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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3·1운동 반대한 인물 기념하고 식량수탈기지에 역사거리 만들어"…친일논란 휩싸인 대구경북 사업들

대구·경북에서 추진되는 일부 사업들이 친일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사업에선 식민지 시절을 미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또 다른 사업에선 독립에 기여했다고 알려진 인물의 친일 행적 의혹이 제기됐다.
 
민족문제연구소 대구지부(이하 연구소)는 대구·경북에서 추진 중인 4개 사업이 '반민족·친일역사 선양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순종어가길 기념사업, 수성못을 축조한 일본인 '미즈사키 린타로(水崎 林太郞)' 추모사업, 경북 포항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조성사업, 소남 이일우(1870~1936) 일가와 관련한 '이장가(李庄家) 기념사업' 등이다. 이 중 이장가 기념사업을 제외한 3개 사업은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 추진 사업이다.
 
순종어가길 기념사업은 대구 중구가 7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1909년 순종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조선 초대 통감의 대구 방문을 주제로 했다. 중구는 순종이 당시 행차했던 곳 2.1㎞ 거리에 역사거리를 조성하고 순종 동상도 세웠다.
지난 4월 대구 중구 순종어가길 상징 조형물인 순종 동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대구 중구]

지난 4월 대구 중구 순종어가길 상징 조형물인 순종 동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대구 중구]

 
하지만 순종 행렬 자체가 자의적 결정이 아닌 일제의 강요에 따른 것이었단 지적이다. 
이윤갑 계명대 사학과 교수는 "일제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식민지 지배를 앞당기기 위해 순종을 꼭두각시로 내세운 행차"라고 지적했다.
 
중구는 순종어가길 조성사업이 '다크 투어리즘' 차원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크 투어리즘은 재난이나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찾아 체험함으로써 교훈을 얻는 여행이다. 중구 관계자는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에게 다리가 돼 주고 싶었을 순종의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토 히로부미가 순종과 함께 순행을 하던 모습.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이토 히로부미가 순종과 함께 순행을 하던 모습.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수성못을 축조한 린타로 추모사업도 지적됐다. 수성못은 27년 조선총독부와 동양척식주식회사 지원으로 만들어졌다. 린타로는 당시 수성못 축조를 위한 수성수리조합을 만들었다. 수성구는 린타로를 기리는 의미로 수성못에 안내판을 세웠다. 매년 린타로 추모제도 개최해오고 있다.
대구 수성못. [사진 대구 수성구]

대구 수성못. [사진 대구 수성구]

 
이진훈 수성구청장도 지난 5월 열린 수성구의회 본회의에서 "그의 행위가 순수하게 조선인들을 위한 행동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현재 수성못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존재가 그 당시 축조로 인해 지속돼 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7일 대구 수성구 수성못에서 이진훈 수성구청장(맨 오른쪽)이 미즈사키 린타로 묘소에서 참배하고 있다. [사진 대구 수성구]

`지난 4월 7일 대구 수성구 수성못에서 이진훈 수성구청장(맨 오른쪽)이 미즈사키 린타로 묘소에서 참배하고 있다. [사진 대구 수성구]

대구 수성구 수성못 인근에 세워진 미즈사키 린타로 관련 안내문. 대구=김정석기자

대구 수성구 수성못 인근에 세워진 미즈사키 린타로 관련 안내문. 대구=김정석기자

 
반면 연구소 측은 이를 '식민지 근대화론에 경도된 반민족 친일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수성못은 산미증식계획의 일환으로 조선총독부 지원 아래 이뤄진 토지개량사업 중 관개개선사업의 산물이었다"고 지적했다.
 
경북 포항시가 구룡포읍에 예산 85억원을 들여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를 조성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포항시는 이곳에 일본인들이 조선으로 건너와 살았던 어촌을 주제로 457m 거리에 일본가옥 30동과 당시 요리집·찻집 등을 복원했다. 하지만 구룡포는 동해안의 풍족한 어류를 일제가 수탈하기 위한 어업 전진기지화의 피해지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사진 포항시]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사진 포항시]

 
포항시 관계자는 "본래 거리를 조성한 취지에 대해서는 어떤 역사적 해석이 있겠지만 그런 측면과 별개로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데 있다"며 "구룡포에 조성된 근대문화역사거리를 통해 당시의 아픈 역사를 되새겨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남 이일우.

소남 이일우.

연구소는 이일우 일가의 친일 의혹을 제기했다. 이일우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란 시로 유명한 저항시인 이상화(1901~43)의 큰아버지다.
 
연구소는 이일우의 친일 행적이 기록된 자료 30여 점을 공개했다. 그가 11년 받은 비밀요구 서한이 대표적이다. 이 서한은 '1911년 10월 8일 오전 9시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초대 조선총독)가 대구역을 통과하니 때를 맞춰 나와 환영하라'는 내용이다. 또 그를 지방행정 부군참사(현재 지자체 정책보좌관)로 임명한 조선총독부 관보, 3·1운동 반대 단체 '대구 자제단' 발기인에 친일파 박중양과 함께 이름을 올린 자료가 공개됐다.
1911년 '데라우치 총독이 대구역을 통과하니 시간을 어기지 말고 나와 환영하라'는 내용이 담긴 서한. [사진 민족문제연구소]

1911년 '데라우치 총독이 대구역을 통과하니 시간을 어기지 말고 나와 환영하라'는 내용이 담긴 서한. [사진 민족문제연구소]

이일우가 지방행정 부군참사에 임면된 조선총독부 관보. [사진 민족문제연구소]

이일우가 지방행정 부군참사에 임면된 조선총독부 관보. [사진 민족문제연구소]

 
오홍석 민족문제연구소 대구지부장은 "역사 기록으로 친일 의혹이 불거진 인물에 대해 기념사업을 하고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학자들을 불러 학술대회를 여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소남이일우기념사업회'의 입장과 배치돼 향후 치열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그가 구한말 대구를 중심으로 민족자산을 축적하고 근대 산업화를 추진한 중심인물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가 많다"고 반박했다.
 
대구·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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