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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먹는 스시(壽司) 50년 도쿄의 맛집

기자
장상인 사진 장상인
도쿄의 찜통더위는 우리보다 더했다. 아무리 더워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했던가. 점심을 해결하고 이동할 생각으로 일본 친구 도미타 가즈나리(富田一成·63)씨와 만나기로 했다. 약속 장소는 아사구사(淺草) 센소지(淺草寺) 앞의 ‘가미나리몬(雷門)’. 문 앞에는 피부색과 옷차림이 각기 다른 관광객들이 무리지어 모여들었다.

가미나리몬

“갑시다. 여기도 음식점이 많이 있지만, 재미있는 맛집으로 가시죠.”

땀을 뻘뻘 흘리며 약속시간에 맞춰서 나타난 도미타(富田)씨는 필자를 데리고 다시 역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고 도착한 곳은 도쿄의 가쓰시카구(葛飾區)에 위치한 게이세이다테이시역(京成立石驛).

다테이시역

재래시장과 골목길 맛 집이 즐비해

“서민적인 재래시장과 싸고 맛있는 맛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곳으로 한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죠?” 필자가 묻자 “그렇습니다. 아쉬운 점은 오늘이 일요일이라서 대부분 문을 닫았습니다만, 문을 연 집도 꽤 있습니다.”고 그가 대답했다.

역에서 나가 시장 통을 한 바퀴 돌았다. 많은 가게들이 문을 굳게 닫고 있었으나, 군데군데 문을 열고 손님맞이를 하고 있는 곳도 제법 있었다. 드디어 역과 인접한 코너의 스시(壽司)집으로 갔다.

“바로 여기 입니다.”

서서먹는 전문 가게

도미타 씨는 스시집의 간판을 가리켰다. 서서먹는 전문(立喰專門)이라는 빛바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도미타 씨는 ‘빨리 줄을 서자’고 했다. 시각은 오전 10시 40분. 이미 여러 사람이 줄을 서고 있었다. 문을 여는 시각은 정각 11시란다.

문 열기 전부터 줄서는 가게

11시가 되자 요리사 복장을 한 종업원이 나타나서 가게의 이름이 새겨진 천을 걸기 시작했다. 노렌(暖簾)이었다.

노렌을 거는 종업원

“이 가게가 곧 문을 연다는 것을 알리는 것입니다.”

도미타 씨는 이어서 일본의 전통인 노렌에 대해서 설명했다.

“노렌의 시작은 가게 안에 직사광선이나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으나, 세월이 흘러 용도가 바뀌었습니다. 또 하나, 음식을 집어먹은 손을 노렌으로 닦고 나가는 오래된 풍습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주인이 '나쁜 놈들‘하고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장사가 잘 되었다’고 즐거워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재미있는 풍습이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것이다. 긍정(肯定)은 더 좋은 긍정을 잉태하고, 부정(否定)은 더 나쁜 부정을 잉태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스시의 3대 요소가 맞아 떨어져

노렌이 걸리자 잠시 후에 드르륵 가게 문이 열리고, 기다리던 손님들을 안으로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10-12명 정도가 설 수 있는 자리는 바로 메워졌다.

가게 내부

가게  안에서는 요리사 3명과 여성 종업원 한 명이 있었다. 원칙적으로는 사진 촬영을 못하게 했다. 그래도 필자는 몇 컷 찍었다. 주문한 스시가 두 개씩 스시다이(壽司台) 위에 놓여졌다. 필자는 젓가락이 없어서 손으로 집어 입에 넣었다.

“아!”

감탄사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일본에 수 없이 들락거리면서 ‘비싸다’는 스시를 많이 접했지만, 이토록 맛있는 스시를 처음으로 먹었기 때문이다.

꽁치, 연어, 광어스시

일본인들은 스시의 3대 요소로 ‘샤리(舍利), 다네(種), 쇼유(醬油)’를 꼽는다. 좋은 쌀로 지은 초밥용 밥(舍利)과 선도가 좋은 생선(種) 그리고, 감칠맛 나는 간장(醬油)을 말한다. 이 가게는 삼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맛도 일품이지만, 이 가게는 가격대비 품질이 매우 좋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가 있습니다.”

도미타 씨가 설명했다.

“그렇군요. 가성비(價性比)가 좋다는 것이군요. 한국에서는 이를 ‘착한 가격’이라고도 합니다.”

“맞습니다. 같은 의미입니다.”

2대째 이어지는 가게

서서먹으면서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던 중 필자는 가게 주인에게 ‘이곳에서 몇 년 째 영업을 하느냐?’고 짧게 물었다. 그의 손놀림으로 봐서 무척 바빠 보였기 때문이다.

“50년 되었습니다.”

한자리에서 반백년이라.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자 기다리는 줄이 더 길어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리를 옮깁시다.”

필자는 도미타 씨와 남은 맥주로 건배를 하고 계산을 했다. 물론, 현금이다. 가게 문을 열고 나서자 줄은 가게를 한 바퀴 감싸고 있었다.

줄을 서는 사람들

필자는 한 개당 110엔(1,100원)에서 330엔(3,300원)의 착한 가격으로 맛이 좋은 스시로 50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는 장인정신(匠人精神)이 마음에 들었다.

맛있는 스시 때문이었을까.
도쿄의 찜통더위가 어디론가 달아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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