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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11) 평강공주에게 닥친 재산분할이라는 시련

기자
배인구 사진 배인구
평강공주와 온달 왕자 이야기를 아시나요? 현실은 꼭 해피엔딩만은 아닌가 봅니다. 저는 가난한 음악가 남편과 결혼했고, 지금은 이혼을 원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결혼할 당시에도, 결혼생활 20년 동안 경제적으로 가장의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이나 아빠로서는 어땠느냐고요? 아이에게 우유 한 번 먹이지 않았고, 알코올 중독자처럼 술을 마셔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폭언과 폭력도 행사합니다. 더는 참을 수 없어 이혼을 요구했더니 재산분할을 해줘야 이혼해 주겠다네요. 부동산을 마련할 당시 남편 기를 세워주기 위해 남편 명의로 등기한 것이 화근입니다. 남편에게 재산분할을 해줘야 하나요.
 
 
[일러스트 김회룡]

[일러스트 김회룡]

 
어른들은 동정심으로 결혼하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저는 동정심과 자만심을 갖고 결혼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 이혼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유복한 집의 외동딸로 음악을 공부했어요. 유학을 고민하던 무렵 학교 선배로 남편을 만났습니다. 
 
남편은 무척 가난한 집안의 장남이었는데 다니던 교회에서 주선한 장학금으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가난하고, 예민하고, 세상에 대해 냉소적이지만 음악적 재능이 있던 남편이 무척 멋있게 보였습니다. 저는 평강공주처럼 남편을 키워보겠다고 다짐하고 결혼했습니다. 
 
결혼식 비용은 물론 신혼집과 살림 모두 저와 저의 어머니가 했습니다. 심지어 신혼 여행비용도 남편은 전혀 부담하지 않았어요. 신혼 때 남편은 미안해하면서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자리를 잡고 호강시켜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저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피아노 교습소를 운영했습니다. 운이 좋아 수강생들이 많아 수입은 넉넉한 편이었죠. 그런데 남편이 대학에 교원으로 임용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딸아이가 태어나 자라면서 전혀 술을 못 마시던 남편이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고, 점점 더 알코올중독자처럼 마셔댔어요. 
 
이제는 제게 입에 담지 못할 폭언과 심지어 폭력도 행사합니다. 식탁 위 두꺼운 유리는 두어번 깨졌고, 지금은 유리 없이 사용하고 있어요. 남편의 이런 모습을 참지 못하게 됐고, 무엇보다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이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일러스트 강일구]

[일러스트 강일구]

 
그런데 남편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남편 명의로 등기한 아파트와 상가가 제 발목을 잡네요. 남편은 절대로 이혼해줄 수 없다면서도, 저는 앞으로도 계속 돈을 벌 수 있으니 재산분할로 부동산의 절반 이상을 주면 이혼해주겠다고 합니다.
 
결혼생활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편이 제게 준 생활비는 한 푼도 없어요. 제가 번 돈과 저희 친정어머니가 주신 돈을 종자돈으로 부동산을 마련했습니다. 남편은 아이에게 우유를 먹여본 적도 없어요. 그러면서 제가 번 돈으로 옷을 사입고 음식을 먹으며 좋은 차를 타고 다녔어요. 제가 지긋지긋해 하는 술도 제 돈으로 마시는 사람이에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편이 말하는 것처럼 20년 넘게 결혼생활을 했으니 남편에게 남편이 원하는 만큼 재산분할을 해줘야 하나요.   
   
 

[제작 조민아]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이혼 시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 형성한 재산에 대한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합니다. 전업주부와 결혼한 남자가 집을 장만하면서 처가에서 20%, 본가에서 80%를 지원받았다고 하더라도 이혼할 때 20대80으로 분할하는 것이 아니에요. 부인이 그 집을 유지, 관리하는 데 기여한 무형의 가사노동까지 포함해 분할하게 되는 것이죠.
 
직장에 다니는 남편의 기여도 역시 사례마다 다릅니다. 어떤 남편은 월급을 모아서 성공적으로 주식투자를 해서 재산을 늘릴 수 있지만, 어떤 남편은 월급은 많지만 카드대금으로 매번 상당한 금액을 지출할 수도 있죠. 또 어떤 남편은 월급은 적어도 가사에 적극적일 수도 있고요. 이런 남편들의 기여도를 동등하게 보는 것은 공평하지 않겠죠. 아내들의 경우도 같습니다. 전업주부의 재산분할 비율이 올라가고 있다고 해서 모든 전업주부가 같은 비율로 재산분할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사례자의 경우 본인의 기여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면 재판과정에서 억울하지 않게 재산을 분할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부동산 구입자금이 사례자의 소득 또는 친정의 지원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입증돼야 합니다. 세금 납부내역, 금융 거래내역, 남편의 금융 거래내역 등으로 입증할 수 있습니다. 이 작업이 선행돼야 하겠죠.  
 
공평한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국민연금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예전에는 대부분 주부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죠. 때문에 이혼하는 경우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무조건 50%를 분할 받는 것이 공평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결혼 이후 가정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엄마는 분식집하면서 아이들 다 키운 후에 이혼했는데, 아빠가 그 연금의 50%를 분할 받는 것이 과연 공평할까요.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이혼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혼인관계를 유지한 것에 불과한데, 집 나간 아내가 이혼 후 분할연금을 청구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혼할 때 국민연금의 분할비율도 다시 정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습니다.
 
분명한 것은 재산분할제도가 별산제(부부가 따로따로 재산을 소유하는 제도)를 취하고 있는 우리 법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입니다. 부동산이 모두 남편 명의로 돼있다고 해서 사례자가 무조건 불리한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사례자의 기여도를 명확히 밝히고 남편과 원만하게 조정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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