남자 경보 20km는 대회 마지막날인 13일 오후 10시20분에 치러진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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