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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ICBM 왜 게임체인저인가

휴 화이트 호주 국립대 교수. 

휴 화이트 호주 국립대 교수.

28일 밤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호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 안보 구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다. 미국의 미래와 아시아 세력판도를 분석한 『중국을 선택하라』(China Choice)를 쓴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략 전문가 휴 화이트 호주 국립대 교수는 “북한의 ICBM 완성으로 역내 미국의 동맹 구도가 흐트러지고, 아시아 지역에서의 미·중 세력 판도까지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ICBM 기술 완성이 갖는 전략적 의미를 e-메일로 들어봤다. 
 
북한은 이달 들어서 두 차례 ICBM급 미사일을 발사했다. ICBM 체계 완성이 목전에 와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체계 완성이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 지정학적 구도에 어떤 함의를 지니나.
“북한의 ICBM 성공은 동북아시아에 직접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이미 대부분의 동북아 국가들이 북한의 미사일 사정권 내에 있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새로운 위협’은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간접 영향은 엄청나다. 북한의 ICBM은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역내 동맹국에게 제공하는 안전 보장, 특히 핵확장억지력(Extended Nuclear Deterrence)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킨다는 점에서다.  
지금까진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위협에 노출되더라도 미국의 억지력에 의존할 수 있었다. 북한이 핵으로 공격하면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공격을 할 것이란 신뢰에 기반한 억지력이다. 북한이 ICBM 역량을 갖추면 얘기는 달라진다. 미국이 북한을 대응 공격할 경우 북한이 미국의 도시를 보복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북 정책은 매우 제한된다. 미국인들도 리스크가 있는데 한국을 계속해서 도와줘야 하는 지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한·미 동맹, 미·일 동맹이 약화로 이어진다는 뜻인가.
"그렇다. 한국과 일본을 공격하는 북한에 대해 미국이 보복공격할 것이란 믿음이 약화되면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독자적인 핵억지력을 추구하는 등 미국으로부터의 전략적 독립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이는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전략적 위치가 약화되고, 제로섬 게임에서 중국의 전략적 영향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은 군사적 옵션까지 얘기하는 반면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쌍중단’(북한은 도발을 중단하고 한·미는 군사훈련을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 북한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제재를 할 가능성이 있나.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정도의 강한 제재를 중국이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중국은 강력한 대북 제재로 북한 김정은 정권이 붕괴할 리스크가 발생하는 것은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문제라고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의 ICBM 능력 구비가 아시아에서 미국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중국의 이익에 기여한다고 여길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중국의 지정학적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는 건가.
"그렇다. 이미 언급했듯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한·미동맹과, 미·일 동맹을 약화시킨다고 본다.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전략적 리더십의 뿌리를 흔들겠다는 중국의 장기적 전략적 열망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각국이 ‘북한의 비핵화가 목표’라고 얘기하지만,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이자는 주장도 적지 않다. 수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수용해야 그나마 위협을 관리할 수 있다(닥터 제프리 루이스, 미 미들베리 국제연구소)는 게 핵심 주장인데.
“그렇다. 현실은 북한이 이제 핵보유국가가 됐다는 거다. 북한의 김정은은 절대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 상황을 되돌리는 유일한 길은 북한에 대한 전면 전쟁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 능력을 갖춘 이상 치러야 할 대가는 엄청나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않도록, 또 사용하겠다고 협박하지 않도록 억지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그 길이 쉽진 않다. 특히 북한의 ICBM 기술이 완성에 임박한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핵공격을 억지하고 공격 위협에 맞서려면 독자적 핵 억지력을 구축해야 할 수도 있다. 모두가 달갑지 않은 결론이지만 우리가 맞닥뜨린 엄중한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한국 정부는 미국에 사드(THAAD)배치 철회는 없다고 확언하면서도,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고 했다. 그러다 28일 북한의 ICBM 발사로 방향을 다시 틀었다. 중국은 북한의 ICBM 도발 이후에도 한국 정부에 사드 철회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의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나.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중국의 미사일 역량에 어떤 위협도 되지 못한다. 중국은 사드를 실제적 이슈가 아닌 상징적 이슈로 삼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제공하는 군사적 지원에 대해 중국이 거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위성 성격이 짙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환경영향 평가 실시 등으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인 건 중국의 압력에 부응하는 조치로 비쳐질 수 있다. 중국의 압력이 장기적으로 성공하느냐 여부는 한반도에서의 미·중간 힘의 균형을 시험하는 핵심이고, 미·중이 아시아에서 벌이고 있는 더 큰 규모의 파워와 영향력 경쟁의 한 예다.
 
 
중국의 정치·경제적 부상은 계속될까. G20(주요20개국) 회의 등 여러 외교 무대에서 트럼프 시대 미국의 위상이 과거와 다른 점도 드러났는데.
“중국은 많은 심각한 정치·경제적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미국을 넘어서 세계 경제 최강국이 되리라는 건 거의 확실하다. 따라서 우리는 아시아에서 중국이 미국의 리더십을 심각하게 도전할 정도로 강력해지는 상황에 대비한 플랜을 준비해야 한다.  
미국을 대체해 아시아를 주도하는 국가로 나서겠다는 베이징의 의지는 매우 확고하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아시아중심’(Pivot to Asia)정책을 통해 이 같은 중국의 도전에 대응했지만 실패했다. 오바마 시대 미국은 중국의 도전에 맞서는 강한 결의를 보여주지 못했고 그 결과 아시아내 미국의 지위는 약화됐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중국의 야망을 저지하는 데 전혀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역내 미국의 영향력 약화는 가속화하고 있다.”
 
향후 미국의 대통령이 바뀌면 달라지지 않겠나.
“트럼프 이후 대통령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 아시아 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결의를 여러차례 밝혔지만 미국이 라이벌 중국으로 부터 역내 리더십을 지키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리스크를 감내하는 어떤 증거도 찾기 어렵다. 미국이 향후 10년 또는 20년 사이에 아시아에서 철수하는 상황이 실제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미국의 철수는 아시아 지역 질서에 엄청난 불안정을 초래하는 가운데 중국이 경제적으로, 전략·정치적으로 이 지역을 지배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아시아 모든 국가들은 중국의 힘의 무게에 맞서 국가의 이익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 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다시 북핵 문제로 돌아가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 해결 방안으로 ‘쌍중단’과  ‘쌍궤병행’이란 접근법을 얼마전부터 내세우고 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쌍중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과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 쌍궤병행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체제 구축을 병행 추진하는 것인데 현실성과 이 구상에 담긴 함의는. 
“중국의 접근법은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걸 중국도 알 것이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동결할 정도의 유인책도 되지 못하고, 미국도 받아들이지 않을 방안이다. 중국에게 쏟아지는 압력을 워싱턴으로 전가하기 위해, 베이징이 뭔가 해결을 추구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외교적 방책이다.”
 
 
가상이긴 하지만, 비핵화 협상이 진전될 경우 한반도의 정전상태가 종전상태로, 또 북·미 평화협정까지 체결될 경우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 문제가 핵심 이슈가 될 것 같다.
“남북통일은 북한 정권의 붕괴만이 답이다. 왜냐하면 북한의 절대 권력자 김정은은 김씨 왕조의 현재 위상을 그대로 유지하지 않을 수도 있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한국 또한 김씨 왕조가 유지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지 않나. 물론 북한에서 정권 붕괴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한국이 통일을 추진할 때 중국의 협조는 필수 적인데 중국은 통일후 한반도에 미군이 없다는 전제를 조건으로 걸 것이다.”        
 
 
호주나 동남아 각국도 한반도 처럼 미·중 각축전의 무대다. 한국이나 호주 일본과 같은 나라들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나.
“미·중이 아시아 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리더십 경쟁은 호주나 동남아 각국 등 이 지역 모든 나라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어느 나라도 중국의 그늘 아래 살고 싶어하는 나라는 없다. 이런 상황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강력한 역할을 유지해주는 것이다. 동시에 어느 나라도 중국과 소원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또 미·중이 본격 전쟁(Hot War)이든 냉전(Cold War)을 벌이는 상황이 온다면 일방적으로 미국 편을 드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이 갈등 증폭을 피하는 수준에서 유지되길 원하는데 그것은 아시아에서 미국이 중국과 권력을 공유해야(Power sharing) 가능하다. 물론 미국은 원치 않는 일이다. 이 지역 국가들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철수하거나, 아니면 중국을 봉쇄하는 둘 중 한 가지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는데 모두 반갑지 않은 일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협상을 통해선 힘들다고 했는데, 한국의 안보를 위해 북한 정권교체를 통해서라도 북핵폐기를 하는 게 맞나. 아니면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하는 방식으로 대안을 찾아야 하는가.  
“언급했듯이, 통일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신뢰할 만한 유일한 길이고, 통일을 위한 유일한 길은 평양정권의 붕괴다. 그러나 나는 한국 정부든 다른 국가 정부든 이를 앞당기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걸 안다. 인내심을 가져야 할 밖에.”
 
휴 화이트= 호주 국립대(ANU) 교수. 21세기 아·태지역 안보 이슈, 글로벌 전략 문제 전문가다. 호주 멜버른대와 영국 옥스포드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호주 정보기관인 국가평가국(ONA)의 전략 분석가로 일했다. 호주 일간지 시드니모닝헤럴드 기자, 국방장관과 총리 선임 자문관, 국방부 전략담당 차관,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AP)소장 등을 지냈다. 
 
김수정 외교안보선임기자 kim.su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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