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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이야기를 평범한 사람 이야기로 그리고 싶었다"

영화 '택시운전사'를 연출한 장훈 감독. '의형제' '고지전'에 이어 '택시운전사'도 남성 배우 두 명이 중심이다. [사진 쇼박스]

영화 '택시운전사'를 연출한 장훈 감독. '의형제' '고지전'에 이어 '택시운전사'도 남성 배우 두 명이 중심이다. [사진 쇼박스]

 영화 ‘택시운전사’는 광화문으로 끝난다. “광화문 갑시다”라는 택시 손님에게 택시운전사 송강호가 “광화문 오케이”를 신나게 외친다. 2013년이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다. 도시 한복판에서 군인들의 총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그린 영화가 광화문으로 끝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읽힐 수도 있다.
 
‘택시운전사’를 연출한 장훈(42) 감독은 “우연이었다”고 했다. 17일 인터뷰에서 그는 “지난해 10월에 마지막 촬영을 했다. 그땐 광화문의 의미가 지금같지 않았다”며 “시대가 어떻게 바뀔지 예상을 하기가 참 힘들다”고 말했다.  
 
장감독이 시나리오를 받은 것은 2년 전 10월이다. “광주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더 조심스러울 수 있던 시절”이었다. 그가 영화를 만드는 사이에 광화문의 의미, 그리고 정권이 바뀌었다. 대통령이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영상의 인기가 높았다. 따라서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는 분위기도 변화했다. 하지만 장 감독은 “영화 마지막에 광화문을 그대로 살려뒀듯, 영화도 시대 변화와 상관없이 처음 생각대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영화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사진 쇼박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사진 쇼박스]

배우 송강호가 맡은 김만섭은 서울의 택시운전사다. 광주를 취재하러 온 독일 공영방송 기자를 택시에 태운 1박 2일의 이야기가 전체 뼈대다. 11세 딸을 서울의 단칸방에 혼자 남겨놓은 김만섭은 광주의 거대한 혼란에 휘말리면서 변화한다. 장감독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일 전체를 다루지 않았다. 사건은 단편적인 장면들로 대체할 뿐이다. 대신 김만섭이라는 인물의 처지, 감정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장감독은 “그 어떤 비극적 사건에서도 전체를 경험하는 인물은 없다”며 “광주에서 일어난 일 전체를 재정의하거나 기록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의 이야기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극적 사건을 다루는 영화에 나오는 인물은 전부 착하고 정이 많다. 전쟁통과 같은 광주에 굳이 뛰어드는 독일 기자에서 시작해 딸을 잠시 잊고 광주 사람들을 구하러 가는 택시 기사, 월세 몇달치를 못 받고도 세입자의 어린 딸에게 콩나물 국을 끓여주는 집주인, 돈을 안 받고 기름을 넣어주는 광주의 주유소 사장들 등이다.  
 
장감독은 “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짜”라고 했다. 영화를 위해 독일과 광주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당시의 이야기를 취재했고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영화에 썼다. 무엇보다 영화의 골자가 실화다. 광주에 들어갔던 독일 기자는 위르겐 힌츠페터라는 실존인물이다. 그가 2003년 국내에서 송건호 언론상을 받으며 “나를 태우고 광주로 들어갔던 한국인 택시운전사 김사복씨와 광주의 젊은이들 덕분에 취재할 수 있었다”고 밝힌 소감에서 영화 시나리오가 출발했다.
 
실존인물인 택시운전사는 연락처도 안 남겨 현재는 찾을 수 없다. 장감독은 "김사복이라는 이름의 당시 택시기사들을 모두 찾아냈지만 전부 그가 아니었다"고 했다. 이처럼 지옥과 같은 소용돌이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익명으로 서로 도왔다는 사실에서 영화는 출발했다. 장감독이 사람에만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사진 쇼박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사진 쇼박스]

따라서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거대한 사건에 비해 영화는 조용하고 침착하다. 전개가 늘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장감독은 “광주가 너무 큰 사건이다보니 드라마틱한 사건 전개를 기대하고 보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보통사람들의 양심과 상식, 따뜻한 마음 같은 것들에 집중하고 힘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는 다음 달 2일 개봉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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