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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압수수색 현장 가보니…"우리도 대상이었나" 당혹

18일 오전 10시 10분. 경상남도 진주시 정촌면 산업단지에 있는 항공기 부품 제작업체 D사에 25인승 미니버스가 들어섰다. 회사 현관 앞에 버스가 멈추자 10여 명의 남성이 우르르 내려 건물로 들어갔다.
 
앞선 남성이 신분증과 압수수색영장을 내밀고 회사 관계자들에게 공무집행 협조를 요구했다. 수사관들은 사무실이 있는 2, 3층과 임원실이 있는 4층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임원실에서 업무를 보던 이 회사 전 대표 H씨를 맞닥뜨린 수사관들은 그에게 휴대전화를 달라고 요구했다. 갑작스러운 수사관들의 등장에 잠시 당황한 H씨는 이내 체념한 듯 순순히 응했다. 
18일 오전 경남 진주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협력업체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유길용 기자

18일 오전 경남 진주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협력업체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유길용 기자

 
H씨는 “지난 14일 KAI 압수수색이 이뤄진 뒤 조만간 협력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을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우리 회사는 KAI와 거래계약도 끝나고 현재 법정관리 중이어서 압수수색 대상이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KAI 본사가 있는 경남 사천시 사남면 항공산업단지에 있는 KAI의 또 다른 협력업체 P사에도 승합차 두 대를 나눠 탄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이 타고 온 승합차에는 공무차량임을 알리는 표식이 모두 떼어져 있었다. 
 
P사는 선박과 민간 항공기 부품을 만드는데 선박 부품은 공장 내 플랜트에서 직접 제작하고, 항공기 부품은 KAI 공장 안에 있는 생산설비에 인력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수사관들은 이 업체의 KAI와 거래내역과 인건비 및 경비 지출 등 회계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데이터, 선박 사업과 관련한 자료 일체를 압수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수사관들은 미리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으면서도 압수수색 목록을 확인하며 오후 수색을 준비했다.
검찰 수사관이 18일 경남 사천의 KAI 협력업체에서 압수수색용 박스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수사관이 18일 경남 사천의 KAI 협력업체에서 압수수색용 박스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건물 밖으로 나와 삼삼오오 모여 수군거리는 P사 직원들의 표정에는 걱정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생산팀의 한 중간간부급 직원은 “우리 회사는 민간 항공기 관련 업체여서 방산비리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쳐 무척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방위산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8일 오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임직원들과 협력업체 사이의 수상한 거래를 포착하고 협력업체 5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사람이 아닌 돈의 흐름을 쫓는 수사를 하고 있다. 일부 협력업체에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 있어 법원의 영장을 받아 강제수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P사 등 하성용(66) KAI 사장과 비교적 가까운 협력업체들이 포함됐다. 이들 협력업체는 부품가격을 실제보다 올려 잡거나, 일감을 집중적으로 받은 뒤 KAI 측에 뒷돈에 제공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부(부장 박찬호)는 KAI가 협력업체로부터 원가(原價)를 부풀려 차액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일부 자금을 은닉한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다. 수사팀은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뿐 아니라 한국형 고등훈련기 T-50 등의 제작 및 납품 과정에서도 KAI가 협력업체와 공모해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에선 이번 압수수색을 계기로 비자금 추적 및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로 번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실제로 검찰은 이 돈이 하 사장의 연임 과정이나 KAI 사업추진 과정에서 지난 정부 유력인사 등에게 로비 등에 사용됐는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 사장이 한국형 전투기(KFXㆍ보라매) 사업과 관련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청와대 측과 옛 여당(현 야당) 중진의원에게 청탁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검찰의 칼끝은 박근혜 정부와 KAI의 유착 의혹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현일훈 기자, 사천=유길용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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