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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다이어리] 미리 알면 안 했을 일

이지영문화부 차장

이지영문화부 차장

“선배는 애 둘을 무슨 생각으로 낳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이제 막 첫아이 낳아 키우며 험난한 육아의 세계에 발을 내디딘 초보 부모들에게서다. “무슨 생각이긴, 생각이 없어서지”라고 농담조로 대답하지만, 100% 헛말은 아니다. 애가 둘이면 신경 써야 할 일도 곱절, 드는 돈도 곱절이다. 육아도우미를 구하는 일부터 녹록지 않다. 둘째 임신 소식을 알리면 있던 도우미도 나간다고 하는 경우가 흔하다. 세세한 실상을 알았더라면 쉽사리 용기를 못 냈을 일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그런 일이 또 있다. 바로 ‘한국에서 대입 치르기’다. 사회 지도층 격인 그 많은 사람이 왜 자신의 자녀를 해외 대학에 진학시켰는지, 둘째까지 고등학교에 보낸 이제야 확실히 알게 됐다. 특히 대입이 수시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아이를 3년 내내 피 말리는 내신 경쟁 속에 내몰게 됐으니, 미리 알았더라면 나 역시 피했을 일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며칠 전 고1 아들의 성적표가 나왔다. 성적표엔 과목별 점수와 석차, 그리고 석차백분율과 등급이 표시돼 있다. 같은 학교 동급생들 몇 명보다 더 잘했느냐가 성적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렇게 계산된 등급이 대입 정원의 74%를 차지하는 수시 전형의 당락을 좌우한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특별한 소신이 있는 것 같다. 청문회와 교원 간담회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입 의지를 밝혔다. “수능이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사교육 의존도를 높인다”는 이유에서인데, 수능 대신 내신으로 줄 세우기를 하면 과연 괜찮을지 의문이다. 내신이 유발하는 경쟁과 사교육 문제는 수능보다 더 심각할지 모른다. 불특정 다수와 경쟁하는 수능보다 눈앞의 친구와 점수를 비교하는 내신이 아이들을 훨씬 괴롭게 만든다. 또 범위가 적은 내신 시험이 사교육 효과도 훨씬 크다. 중간·기말고사 기간마다 학원가가 성업을 이루는 이유다.
 
최근 다음 아고라에 고3 학생이 쓴 글이 올라왔다. “친구들끼리 점수가 따닥따닥 붙어 등급이 내려갈까 조마조마…실수 한 번에 등급이 2개씩 떨어지는 경험…교과서 본문 달달달달 암기…” 등 ‘무한 경쟁의 늪’인 교실 분위기를 전하는 글이다. 고등학생 학부모들끼리 쇼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하며 공감하고 흥분했지만, 사회적 반향은 크지 않았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관심이 없고, 정책 입안자들은 이미 정해둔 목표를 밀어붙이는 일 외엔 옆도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지영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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