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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배구 홍성진 감독의 '이장 리더십'

월드 그랑프리가 열리기 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홍성진 여자 배구 대표팀 감독. 프리랜서 김성태

월드 그랑프리가 열리기 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홍성진 여자 배구 대표팀 감독. 프리랜서 김성태

"동네 이장님 같아요." 여자 배구 대표팀 에이스 김연경(29·중국 상하이)에게 홍성진(54) 감독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선수들이 할 일을 차분하게 얘기하는 홍성진 감독에게 딱 맞는 표현이다.
 
월드 그랑프리에 출전하고 있는 대표팀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불가리아에서 펼쳐진 1주차 경기에서 2승1패를 거둔 한국은 2주차에는 3전 전승을 기록했다. 17일 경기에서는 5연승으로 1위를 달리던 홈팀 폴란드마저 제압했다. 5승1패(승점16)를 기록한 한국은 폴란드(5승1패·승점15)를 밀어내고 마침내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수원에서 열리는 3주차(21~23일) 경기에서 2승만 추가하면 무조건 4강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한다.
 
한국은 2015, 16년엔 대회에 불참하는 바람에 이번 대회에선 최상위 1그룹이 아닌 2그룹에 배정됐다. 홍성진 감독은 "결선 진출이 1차 목표다. 우승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망이 밝진 않았다. 그동안 대표팀 중심 역할을 해왔던 세터 김사니(은퇴)와 이효희(도로공사)가 떠났기 때문이다. 대회 직전에 배유나(도로공사), 이소영, 강소휘(이상 GS칼텍스)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이탈하는 악재도 생겼다. 14명의 엔트리 중 두 자리를 비운 채 경기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남은 선수들이 더 힘을 내서 좋은 경기력을 펼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대표팀은 홍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주장 김연경을 중심으로 12명의 선수가 모두 자기 역할을 해냈다.
7월 8일 불가리아에서 열린 월드 그랑프리 A조 2차전 불가리아와 경기에서 작전 지시를 하고 있는 홍성진 감독. [사진 국제배구연맹]

7월 8일 불가리아에서 열린 월드 그랑프리 A조 2차전 불가리아와 경기에서 작전 지시를 하고 있는 홍성진 감독. [사진 국제배구연맹]

 
대표팀 선수들은 유럽으로 떠나기 전부터 팀 분위기가 좋다고 입을 모았다. 박정아는 "감독님께서 평소에 대화를 강조하신다. '소통'이 우리 팀 콘셉트"라고 했다. 김연경도 "홍 감독님이 우리를 잘 알기 때문에 편하게 대해주신다. 개인적으로도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여러 가지 배려를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소속팀처럼 최선의 지원을 해줄 수 없지만 마음만큼은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SNS 메신저로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한다"고 웃었다.
 
홍성진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의 능력을 잘 알고 이끌어낼 자신이 있다"고 했다.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과 함께 한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4강 신화를 이룬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코치로 김형실 감독을 보좌했다. 김해란(흥국생명), 김연경, 양효진(현대건설), 김희진(IBK기업은행)이 당시 멤버다. 한수지(KGC인삼공사), 김수지, 염혜선(이상 IBK기업은행)은 현대건설 지휘봉을 잡았을 때 한솥밥을 먹었다. 김연견(현대건설)과 김미연(도로공사)은 23세 이하 대표팀에서 지도했다. 홍 감독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올해 대회가 4개나 되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 그나마 선수들이 내가 어떤 스타일인지 알고, 나도 알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했다.
 
홍성진 감독은 배구 명문 익산 남성고 출신이지만 대학에선 무명이었고, 일신여상 코치로 남들보다 일찍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만큼 여자선수들을 잘 이해하며 섬세하게 팀워크를 다지는 데 능하다. 훈련량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선수들이 홍 감독을 믿고 따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홍성진 감독은 "배구는 단체 경기다. 모든 선수가 제 역할을 해야하고 그러려면 '소통'이 필요하다. 3개월 뒤면 완성된 팀이 돼있을 것이다.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세계선수권 예선(9월20~24일·태국)을 반드시 통과하겠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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