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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순근의 간이역(3) 잃어버린 부여, 애끊는 백제꿈

은퇴는 끝이 아니다. 새로운 도전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걱정과 두려움도 있겠지만, 성공의 성취감은 무엇보다 값질 것이다. ‘간이역’은 도전에 나서기 전 잠시 쉬어가는 곳이다. 처음 가는 길은 먼저 간 사람들이 겪은 시행착오 등 경험들이 큰 힘이 된다. 성공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한 이들의 경험담과 조언을 공유하고, 좋은 힐링 여행지를 통해 도전에 앞서 갑자기 많아진 시간을 알차게 보내며 막연한 두려움을 씻어내고 새 출발의 의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
  
좋은 음식도 자주 먹으면 물리듯 아름다운 경치도 시간이 지날수록 식상해진다. 그래서 대부분 한곳에 오래 있지 못하고 이곳저곳 둘러보는 소위 ‘뺑뺑이 여행’을 하게 된다.  
 
좋은 풍광의 장소도 스토리가 없으면 여행자를 오래 붙잡아두기 어렵다. 이런 면에서 충남 부여는 스토리텔링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옛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잃어버린 왕국의 영욕이 서려 있는 부여. 그곳을 거닐다 보면 곳곳에서 과거와의 대화가 이뤄진다.
 
부여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700여년의 장구한 역사가 막을 내린 비운의 현장인 데다 660년 8월 29일 사비성이 함락되면서 멸망했기에, 부여의 여름은 백제의 마지막을 회상하기에 좋다. 특히나 8.15 광복절이 머지않은 만큼 나라 잃은 슬픔을 되새겨볼 수 있는 뜻깊은 여행지다.
 
백제가 마지막 123년을 보낸 부여는 국정을 내팽개치고 방탕에 빠진 의자왕과 망국의 한을 품고 절벽에 몸을 던진 삼천궁녀, 황산벌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계백 장군과 오천 결사 등 애잔함과 비장함의 흔적들이 곳곳에 배어있다.
 
백마강에서 바라본 낙화암 모습 [사진 부여군청 제공]

백마강에서 바라본 낙화암 모습 [사진 부여군청 제공]

 
부소산성 등 사비 시대 유적지를 둘러보다 보면  ‘구곡 간장 찢어지는 백제 꿈이 그립구나’라는 ‘백마강’ 노래 가사처럼 잃어버린 왕국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에 젖게 된다. 감정이입이라는 말이 있다. 타인이나 자연물 또는 예술 작품 등에 자신의 감정이나 정신을 이입시켜 자신과 그 대상물과의 융화를 꾀하는 정신작용이라고 백과사전에 설명되어 있는데, 그냥 그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의 감정을 갖고 분위기를 느껴본다고 생각하자.  
 
부여에 많은 여행지가 있지만 비장함과 애달픔이 묻어있는 부소산성과 감미로운 사랑이야기가 흐르는 궁남지 등 서로 다른 성격의 두곳을 중심으로 사색의 역사산책을 해보자.  
 
 
부소산성
 
해발 106m의 부소산은 백제 부여시대 왕궁의 후원이자 유사시 왕궁을 방어하는 성곽이었다. 산자락을 따라 2.5km 길이의 산성이 이어져 있다. 성 안에는  계백장군, 성충, 흥수 등 백제말기 충신들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삼충사, 왕들이 해맞이를 했다는 영일루, 부여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반월루, 백제말기 사찰 고란사, 백마강이 발아래 펼쳐지는 백화정과 삼천궁녀가 마지막 호흡을 가다듬었을 낙화암 등이 완만한 송림 숲길을 따라 이어진다.
 
부소산 송림길 [사진 부여군청 제공]

부소산 송림길 [사진 부여군청 제공]

 
특히 부소산은 야트마한 동산 수준이지만 백제의 마지막 숨결이 느껴지는 역사적인 장소인데다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숲이 잘 보존되어 있어 1~2시간 느릿느릿 걸으며 사색하며 힐링하기에 좋다.
 
부소산성 역사산책의 하이라이트는 삼천궁녀가 몸을 던지는 모습을 꽃잎이 떨어지는 것에 비유하여 이름붙여진 낙화암. 굽이굽이 서린 창자, 구곡 간장이 찢어질만큼 애절하게 그리는 백제의 꿈이 이곳에서 뭉클하게 다가온다.
 
낙화암에 있는 백화정 [사진 부여군청 제공]

낙화암에 있는 백화정 [사진 부여군청 제공]

 
높이 60m의 절벽에 지금은 수심도 깊지않아 삼천궁녀의 전설이 실감나지 않는 현장이다. 그 당시의 인구에 비해 삼천명의 궁녀수가 믿기지 않으니 그만큼 많았다는 과장법으로 이해해야 할 듯하다. 의자왕도 할 말이 많을 듯하다. 한때 국정을 잘 펼쳐 강력한 국력을 바탕으로 신라와 고구려를 위협하던 왕에서 주지육림에 빠진 무능한 왕으로 기록되었으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란 측면에서 이해하지 못할 억울한 면이 없지는 않을듯 하다.
 
어쩌면 부소산성 여행은 ‘백마강’ 노래가사를 따라가는 여행이라고 해도 된다. 산성내 대다수 유적지가 노래가사에 나오는데, 애잔한 가락에 감정도 깊어진다. 목포의 유달산에 가면 ‘목포의 눈물’을 반복적으로 틀어주는 것처럼 이곳에서도 ‘백마강’ 노래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데, 특히 낙화암에서 듣는 노래는 더 구슬프다.  
 
백마강에서 바라본 낙화암 [사진 부여군청 제공]

백마강에서 바라본 낙화암 [사진 부여군청 제공]

 
하절기 부소산성 입장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달빛 어린 낙화암에서 삼천궁녀를 불러보기 힘들지만, 절개를 지키기위해 죽음을 택한 그녀들의 비장함을 떠올려보자.  
 
낙화암에서 강쪽으로 내려가면 백마강변에 작은 사찰 고란사가 있다. 왕을 위한 정자 또는 궁중의 내불전(內佛殿)이었다고도 전해지는 이곳은 바위틈에 고란초(皐蘭草)가 있어 절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보이며, 이곳 고란수 약수는 왕들이 즐겨 마셨다고 전해진다. 현재 고란사와 백화정은 연말까지 보수공사중이다. 백화정은  정자안으로 들어갈수 없고, 고란사는 지붕 등 개량공사가 진행중이나 경내 관람은 가능하다.  
 
고란사 [사진 부여군청 제공]

고란사 [사진 부여군청 제공]

고란사 약수가 있는 고란정 [사진 부여군청 제공]

고란사 약수가 있는 고란정 [사진 부여군청 제공]

 
고란사 앞에서 유람선이나 황포돛배를 타고 낙화암의 기암절벽을 가까이서 구경한뒤 구드레 나루터로 갈수 있다. 부소산성 바로 옆에 있는 구드래 나루터는 백제 사비 시대 때는 큰 항구였지만 지금은 나루터와 조각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낙화암에서 바라본 백마강 [사진 김순근]

낙화암에서 바라본 백마강 [사진 김순근]

 
궁남지
 
궁남지 [사진 부여군청 제공]

궁남지 [사진 부여군청 제공]

 
이곳은 시종 비장함과 애잔함이 감도는 부소산성과 사뭇 다른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의 현장이다. 부여읍 동남리에 있는 궁남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연못으로, 백제 30대 무왕이 궁 남쪽에 만들었다는 별궁의 연못이다.  
 
삼국사기에 ‘무왕 35년(634) 3월에 연못을 파고 버드나무를 심고 연못 가운데 신선이 노닐었다는 방장선산을 모방한 섬을 만들었고, 무왕 39년(638) 3월에 왕과 왕비가 큰 연못에 배를 띄웠다’고 기록돼 있다. 무왕은 신라 선화공주와 함께 ‘서동요’의 주인공이며 이들의 아들이 백제 마지막왕 의자왕이니 부소산성과 궁남지는 좋은 연계 코스다.
 
궁남지 [사진 김순근]

궁남지 [사진 김순근]

 
어릴적 이름이 서동이었던 무왕은 신라에서 장사를 하다 진평왕의 셋째딸 선화공주를 흠모해 ‘공주가 서동을 몰래 만난다’는 내용의 ‘서동요’를 만들어 유포시키고, 왕의 노여움을 산 공주가 귀양길에 오르자 몰래 빼내 백제로가 결혼한다. 그리고 후손이 없던 법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다.
 
연못 가운데 인공섬에 포룡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정자를 잇는 나무다리가 놓여있는데, 이 모습이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듯 아름답다. 무엇보다 무왕과 선화공주가 사랑을 키운 데이트 장소였을 만큼 낭만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특히 화려한 궁남지의 야경은 아베크족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궁남지 포룡정 야경 [사진 부여군청 제공]

궁남지 포룡정 야경 [사진 부여군청 제공]

 
무왕과 선화공주의 사랑과 낭만, 그리고 700년 사직을 망하게 한 그들의 아들 의자왕. 백제 역사상 가장 로맨틱한 사건과 가장 슬픈 사건이 이들로부터 나왔다는게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연못 주변에는 수많은 연꽃과 다양한 야생화가 심어져 있는데, 매년 여름이면 궁남지 주변의 연꽃이 만발해 연꽃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궁남지 연꽃 [사진 김순근]

궁남지 연꽃 [사진 김순근]

 
관광정보
▶부여시티투어
부여일대 백제문화유적지를 간편하게 둘러보기에 좋다. 
부여군에서는 모두 4개 코스의 ‘4色빛깔 시티투어’를 인터넷(부여관광홈페이지)을 통해 사전예약제로 운영한다. 
△연꽃香 이색투어(7~8월. 매주 금요일) 
△백제鄕 생생투어(3~11월. 매주 토요일) 
△문화嚮 싱싱투어(3~11월.매주 일요일) 
△사비向 상상투어(5~10월. 토, 일요일) 등 
‘문화嚮(향) 싱싱투어’외 다른 시티투어에는 모두 부소산성과 궁남지가 코스에 포함돼 있다.
 
▶가는길
천안~논산, 서천~대전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천안~논산 고속도로의 경우 서논산IC~석성면 방면 4번국도~능산리 고분~부여
 
김순근 여행작가 sk4340s@hanmail.net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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