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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ICBM에 놀란 미, 중국 직거래론 대두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북한의 2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 이후 미국 조야에서 새로운 대북 옵션이 분출하고 있다. 특히 이 옵션에는 ▶남한 주도의 통일 포기 ▶주한미군 철수 등 미국의 기존 한반도 정책과 다른 접근법이 거론되고 있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중 하나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미·중 간 사전 합의’ 제안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뉴욕타임스(NYT)에 “북한 정권 붕괴 이후 상황에 대해 미국이 중국과 사전에 합의하면 북핵 문제 해결에 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 합의엔 북한 붕괴 이후 한반도에서 주한미군 대부분을 철수한다는 미국의 약속도 포함될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북한 붕괴 후 미군과 국경선을 접해야 하는 중국의 두려움을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불식시키자는 것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리처드 닉슨 행정부 당시 미·중 수교를 이끈 미국 외교의 거두다. 그는 이런 구상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백악관 관리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도됐다.
 
앞서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대북 인권특사를 지낸 제이 레프코위츠는 남한 주도의 통일을 포기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그는 NYT 기고에서 “중국에 북한 정권 교체를 설득하기 위해 미국은 ‘하나의 한국’ 정책, 통일된 한반도를 포기하는 진짜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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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와 레프코위츠의 주장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G2(미국과 중국) 간에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안보 지형을 새로 짜자는 얘기다.
 
G2의 주고받기 구상에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은 배제돼 있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키신저 전 장관의 제안은 전형적인 강대국(미국과 중국) 간의 큰 거래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강대국 간의 거래에선 안타깝게도 이해당사자인 국가(한국)의 미래나 처지는 고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정권 교체론은 트럼프 정부 안에서도 사실상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달 20일 아스펜 안보포럼에서 “미 정부로서 가장 중요한 일은 북한의 핵 개발 능력과 핵 개발 의도가 있는 인물을 분리해 떼어놓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북한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틸러슨 국무장관의 외교적 해법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세계를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으려는 북한 내부의 장성들이나 정치 파벌에 의해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면 동북아 안보도 나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대화는 끝났다” 헤일리, 중국 행동 촉구
 
미국 조야의 이런 논의는 북한의 ICBM 개발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는 데 대한 분노와 좌절감과 무관치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은 북한을 핵클럽 국가로 용인하거나, 아니면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수반하는 군사적 옵션을 실행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순간 직전까지 와 있다”고 지적했다. 또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로 북핵 문제 해결에 깊숙이 간여했던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 미 대사는 “우리는 결국엔 북한이 믿는 바대로 (북한 핵을) 묵인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고 NYT가 전했다.
 
미국의 비장함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의 트위터에서도 읽을 수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트위터에 “북한과 대화하는 건 끝났다. 중국은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최후통첩성 글을 올렸다. AP통신 등은 “중·러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채택하기 어렵다”며 “헤일리 대사의 발언이 점점 강경해지는 것도 결국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에 대한 명분을 쌓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는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어서 미국과 중·러의 대립 격화를 초래해 한반도 상황이 더 큰 격랑으로 빠져들 불씨를 안고 있다.
 
위성락 교수는 “북한이 직접 미국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엔 거론되지 않던 다양한 담론이 미국에서 분출되고 있다”며 “ 한국은 강대국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당파나 이념 등에 매몰되지 말고 어느 때보다 냉철하게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차세현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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