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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D-200] 네 번 쓰고 부수는 평창 개·폐회식장 … 하루 사용료 158억꼴

 
9월 완공 예정인 평창 올림픽 플라자.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과 3월 겨울패럴림픽 개·폐회식 등 총 네 차례 행사만 이곳에서 열린다. 평창=김경록 기자

9월 완공 예정인 평창 올림픽 플라자.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과 3월 겨울패럴림픽 개·폐회식 등 총 네 차례 행사만 이곳에서 열린다. 평창=김경록 기자

 
2018년 2월 9일 오후 8시18분.    
 
전 세계의 이목이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에 위치한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 집중된다. 이곳에서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이 열린다. 95개국 6500여 명의 선수·임원과 3만5000명의 관중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세계인의 겨울 스포츠 축제’가 시작된다.    
 
개회식을 200여 일 앞둔 지난 19일 취재진이 찾은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올림픽 스타디움은 개·폐회식장인 올림픽 플라자와 시상식을 거행하는 메달 플라자로 구성돼 있다.  
  
지난 19일 마무리 공사가 진행중인 평창 올림픽 플라자 전경. 평창=김경록 기자

지난 19일 마무리 공사가 진행중인 평창 올림픽 플라자 전경. 평창=김경록 기자

 
올림픽 플라자는 3만5000석의 관중석과 7층 규모의 본관동 건물로 이뤄져있다. 박영성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개·폐회식장 건설팀장은 “7월 17일 기준 공정률이 85.7%다. 9월 말까지 공사를 마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이 올림픽 플라자는 ‘시한부 운명’이다. 1000억원 내외의 건설비가 투입됐지만 단 나흘만 쓰고 부분 철거된다.
 
평창 올림픽 플라자에 좌석 공사를 진행중인 공사 인부들의 모습. 평창=김경록 기자

평창 올림픽 플라자에 좌석 공사를 진행중인 공사 인부들의 모습. 평창=김경록 기자

 
평창 올림픽은 내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이어 평창 패럴림픽이 내년 3월 9~18일 열린다. 올림픽 플라자는 이 두 행사의 개·폐회식장으로 딱 네 차례만 사용된다. 이를 위해 635억원의 건설비를 투입했다. 하루 사용료가 약 158억원인 셈이다.
 
개·폐회식장 인근 메달 플라자(메달 수여식 장소) 건설비와 전체 철거비용 305억원에 보상비 및 감리비 228억원 등을 합치면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 건설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은 총 1163억원이다.
 
평창 올림픽 플라자 모습. 오른쪽에 7층으로 지어진 본동 건물은 평창 겨울올림픽과 겨울패럴림픽이 치러진 뒤 내년 3월부터 3층 규모로 축소된다. 평창=김경록 기자

평창 올림픽 플라자 모습. 오른쪽에 7층으로 지어진 본동 건물은 평창 겨울올림픽과 겨울패럴림픽이 치러진 뒤 내년 3월부터 3층 규모로 축소된다. 평창=김경록 기자

 
좌석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평창 올림픽 플라자. 평창=김경록 기자

좌석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평창 올림픽 플라자. 평창=김경록 기자

 
패럴림픽 폐막 다음 날인 내년 3월 19일부터 이 경기장엔 철거를 위해 장비와 인력이 투입된다. 관중석은 5000석만 남기고 철거한다. 본동 건물도 3층까지만 남기고 부순다. 인구 4000명의 횡계리에서 3만5000석 규모의 경기장을 유지·관리하는 게 버겁기 때문이다.
 
허병규 강원도청 올림픽 운영국 과장은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는 2019년 11월까지 공연장과 기념관·생활체육시설 등이 들어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후 활용 설계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장 착공이 시작되기 전 횡계 고원훈련장. [중앙포토]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장 착공이 시작되기 전 횡계 고원훈련장. [중앙포토]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장은 시작부터 논란거리였다. 올림픽 유치 당시엔 알펜시아 스키점프장을 확장해 개·폐회식장으로 쓸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스키점프 경기장에서 개·폐회식을 거행하면 경기 진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이유로 난색을 표시하자 2012년 7월 조직위와 강원도는 별도의 개·폐회식장을 횡계 고원훈련장에 짓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예산을 줄이기 위해 2014년 11월 강릉종합운동장을 리모델링해 개·폐회식장으로 쓰자는 안을 내놓았다. 이번엔 평창 주민들이 “개·폐회식은 반드시 주최 도시에서 열려야 한다는 올림픽헌장 34조를 지켜라”면서 반발했다. 일부 주민들은 개최권 반납도 주장했다. 결국 정부와 강원도는 개·폐회식장을 신축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난방장치 없어 영하 기온서 벌벌 떨어야
 
개·폐회식장은 기존 사각형이었던 설계가 오각형으로 바뀌면서 지난해 6월에야 착공했다. 지난해 청와대 비선 실세 최순실과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전 차관 등이 공사에 개입해 이권을 챙기려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시선도 싸늘해졌다.
 
평창 올림픽 플라자에서 공사 작업중인 인부의 모습. 관중석 상단의 경사가 가팔랐다. 평창=김경록 기자

평창 올림픽 플라자에서 공사 작업중인 인부의 모습. 관중석 상단의 경사가 가팔랐다. 평창=김경록 기자

 
올림픽 플라자는 임시건물 형태로 지어져 안전 문제도 우려된다. 현장 근로자 A씨는 “대회 후 철거하기 쉽도록 알루미늄 구조물로 짓고 있다”고 전했다. 취재진이 관중석 계단에 올라서자 삐그덕 소리가 나는 곳도 있었다. 관중석 상단은 경사가 가팔랐다.
 
외벽이 없는 개방형 구조라 눈이라도 내리면 관중들은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다. 좌석에는 난방을 위한 열선조차 없다. 개회식 입장권은 등급(A~D)에 따라 22만~150만원. 관중들은 비싼 돈을 내고도 최소한 3~4시간 이상 추위와 싸워야 한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올림픽 스타디움이 위치한 대관령면의 최근 10년간 2월 평균기온은 영하 4.5도, 체감기온은 영하 10도 정도다.
 
평창 조직위 관계자는 “관중 대부분이 무릎담요와 핫팩에 의존한 채 4시간 넘게 떨어야 한다. 마땅한 대책이 없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게다가 화장실도 크게 부족하다.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3만5000명이 입장하는 올림픽 개·폐회식장엔 임시 화장실만 10개뿐이다.
3만5000명이 입장하는 올림픽 개폐회식장엔 임시 화장실만 10개 뿐이다. 평창=김경록 기자

3만5000명이 입장하는 올림픽 개폐회식장엔 임시 화장실만 10개 뿐이다. 평창=김경록 기자

 
실패한 소치도 월드컵 구장으로 활용 계획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의 사후 유지관리비는 연간 40억~50억원으로 추산된다. 홍진원 강릉시민행동 사무국장은 “인구 6만 명의 평창군 재정자립도는 10%대(2015년 기준 17%)다. 그렇지 않아도 가난한 평창이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경기장 관리를 위한 재정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정희준 동아대(생활체육학) 교수는 “스포츠 메가 이벤트의 경기장 건설 과정을 지켜보면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주민들보다도 건설업자를 더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경기장의 사후 유지관리비는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인구가 4000명뿐인 횡계리에 세워진 올림픽 플라자의 사후 활용 방안이 과연 뭐가 있겠나. 사실상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 플라자 인근에 지어지고 있는 메달 플라자. 아직도 기초 공사가 진행중이다. 평창=김경록 기자

평창 올림픽 플라자 인근에 지어지고 있는 메달 플라자. 아직도 기초 공사가 진행중이다. 평창=김경록 기자

 
2006 토리노 겨울올림픽은 기존 경기장을 리모델링해 개·폐회식장으로 활용했다. 대회가 끝난 뒤에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토리노FC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개·폐회식장 역시 1983년 지은 BC플레이스를 리모델링해 사용했다. 현재 이곳은 미국 프로축구(MLS) 밴쿠버 화이트캡스의 홈구장으로 사용된다.
 
겨울올림픽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히는 2014 소치 겨울올림픽조차 개·폐회식장으로 사용했던 피시트 스타디움을 이듬해 리모델링해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대회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등 국제대회 경기장으로 재활용할 계획이다.
 
2014 소치 겨울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린 피시트 스타디움(왼쪽). 올림픽 후 컨페더레이션스컵, 2018년 러시아월드컵 경기장으로 재활용됐다. [중앙포토]

2014 소치 겨울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린 피시트 스타디움(왼쪽). 올림픽 후 컨페더레이션스컵, 2018년 러시아월드컵 경기장으로 재활용됐다. [중앙포토]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장도 힐링센터 등 지속가능한 스포츠·문화·관광 인프라로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세계생활체육연맹과 국회 올림픽특별위원회 등이 주최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레거시 심포지엄’에서 장태수 서울대 교수는 “스위스의 건강센터인 클리닉 라 프레이리는 1주일 이용료가 2만∼3만 달러(약 2200만~3300만원)나 되는데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평창 겨울 올림픽 국제방송센터를 건강센터로 리모델링한 뒤 개·폐회식장 등 올림픽 시설과 연계해 세계적인 종합 건강 휴양단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2010~2013년 영암 포뮬러 원(F1),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등 최근 국내에서 열린 대형 스포츠 이벤트들마다 큰 적자를 봤다. 하지만 잘못된 결정을 해놓고도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었다”면서 “지금이라도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평창올림픽 경기장의 사후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하나의 재앙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장(올림픽 플라자) 레거시 모드 조감도. [사진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장(올림픽 플라자) 레거시 모드 조감도. [사진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평창=박린·김지한·김원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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