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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못 말리는 트럼프, 더 못 말리는 김정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강력하게 옥죄는 북·러·이란 제재법에 지난 2일 서명했다. 이 법안은 북한의 핵 개발을 방관한 중국을 압박할 전망이다. 미·중 간 대치도 예상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전쟁 불사’를 언급했고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밤에 편하게 잠자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핵 해법이 가시밭길로 들어섰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 핵무장 이전 대북제재=미 의회가 수퍼 대북제재 법안을 의결한 지 엿새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것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급박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달 27일 심야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기습적으로 발사한 게 기폭제가 됐지만 북한의 핵무장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막상 북한이 올 연말까지 10발 내외의 핵무장을 해 버리면 북한을 제재할 방도가 궁색해진다. 북한이 핵무장한 뒤에는 미국의 재래식 대북 군사제재도 어렵다. 반면 북한은 핵무기로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까지도 협박해 궁극적으로 주한 및 주일미군 철수를 강요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주한미군을 철수하면 한반도를 잃게 된다. 주한미군이 철수하지 않을 땐 북한이 핵미사일로 일본 열도를 협박해 일본 내에서 주일미군 철수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 미국은 동북아시아 레버리지인 주일미군 철수를 결코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장이 임박한 상황인 현재 미국은 중국을 압박해 북한 핵을 동결 또는 폐기해야 한다는 게 1차 전략이다. 미 의회나 트럼프 대통령이 수퍼 대북제재법을 발빠르게 입법한 이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즉시 발효된 이 법안의 파장은 그리 만만치 않다. 북한을 고사시켜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는다는 게 이 법의 핵심이어서다. 우선 제재법에 따라 북한에 들어가는 중국의 원유와 석유제품은 물론 북한의 무역까지 봉쇄한다. 북한의 무역거래가 주로 이뤄지는 중국에 대한 압박은 미·중 간 무역전쟁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어쩌면 중국의 자존심과 명운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동북아 신냉전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수퍼 대북제재법에 호응해 북한 고사작전에 동참해도 북한이 핵·미사일을 포기할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영태 동양대 통일군사연구소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미국의 수퍼 대북제재가 실패하고 북한은 끝까지 핵무장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상태에서 미국의 2차 선택지는 북한 정권교체, 참수작전, 대북 군사제재다. 북한 정권의 교체는 북한의 강력한 통제 시스템이나 미국의 빈약한 대북 네트워크를 감안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쉽지 않다. 대신 참수작전은 언제든 가능하다. 전 군 정보 고위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외부활동은 대부분 파악할 수 있다”며 “1∼2개월 정도 시간을 두고 동선을 파악하면 작전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수작전은 외교적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엄청난 고민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제거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도 성공 가능성이 높지만 후폭풍이 더 우려된다. 북한의 보복성 도발과 그에 따른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핵무장 뒤엔 평화협정=북한이 막상 핵무장을 하면 북한을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어진다. 북한이 올해 말까지는 1단계로 플루토늄탄 10발가량을 갖게 되지만 2단계로 3년 내 최대 100발의 우라늄탄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여기에 ICBM에 핵까지 장착하면 한국과 일본, 미국이 모두 북한의 핵 위협에 놓인다. 다량의 핵미사일을 확보한 김 위원장으로선 평시엔 재래식 도발과 핵 협박을 병행할 것이다. 정권 붕괴의 위태로운 시기에는 핵미사일을 사용하지 말란 법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다음 선택지는 북한이 원하는 방식의 미·북 평화협정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북한이 핵으로 일본과 미국을 위협하지 않아야 주일미군을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일 노동당 외곽기구인 아태평화위원회 대변인 성명으로 “미국은 (북한의)전략적 지위를 인정하고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서 전환하라”며 “미국 안전을 보장받겠는가, 아니면 핵참화 속에 비참한 종말을 맞을 것인지 양자택일하라”고 평화협정을 요구했다. 미국의 공화-­­­민주당에 걸쳐 안보 고위직을 맡았던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최근 “10∼20개 북핵을 보장하고 한반도 군사력을 변경하는 형태의 미·북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의 요구대로라면 평화협정은 한국이 배제된 상태에서 이뤄지게 된다. 북한의 핵무장(핵+미사일) 지위를 인정한 상태에서 북핵을 동결하고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현상을 변경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북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한미연합사와 유엔군사령부는 논리적으로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 양측이 더 이상 적대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주한미군 축소 또는 철수로 이어진다”며 “종국적으로 미국은 한반도를 포기하는 제2 애치슨라인을 설정하는 효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정영태 소장은 전망했다.
 
문제는 미·북 평화협정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평화협정으로 한반도 균형자였던 주한미군이 축소 또는 철수하면 한반도는 국지적 충돌과 분쟁에 빠져들 것이라고 정 소장은 전망했다. 따라서 안보가 벼랑끝에 내몰린 한국에선 저절로 핵무장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핵무장한 상태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한국의 핵무장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하면 그 여파가 일본과 대만, 나아가 이란에까지 미친다. 연쇄적인 핵확산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흔들어 국제질서엔 엄청난 파장이다. 더구나 이란이 핵무장하면 중동에서 실질적인 패권자가 되고 이스라엘의 생존과 석유수급 체계에도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결과적으로 미·북 평화협정은 한반도 이슈를 넘어 엄청난 국제적 문제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평화’라는 단어로 포장된 ‘평화협정’은 더 이상 평화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대북 선택지는 어느 한 가지도 쉽지 않고 엄청난 후유증을 안고 있다.
 
이런 위험한 정세에서 한국의 역할이 별로 없다는 점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북한에 대한 경제 및 안보적인 지렛대가 거의 전무하다. 그렇다고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도 마땅치 않다. 중국은 도리어 북한의 핵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역정만 내고 있다. 한국으로선 군사적 역량 강화와 함께 한·미 동맹 차원에서 미국의 대북제재에 최대한 협조하는 게 최선이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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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