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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공조 엇박자 서곡일까…남북회담 제안 두고 엇갈리는 한·미·일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사진 백악관 브리핑 영상]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사진 백악관 브리핑 영상]

17일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제안한 남북 군사·적십자 회담에 미국과 일본이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 현지 언론에선 백악관이 문재인 정부의 제안에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남북회담 제안과 관련해 미국 측과 사전 조율이 있었다는 청와대의 설명과 달라 한·미·일 대북공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이번 대북 제안과 관련해 미국에 사전 통보나 협의 절차가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한반도 평화 문제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어 나간다는 것은 한·미 정상회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통해 국제사회와 의견을 같이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의견을 같이 했다"는 청와대의 설명과 달리, 미국 측은 한국 정부의 대북 제안이 시기상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회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한국 정부에서 나온 말들이니 한국에 물어보라"며 거리를 뒀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명확하게 제시해왔던 대화 조건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백악관의 이런 반응은 문재인 정부의 남북대화 제의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편한 속내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 VOA
 
미국 현지 언론은 스파이서의 이날 브리핑을 좋지 않은 신호로 해석했다. 미국 관영매체인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 브리핑 내용을 "백악관, 한국의 남북대화 제의에 불편한 기색"이란 제목의 기사로 전하며 "백악관의 이런 반응은 문재인 정부의 남북대화 제의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편한 속내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VOA는 이어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남북대화의) 시기 등에 대해 서로 기류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지난달 미 국무부도 정례 브리핑을 통해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이 이번 브리핑에서 언급한 '조건' 역시 비핵화가 핵심인 것으로 여겨진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면 조건 없이 대화 나서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 주변에선 그보다 더한 말도 나온다. 지난 5월 문 대통령의 러시아 특사단으로 파견됐던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달 한 학술대회에서 "북한이 도발해도 남북대화를 중단해선 안 된다. 전제조건 없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하는 기시다 日 외무상   (도쿄 교도=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최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2017.7.14.   jsk@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자회견 하는 기시다 日 외무상 (도쿄 교도=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최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2017.7.14. jsk@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일본도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1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회담을 갖고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북한은 새로운 단계의 위협이다. 지금은 압력을 강화할 때"라며 한국 정부의 대북 제안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마루야마 노리오(丸山則夫) 일본 외무성 대변인도 이날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대화의 시기가 아니라 압박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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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한국과 미·일의 대북 정책 입장 차이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한국 정부의 첫 대북 제안에 미·일이 반대 의사를 드러내면서 향후 한·미·일 대북공조에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도 생겼다. 
 
한편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북핵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라는 압박을 받아온 중국 입장에선 한국의 이번 대북 제안이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남북대화가 성사돼 제재 국면이 완화될 경우 그동안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면서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려 해왔던 중국으로선 더 바랄 나위 없는 결과다.
지난 2015년 9월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항일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중국 시진핑 주석과 함께 성루에서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베이징=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2015년 9월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항일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중국 시진핑 주석과 함께 성루에서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베이징=청와대사진기자단

 
중국 측은 17일 남북회담에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남북 양측이 대화를 통해 관계 개선과 화해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지역 평화에 유리하다고 생각해왔다"며 "남북 양측이 대화와 협상 재개를 위한 조건을 조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상황을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국의 동맹국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의 전승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했던 때와 연관시킨다. 당시 미국 조야에선 적지 않은 불만이 터져나왔다. 당시 문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을 설득해 중국 전승절에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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